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2016.05.02. 오전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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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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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영화는 꿈이라고 한다. 때로 아침에 일어나도 선명한 꿈이 있지만, 대부분 꿈속에서마저 희미하게 사라져 버리기 일쑤다.

감각이 면도날 위를 걷는 듯 하던 젊은 시절도 속절없이 흘러가고, 가졌던 꿈도 갈수록 아련해지지만 영화라는 꿈은 언제 건 다시 재생 할 수 있어 지나간 그 시간과 장소를 일깨운다.

하물며 그 꿈의 거리를 찾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여기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영화의 거리가 있다. 바로 남포동과 할리우드다.

◆ 남포동, 아기에서 청년으로…그 발자취를 더듬다

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한국에서 영화의 거리는 어디인가. 흔히 충무로로 대표되지만 현실적으로 충무로에서 그 발자국을 찾기는 쉽지 않다. 기껏해야 충무로역에 붙어있는 철지난 영화제 사진 정도랄까.

올해 부산영화제가 파행위기를 겪고 있지만, 남포동 부산국제영화제(BIFF) 거리는 영화가 아니어도 여전히 활기에 차 있다.

올해 치러진다면 21회, 초창기를 함께 했으니 남포동은 거의 20년만이다. 영화제의 태어남을 같이 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그 아기가 스무살 청년이 되어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20년이라니. 기억나는 게 있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스타들의 핸드프린팅이 너무 방치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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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려고 한 게 아니라 우연히 발견한 줄리엣 비노쉬의 프린트.

어두움과 긴장의 아이콘, 그녀로 인해 숨길 수 없는 추억의 나이테가 드러난다.

강렬함에 열광하는 청춘의 속성, 그 흔적이 줄리엣 비노쉬에게도 선명히 남아 있다.

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기껏 그리움 하나 때문에 윤회하고 있단 말인가” 진이정 시인의 말마따나 알 수 없는 그리움에 가슴 서늘해지는 건 영화가 주는 숱한 추억 때문이리라. 이 거리를 걸으면 예전 주말의 명화, 토요명화의 오프닝 음악이 환청처럼 귀에 쏟아지는 듯 하다.

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남포동은 분명 영화의 거리지만 옆의 자갈치 시장과 더불어 오래된 부산의 도심이다. 거리 곳곳에 스며든 바닷물의 짠 내음이 비로소 부산에 와 있음을 실감케 한다.

부산에 와서 돼지국밥과 밀면을 먹지 않을 수 없다. 골목길의 밀면집은 줄을 서야 한다.

◆ 할리우드, 번쩍거리는 영화공장의 쇼룸

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할리우드는 문자 그대로 꿈의 공장. 꿈에 초점을 맞추는가, 공장에 대해 얘기하는가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텍스트가 되지만 그런 이야기야 아무려면 어떤가.

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안정효가 한세대 앞의 할리우드 키드였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꿈의 공장에서 팔아대는 상품에 마음 뺏기지 않은 사람이 누구던가.

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할리우드는 그 막강한 공장의 진열대다. 죽어서도 항상 웃음밖에는 보여주지 않는 마릴린 먼로부터 수많은 슈퍼스타들의 이름이 새겨진 거리를 걷노라면, 이 꿈의 공장의 거대한 역사와 규모를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거리의 각종 공연과 코스프레는 의심없이 “당신은 지금 꿈의 거리에 와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듯 하다. 각종 기념품과 옷 가게도 넘쳐난다.

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문득 발걸음에 들어온 잉그리드 버그만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누구의 팬이라면 하나도 남김없이 그의 필모그래피를 섭렵해야 마땅하다고 말하지만, 그게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잉그리드를 기억하기에 카사블랑카 하나만으로 족하다. 마지막 공항신에서의 그 눈동자를 어떻게 잊겠는가.

부산 남포동 vs LA 할리우드, 영화라는 꿈의 거리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어질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서둘러 이곳을 떠났다.

이 영화 공장의 쇼룸과도 같은 거리는 이제 내게 아무것도 팔게 없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영화 속 기억 외에는.

이 레스토랑 역시 이곳을 거쳐간 스타들의 추억을 팔고 있다.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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