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청평사, 소양호의 너무 달달한 봄바람

춘천 청평사, 소양호의 너무 달달한 봄바람

2017.04.19. 오후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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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청평사, 소양호의 너무 달달한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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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사월 춘천에 가려고 하다가 못 가고 말았다.
나는 성심여자대학에 가보고 싶었다.
(중략)
오는 주말에는 춘천에 갔다 오려 한다.
소양강 가을 경치가 아름다울 것이다

-피천득 '인연'-

춘천 청평사, 소양호의 너무 달달한 봄바람

피천득 선생의 수필 ‘인연’의 시작과 끝은 이처럼 춘천이다.

첫사랑이 떠오르는 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회상의 글에서 춘천은 무슨 의미인가.

춘천을 다녀온 후 문득 떠오른 이 의문이 생뚱맞다.

어렴풋이 생각나는 학창 시절에 배운 기억으로는 ‘별 의미 없다’인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게 별 의미 없을 리가 없다.

춘천 청평사, 소양호의 너무 달달한 봄바람

봄을 맞아 배타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언제가도 춘천의 느낌은 마냥 좋다.

이런 이미지를 결정짓는 데는 역시나 강과 호수의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다.

춘천 청평사, 소양호의 너무 달달한 봄바람

그런데 남부지방을 온통 꽃으로 뒤덮은 봄은 강원도 내륙의 이 아름다운 곳까지 깊숙하게 도달하진 않은 듯하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도 작은 크기가 아니다.

통일된 조국이라면 함경도에서 스키 타다가 제주에서 꽃놀이 하는 여행계획을 세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춘천을 간질이는 봄바람은 무채색의 겨울 풍경에 물감을 찍어 꽃만 그려놓은 듯하다.

요즘 디지털 카메라 식으로 말하면 색 추출 기능을 사용한 것 같지만, 지난주 춘천의 봄은 딱 이 정도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춘천을 가야겠다면 그땐 만개한 춘천의 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서둘러 글을 쓰는 이유다.

춘천 청평사, 소양호의 너무 달달한 봄바람

청평사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를 단단히 했다. 주말 게으름을 피우다 출발하면 또다시 애매한 시간에 도착할까봐 아예 금요일 저녁을 양평에서 머물렀다.

그리고 청평사를 향하는 배에 올랐다.

소양강댐에 몇 번째 오지만 배를 타는 것은 처음.

춘천 청평사, 소양호의 너무 달달한 봄바람

배를 타고 내리면 바로 청평사인줄 알았지만, 조금 걷는다.

근데 이게 딱 좋을 만큼의 거리다. 완전 평지도 아니지만 숨이 헐떡이는 산길도 아닌 길을 걷다보면 파란 하늘에 연등이 휘날린다.

춘천 청평사, 소양호의 너무 달달한 봄바람

청평사로 가는 길은 제대로 일상에서 탈출한 느낌이다. 10여분 호수에서 배를 타면서 들뜨기 시작해서 계곡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순식간에 무장해제 당한다.

계곡물이 이렇게 깨끗할 수가 없다. 이 정도가 되려면 두어 시간 산을 타야 하는 첩첩 산중이어야 하지 않는가.

며칠 전 비가 왔다더니 구성 폭포의 물 떨어지는 소리도 힘차다.

춘천 청평사, 소양호의 너무 달달한 봄바람

이런 곳에 걸터앉아 친구들과 도시락을 펼쳐놓으면 뭐 흔한 말로 인생 더 바랄게 있겠는가.

내려오는 길에 감자전에 막걸리까지 한잔 걸치면 이런 게 사는 맛이고 인생의 봄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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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 이런.

청평사로 가는 방법이 이제는 배를 타고 가는 것만이 아니다. 대중교통이 어려울 뿐 자동차를 이용하면 육로로도 갈수 있다.

쉽게 얘기하면 여기는 연인들이 배시간이 끝났느니 말았느니 하는 고전적인 콩트를 찍을 수 없는 곳이다. 뭐 모른다면 쇼는 계속되겠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우기다간, 상대방이 콜택시를 부르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트레블라이프=양혁진 an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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