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도 갈대밭과 함께 맞는 가을의 고독함

대부도 갈대밭과 함께 맞는 가을의 고독함

2016.10.07. 오전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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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도 갈대밭과 함께 맞는 가을의 고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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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시에서 시원하게 이어진 시화방조제 길을 타고 드라이브를 하다보면 그 끝에서 대부도로 진입한다. 이곳에는 바다가 보이는 전망과 함께 칼국수와 조개구이를 파는 상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 상점가의 뒤편에는 대부 바다향기 테마파크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약 2년전 이곳을 잠깐 들른 적이 있었다. 각종 꽃들이 아기자기하게 피어있고 그 뒤로 풍차가 서있어 제법 예쁜 풍경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또 각종 꽃 축제와 록페스티벌 등 화려한 이벤트가 펼쳐지는 곳이기도 했다.

대부도 갈대밭과 함께 맞는 가을의 고독함

하지만 오랜만에 가을의 문턱에서 찾은 이곳은 왠지 모르게 고즈넉하고 휑한 기운을 전했다. 억새풀과 곳곳의 코스모스가 넓은 들판에 시원하게 펼쳐져 있음에도 말이다. 재작년에 찾았던 그때와는 사뭇 다른 쓸쓸한 분위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우여곡절을 겪은 곳이다. 지난 2012년 개장된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는 각종 사계절 꽃이 자라는 테마공원으로 조성됐다. 4.3km의 산책로와 관찰 데크를 비롯해 3곳에 조성된 화훼단지에 튤립, 코스모스, 해바라기, 장승군락 등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또 랜드마크 격인 대형 및 작은 풍차 8기와 정자 등은 시원하게 펼쳐진 갈대습지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하던 곳이었다.

대부도 갈대밭과 함께 맞는 가을의 고독함

하지만 이곳은 지난해 뜻하지 않은 곡절을 겪었다. 감사원이 지난해 3월 전임 지자체장들의 예산 낭비 실태 기획 감사를 착수, 이곳의 건축물이 사용 승인 목적에 어긋나는 시설이라며 철거하라는 감사 처분을 내렸기 때문. 이로 인해 이곳에 풍차와 매점 등 편의시설, 화장실 등은 철거됐고 지금처럼 휑한 분위기만 남았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런 사연들로 기존과는 전혀 반대의 분위기가 나는 이곳 공원이 그 나름의 운치를 전한다는 것이다. 각종 꽃이 돋아나고 풍차가 서있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풍경이 사라지자 고즈넉하며 쓸쓸해 보이는 모습이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대부도 갈대밭과 함께 맞는 가을의 고독함

입구에서부터 나무 데크를 따라 가면 좌우로 확트인 갈대밭이 남다른 모습으로 들어온다. 특히 가을에 들어서고 노랗게 변색되가는 억새밭의 풍경은 수도권에서 쉽게 접하기는 힘든 분위기다. 저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 프로펠러와 머리 위로 지나는 고압전선은 특히 이곳을 혼자 찾은 사람들에게 아련한 풍경과 쓸쓸함을 더하게 한다.

대부도 갈대밭과 함께 맞는 가을의 고독함

각종 생태 연못과 메타세콰이어길 등은 이제 더 이상 관리하지 않는지 방치된 모습으로 서있다. 지역의 관광지로 정성을 들였다가 무관심의 상태로 놓인 그 풍경은 그 자체로도 가을에 어울리는 고즈넉한 모습으로 남게 된 것이다.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차가워지면 유난히도 그런 계절의 감성에 젖어드는 사람들이 꽤 있다. 오후 무렵 가까운 곳에서 떨어지는 해를 보며 바람에 흔들리는 어린 갈대를 통해 촉촉한 감성을 느낄만한 경우라면 이곳의 쓸쓸한 풍경은 일체감을 줄 수 있다. 이번 주말, 가을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대부도로 떠나보자.

트레블라이프=김윤겸 gemi@travellife.co.kr

대부도 갈대밭과 함께 맞는 가을의 고독함

TRAVEL TIP: 인근에 동춘서커스, 바지락칼국수 상점가 등이 있어 가족, 연인의 나들이 장소로도 나쁘지 않지만 가을의 고독을 즐기고 싶은 솔로들에게 적극 추천할 만하다.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거리로 갈대밭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

본문에서 언급했듯 각종 편의시설들이 철거돼 공원에 들어서기 전 이것저것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다. 특히 화장실은 주차장에만 있고 공원 내에는 없으니 미리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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