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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시 원덕읍은 경상북도 울진군과 불과 3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강원도 최남단의 마을이다. 삼척 시내에서 차를 타고 약 30분을 더 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세계 최대 규모급인 LNG(액화천연가스)생산기지가 자리하고 있다.
원래 이곳은 아름다운 해안선과 맑은 물빛을 가진 바다가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호산해수욕장과 가곡천 사이로 월천해변이 있던 곳이다. 특히나 가곡천 하구에는 영국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가 촬영해 한때 유명세를 떨쳤던 솔섬이 자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곳을 처음 접하게 된 때는 지난 2005년 여름휴가 때였다. 휴가 절정기가 한창인 그 당시 물이 맑은 바닷가에서 한가하게 여름을 보내고 싶어 삼척으로 갔으나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남으로 남으로’ 내려갔다.
이윽고 원덕읍내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아냈다. 맹글맹글한 돌맹이가 가득한 해안가에 발이 닿지 않는 깊이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바다. 파도가 칠 때마다 ‘짜르르르’ 돌맹이 구르는 소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호산해수욕장이었다.
이곳은 과연 최고의 휴양지였다. 인적이 드문 조그만 바닷가에 옆에는 해안선이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조그만 해망산이 있었다. 그 반대편에는 물이 차고 시원한 가곡천이 흐르고 있고 개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는 길다란 해송이 자란 신비로운 느낌의 모래톱도 있었다.
가곡천 건너편에는 또 다른 느낌의 물 색깔과 모래, 자갈이 섞여있는 해안이 일품인 월천해변도 있었다. 2박3일 동안 호산해수욕장과 가곡천, 월천해변을 오가며 신나게 놀았다. 이후 여름은 물론 시시때때로 이곳을 찾았다. 휴가철에는 거리가 멀다고 주저하는 친구들을 설득해 매번 흡족한 마음으로 지내다 돌아갔고 일상에 지칠 때에는 급작스레 차를 몰고 내려가곤 했다. 당시 호산해수욕장에 있던 조그만 해변 호텔은 분위기는 물론 소위 ‘가성비’가 좋아 그곳에 머물며 바다를 보고 마음을 씻곤 했다.
하지만 이내 얼마지 않아 이곳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접했다. 가스생산기지가 들어선다는 것. 개발과 지역경제발전을 위한 결정이란다. 하기야 한여름 휴가 절정기에도 인적이 드믄 곳이니 그곳 해안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리는 만무했다. 하지만 이대로 숨겨진 휴양지가 사라진다고 하니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즈음 마이클 케나의 사진 한 장이 세간을 들썩이게 했다. 호수처럼 고요한 가곡천 저편에 소나무들이 조그만 섬에 서있는 흑백사진, 바로 솔섬이었다. 솔섬은 모 항공사의 광고사진 표절논란과 함께 화제를 모았고 ‘사진꾼’들에게 최고의 출사지로 시선을 모았다. 그래서 내심 가스생산기지 건설 계획이 철회되길 바랐다.
하지만 가스생산기지 건설은 계획대로 진행됐고 다만 솔섬과 해망산은 남겨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한해가 갈수록 지역의 민가는 빈집이 되기 시작했고 인적이 드문 해안가는 더욱 사람이 줄어들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대규모 건설현장이 들어섰다. 이 후로는 그곳을 더 이상 찾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삼척을 최근에야 다시 찾았고 추억을 더듬기 위해 원덕읍을 다시 찾았다. 하지만 이전의 모습은 기억이 안날 정도로 달라진 모습이다. 해망산은 가스기지 안으로 들어가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었고 솔섬은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나아졌을 정도로 콘크리트 풍경 앞에 서있었다. 월천해변은 더욱 심각했다. 모래와 자갈이 넓게 깔린 해변은 흔적조차 사라져 테트라포드가 흉물스럽게 뒤덮고 있었다.
이제는 사라진 바다와 거대한 가스생산기지 앞에서 한 가지 궁금점이 들었다. 만약 호산해수욕장과 솔섬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있었다면 이곳은 지금의 삼척관광 호황의 수혜를 입을 수 있었을까. 충분히 가능성이 높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뒤늦게 알려진 솔섬의 유명세는 비록 대도시와는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어쩌면 상상 그 이상으로 사람들이 몰렸을지도 모른다.
삼척의 달라진 관광환경을 보고 있자면 사라진 해변의 아쉬움은 더욱 크다. 물론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곳 가스기지를 무조건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과 개발의 대척점 사이에서 좀 더 나은 대안을 고려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은 남는다. 원덕읍에는 가스생산기지에 이어 화력발전소도 들어설 예정이다. 점점 더 자연과는 멀어지는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윤겸 gemi@hotm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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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곳은 아름다운 해안선과 맑은 물빛을 가진 바다가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호산해수욕장과 가곡천 사이로 월천해변이 있던 곳이다. 특히나 가곡천 하구에는 영국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가 촬영해 한때 유명세를 떨쳤던 솔섬이 자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곳을 처음 접하게 된 때는 지난 2005년 여름휴가 때였다. 휴가 절정기가 한창인 그 당시 물이 맑은 바닷가에서 한가하게 여름을 보내고 싶어 삼척으로 갔으나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남으로 남으로’ 내려갔다.
이윽고 원덕읍내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아냈다. 맹글맹글한 돌맹이가 가득한 해안가에 발이 닿지 않는 깊이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바다. 파도가 칠 때마다 ‘짜르르르’ 돌맹이 구르는 소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호산해수욕장이었다.
이곳은 과연 최고의 휴양지였다. 인적이 드문 조그만 바닷가에 옆에는 해안선이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조그만 해망산이 있었다. 그 반대편에는 물이 차고 시원한 가곡천이 흐르고 있고 개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는 길다란 해송이 자란 신비로운 느낌의 모래톱도 있었다.
가곡천 건너편에는 또 다른 느낌의 물 색깔과 모래, 자갈이 섞여있는 해안이 일품인 월천해변도 있었다. 2박3일 동안 호산해수욕장과 가곡천, 월천해변을 오가며 신나게 놀았다. 이후 여름은 물론 시시때때로 이곳을 찾았다. 휴가철에는 거리가 멀다고 주저하는 친구들을 설득해 매번 흡족한 마음으로 지내다 돌아갔고 일상에 지칠 때에는 급작스레 차를 몰고 내려가곤 했다. 당시 호산해수욕장에 있던 조그만 해변 호텔은 분위기는 물론 소위 ‘가성비’가 좋아 그곳에 머물며 바다를 보고 마음을 씻곤 했다.
하지만 이내 얼마지 않아 이곳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접했다. 가스생산기지가 들어선다는 것. 개발과 지역경제발전을 위한 결정이란다. 하기야 한여름 휴가 절정기에도 인적이 드믄 곳이니 그곳 해안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리는 만무했다. 하지만 이대로 숨겨진 휴양지가 사라진다고 하니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즈음 마이클 케나의 사진 한 장이 세간을 들썩이게 했다. 호수처럼 고요한 가곡천 저편에 소나무들이 조그만 섬에 서있는 흑백사진, 바로 솔섬이었다. 솔섬은 모 항공사의 광고사진 표절논란과 함께 화제를 모았고 ‘사진꾼’들에게 최고의 출사지로 시선을 모았다. 그래서 내심 가스생산기지 건설 계획이 철회되길 바랐다.
하지만 가스생산기지 건설은 계획대로 진행됐고 다만 솔섬과 해망산은 남겨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한해가 갈수록 지역의 민가는 빈집이 되기 시작했고 인적이 드문 해안가는 더욱 사람이 줄어들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대규모 건설현장이 들어섰다. 이 후로는 그곳을 더 이상 찾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삼척을 최근에야 다시 찾았고 추억을 더듬기 위해 원덕읍을 다시 찾았다. 하지만 이전의 모습은 기억이 안날 정도로 달라진 모습이다. 해망산은 가스기지 안으로 들어가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었고 솔섬은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나아졌을 정도로 콘크리트 풍경 앞에 서있었다. 월천해변은 더욱 심각했다. 모래와 자갈이 넓게 깔린 해변은 흔적조차 사라져 테트라포드가 흉물스럽게 뒤덮고 있었다.
이제는 사라진 바다와 거대한 가스생산기지 앞에서 한 가지 궁금점이 들었다. 만약 호산해수욕장과 솔섬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있었다면 이곳은 지금의 삼척관광 호황의 수혜를 입을 수 있었을까. 충분히 가능성이 높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뒤늦게 알려진 솔섬의 유명세는 비록 대도시와는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어쩌면 상상 그 이상으로 사람들이 몰렸을지도 모른다.
삼척의 달라진 관광환경을 보고 있자면 사라진 해변의 아쉬움은 더욱 크다. 물론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곳 가스기지를 무조건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과 개발의 대척점 사이에서 좀 더 나은 대안을 고려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은 남는다. 원덕읍에는 가스생산기지에 이어 화력발전소도 들어설 예정이다. 점점 더 자연과는 멀어지는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윤겸 gemi@hotm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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