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류봉, 달도 쉬어가고 물고기도 멈추는 곳

월류봉, 달도 쉬어가고 물고기도 멈추는 곳

2016.06.01. 오전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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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류봉, 달도 쉬어가고 물고기도 멈추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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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가 있으되 시끄럽지 않고, 볼거리가 있으나 붐비지 아니한다.’

충청북도 영동의 월류봉을 돌아본 느낌을 한 줄에 적으면 이러하다.

월류봉, 달도 쉬어가고 물고기도 멈추는 곳

뭔가 시조가 생각나는 분위기, 산세는 중국의 장가계를 축소시켜놓은 듯 하고 흐르는 하천은 당장 낚싯대를 들고 뛰어내려가고 싶게 만든다.

월류봉이 달도 머물다 가는 곳이라면 이곳 하천은 물고기도 멈출 곳처럼 아름답다.

충청북도는 바다가 없다. 도 단위의 지방자치 단체 중에서 유일하다. 바다도 없고 유명짜한 산과 명소도 사실 드물다.

하지만 여기엔 산과 계곡, 강이 있다. 때묻지 않은 들과 산천을 보기에 충북만큼 좋은 곳도 별로 없을 성 싶다.

◆ 월류봉, 달도 쉬고 간다는데...

충북 영동군 황간면 일대는 한천팔경으로 유명하다. 팔경중에 으뜸이 바로 월류봉.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오르면 한반도 지형이 눈에 들어온다.

월류봉, 달도 쉬어가고 물고기도 멈추는 곳

한천팔경은 월류봉, 산양벽, 청학굴, 용연대, 냉천정, 법존암, 사군봉, 화헌악인데 봄꽃이나 가을 단풍으로 수놓아진 월류봉을 화헌악이라 부르고, 용연대는 월류봉 아래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연못을 일컫는다. 산양벽은 월류봉의 기암절벽을 부르는 말이니 사실상 한천팔경은 월류봉의 구석구석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달이 서쪽으로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능선 모양 따라 서쪽으로 흐르듯 달이 머물다 사라진다고 하니, 달 좋은 날에 1박하면서 달 구경을 만끽해도 좋으리라.

◆ 흐르는 강물처럼...

월류봉 아래는 백화산 자락에서 발원한 석천과 초강천이 만나 흐르고 있다.

조선후기의 학자인 우암 송시열이 풍경에 반해 은거하며 학문을 가르치던 곳이니, 400여년전에 지금 이 자리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월류봉, 달도 쉬어가고 물고기도 멈추는 곳

지금도 이곳에는 송시열이 학문을 가르치던 한천정사와 그를 기리는 기념비인 유허비가 남아있다.

월류봉, 달도 쉬어가고 물고기도 멈추는 곳

마을 뒷길을 돌아 강가에 다다르니 풍경이 사뭇 달라진다. 전망대에서 보던 월류봉이 관광객의 시선이었다면, 자연과 물아일체가 되는 느낌이랄까.

월류봉, 달도 쉬어가고 물고기도 멈추는 곳

계곡을 건너다니면서 낚시를 하는 꾼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송어 낚시를 모티브로 한 영화인 ‘흐르는 강물처럼’이 떠올랐다.

배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 영화는 몬태나주의 블랙풋 강가를 기억하고 있는데, 아마도 한국에서 찾으라면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어슴푸레한 계곡에 홀로 있을 때면 모든 존재가 내 영혼과 기억 그리고 강물의 소리에 합쳐진다. 낚싯대를 던지는 리듬, 고기가 물리길 바라는 희망과 함께 모두 하나의 존재로 어렴풋해지는 것 같다. 그러다가 결국 하나로 녹아든다. 그리고 강을 통해 흘러간다.”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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