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 문학관, '소나기' 처럼 퍼붓는 기억속 감수성

황순원 문학관, '소나기' 처럼 퍼붓는 기억속 감수성

2016.12.07. 오전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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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문학관, '소나기' 처럼 퍼붓는 기억속 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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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의 감수성을 간직하기란 쉽지 않다. 한해 한해 쏜살같이 시간이 흘러갈수록 더욱 더 반비례로 급속히 멀어져 간다.

하지만 어떤 느낌은 망각 속에서 불현듯이 떠오르기도 한다.

여행길에 우연히 황순원 문학관의 표지를 읽었을 때가 그랬다.

황순원 문학관, '소나기' 처럼 퍼붓는 기억속 감수성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교과서에서 보았던 ‘소나기’는 아직 어린 학생이 껴안기엔 너무 슬픈 소설이 아닐까 싶다.

소나기를 맞으며 들판에서 하루를 같이 보냈던 소녀가 병명도 없이 약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죽어버린 것.

이 소설을 읽으며 감정 이입된 당시 기억은 그들이 보낸 시간의 순수한 아름다움보다는 소녀의 죽음이 불러온 비극에 초점이 맞춰졌음이 분명하다.

황순원 문학관, '소나기' 처럼 퍼붓는 기억속 감수성

문학관을 들어서면서부터 머릿속에 일관되게 떠오른 이야기는 ‘잔망스러운’ 말과 함께 떠나버린 소녀의 죽음, 즉 결말 부분이었다.

황순원 문학관, '소나기' 처럼 퍼붓는 기억속 감수성

게다가 소나기는 영화나 TV에서 본 이미지가 아니라 소설이었기에, 역설적으로 훨씬 더 애틋한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놓았다.

그래서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읽는 ‘소나기’는 마치 오래된 책갈피에서 발견한 젊은 시절의 연애편지를 다시 보는 느낌과 함께, 그때의 슬픈 기억을 다시 더듬는 것이기도 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여전히 10대의 소년소녀들이고, 그 독자는 속절없이 나이를 먹어왔다.

황순원 문학관, '소나기' 처럼 퍼붓는 기억속 감수성

황순원 문학관의 외관은 소나기 주인공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머물렀던 수숫단 움막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한다.

문학관 내부에는 선생의 유품과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한눈에 그의 삶의 변화를 볼 수 있다.

황순원 문학관, '소나기' 처럼 퍼붓는 기억속 감수성

잘 꾸며진 고서 위주의 작은 전시관과 선생의 육필 원고를 보고 있으면, 아이들과 함께 오는 것이 여러모로 좋겠다는 생각이다.

황순원 문학관, '소나기' 처럼 퍼붓는 기억속 감수성

양평은 그의 고향이 아니지만 소나기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라고 하니, 어쩌면 이북이 고향인 선생으로선 남한에서 영면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 아니었나 싶다.

잘 알려진 대로 ‘즐거운 편지’의 황동규 시인은 그의 아들, 손녀인 황시내도 소설가이다.

부자가 모두 소설과 시로 교과서에 이름을 올렸으니, 감수성과 표현력에도 DNA는 존재하는 듯하다.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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