'완벽함'으로부터의 탈출 [김지혜의 가족캠핑⑥]

'완벽함'으로부터의 탈출 [김지혜의 가족캠핑⑥]

2015.12.16. 오후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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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함'으로부터의 탈출 [김지혜의 가족캠핑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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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한 가족의 겨울 캠핑 도전기, 여섯 번째

◆ 에피소드 #10_일상과 캠핑에 대한 짤막한 성찰

여행을 떠나기 전, 상상이 더해진 기획력은 최고에 달한다.
다급하게 짐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 닥치더라도 으레 있었던 일인 양 좀처럼 평소에 찾아보기 어려웠던 순발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진정 내가 지니고 있는 모습과 잠재력, 본질과 마주할 기회다.

겨울 캠핑을 떠나며 나와 우리 가족도 그러한 것들을 자주 발견했다. 반나절씩 걸리던 짐 챙기기는 이제 불과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물론 꼭 한 두 가지 사소한 것들을 빠뜨린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이제 그런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늘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장박을 하는 텐트 중에는 냉장고를 두고 다니는 집이 종종 있다고 한다. 전기사용료를 지불하고 말고를 떠나 살림을 부리기 전에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다. 지난번 들쥐의 습격을 받은 한 텐트의 이야기를 듣고선 다시 한 번 두고 다닐 것과 아닌 것의 분류는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나는 왜 캠핑을 하나.

'완벽함'으로부터의 탈출 [김지혜의 가족캠핑⑥]

캠핑 문화의 선진국으로 여겨지는 영국에서도 100년 전 쯤에는 마차에다가 오르간까지 싣고 다니는 모습이 흔했다고 한다. 영국의 한 캠퍼가 엮은 책에서 이 이야기를 읽고 우리네 캠핑살림에 대해 한 번 제고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결론을 최근에 얻었다. 여행은 가볍게 떠났다가 가볍게 돌아오는 것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와 함께.

항상 모두 완벽하게 갖추고 다닐 필요는 없다. 가벼운 것은 진리다. 이 두 가지는 최근에 내가 깨달은 몇 가지다. 옷핀과 반짇고리 비슷한 아이템들이 여전히 가방에 즐비하지만, 나는 예전처럼 늘 '맥가이버 가방'을 지니고 다니지는 않는다.

가족과 캠핑을 시도한 이 경험이 해묵은 습관을 자연스럽게 내려놓는 결정적 계기가 될런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무릎관절염에 대한 의사의 경고와 함께.

◆ 에피소드 #11_파랑색 텐트의 변신은 무죄

사실, 지난번 여정 이후 우린 한동안 좀 암담했다. 마구 불어 닥치는 산골바람에 펄럭거리는 타프와 한껏 휘어지는 폴대 - 남편의 설명에 따르면 '최고 사양'이라고 하는데도 - 를 보며, '철수' 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텐트에 들어 앉아있을 무렵부터였다.

'완벽함'으로부터의 탈출 [김지혜의 가족캠핑⑥]

돌아와서 남편은 '바람막이' 정도로는 그런 바람을 견뎌내기가 어렵다고 했고, 꽤나 많이 오긴 했지만 그만한 눈에도 텐트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분석했다. '아무래도 이 모델은 장박용이 아닌 모양'이라고 덧붙이며.

설명인즉슨 '교차형 폴'이 아닌 다음에야 버티기 어려운 게 정설이란다. (이제 와서 말이다.) 에어빔 텐트를 사용하는 모 브랜드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드레스룸 행거 봉 요법'이 그나마 용한 방법으로 통하기도 한다는데, 사실인지는 아직 확인해보지 못했다. 여튼 참으로 다들 열심이라는 생각이다.

우리도 열심으로 저녁마다 틈이 나는 대로 선택하지 않았던 여러가지 방법들을 다시 시뮬레이션 해봤다. 그 결과 우리의 옆 텐트와 옆의 옆 텐트, 그리고 대다수의 캠퍼들이 선택한 방법이 대수롭지 않게 표준처럼 여겨지는 데 대해서 조금 더 수긍할 수 있었다.

'완벽함'으로부터의 탈출 [김지혜의 가족캠핑⑥]

겨울에 캠핑을 하고자 한다면, 잠을 자는 공간의 방한 문제만큼이나 심각하게 그 외의 시간에 바람과 추위를 피할 공간 마련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관건은 난로와 테이블이 들어갈 수 있는 거실공간이다. 이러자면 적어도 텐트의 길이가 6~7m는 되어야 가능하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하고.

반면 테이블이 들어갈 만한 공간을 텐트 안 거실공간에 마련해두기에 우리 텐트는 좀 작다. 총 기장이 5미터 남짓인 것이다. 중량과 부피, 기타 등등의 문제를 따져 적당한 공간을 찾는다는 것이 결국 숙제를 만든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



'완벽함'으로부터의 탈출 [김지혜의 가족캠핑⑥]

보다 아름답고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위해, 우리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장비를 총 동원해 나름의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깨알 같은 조연은 소박하고 가벼운 캠핑을 위해 처음으로 준비했던 파랑색 텐트가 될 심산이 크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일 뿐. 며칠 전서부터 갑자기 무심한 듯 보이는 남편에게 다른 구상이 생겼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늘 그래왔듯, 부디 그러하길…….

트레블라이프=김지혜 excellent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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