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포인트] 뭍이 된 섬, ‘대무의도’와 ‘소무의도’를 종주하다

[산행 포인트] 뭍이 된 섬, ‘대무의도’와 ‘소무의도’를 종주하다

2020.06.11. 오후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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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룡곡산 조망쉼터에서 내려다 보이는 광명항과 소무의도

잠진도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배를 타고 건너야 했던 섬
큰 섬 대무의도와 작은 섬 소무의도가 사이좋게 마주 보고 있는 섬

잠진도 선착장과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을 무시로 오갔던 배 두 척이 바다 한가운데에 한가로이 떠 있다. 대무의도와 소무의도에 이어 잠진도와 무의도가 연도교로 연결되면서 뭍과 섬은 완전히 하나가 되면서 이제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의 호젓함은 사라졌다. 승선 시간이 고작 5분이었지만 뱃머리에 서서 섬 여행의 설렘을 만끽하던 일은 이제 영영 추억으로 남게 된 것이다.

무의도는 섬 양쪽에 높은 봉우리인 국사봉과 호룡곡산이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광명항으로 하산한 후 다리를 건너면 소무의도까지도 다녀올 수 있다. 아담한 두 산을 오르내리고 소무의도 둘레길을 걸으면서 고깃배가 들락거리는 아담한 포구와 정겨운 섬마을 풍경과 푸른 바다를 두루 즐길 수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가깝고 친근한 섬이 되는 바람에 수도권의 섬 산행지로 인기가 아주 높다.

오늘 무의도 종주 트레킹은 무의도 입구의 큰무리선착장에서 시작하여 국사봉과 무의도에서 제일 높은 호룡곡산에 오른 후 광명항으로 하산, 인도교를 건너서 소무의도의 무의누리길을 한 바퀴 도는 코스(총 12km, 5시간 정도 소요)로 진행한다.


△ 무의도 트레킹이 시작되는 큰무리 선착장 입구

등산로 입구에서 계단을 올라서면 폭신폭신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는 촉감 좋은 흙길이 기다린다. 송림 사이로 바람에 실린 파도 소리가 이어지고 이따금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도 들려온다. 야트막한 야산이지만 아기자기한 숲길을 따라 쉬엄쉬엄 걷는 산오름은 즐겁기만 하다. 길이 완만해 대화를 나누며 걸어도 호흡이 편안하다. 무의도 등줄기인 국사봉과 호룡곡산이 하나로 이어져 길 잃을 염려 없고,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어 초행길이라도 마음 편하게 오를 수 있다.

매운 해풍에 몸을 낮춘 소나무들이 그늘 없는 길을 만들어주는 바람에 숲속은 따스한 햇살로 가득하다. 참나무가 많은 산길을 걷다 보면 당산에 이른다. 당집은 없는데 당목이 형형색색 띠를 두르고 세월을 머금고 있다. 조상 대대로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해온 섬사람들이 어찌 용왕님과 산신령님께 기도하지 않을 수 있으랴. 당나무를 지나면 실미도가 잘 보이는 전망터가 나온다. 실미도는 무의도에 딸린 부속 섬으로 이 섬을 배경으로 한 ‘실미도’가 영화로 만들어져 모섬인 무의도도 덩달아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살지 않는 그 섬으로 가는 길은 물이 빠져야 드러난다. 이어지던 숲길은 차도가 있는 봉오리재에서 끊어지고 여기서 실미도와 큰무리선착장, 국사봉으로 가는 길로 나뉜다.



△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실미도와 실미해변이 가깝게 보인다.

국사봉으로 가는 길은 더없이 너그럽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숲속을 따라가면 헬기장이 나오고 이어서 바로 앞에 국사봉이 보인다. 너른 임도를 지나 다시 숲으로 들어가면 계단길이 이어지고 제법 경사가 있는 숲길은 한낮에도 햇살 한 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송림이 울창하다. 산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고요한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향에 젖어 오르다 보면 환하게 열린 하늘 아래 좋은 쉼터가 되어주는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좌로는 하나개해수욕장, 우로는 실미도, 바로 앞에는 대부도와 선재도, 영흥도가 보인다. 전망대 바로 위에 국사봉 표지석과 전망데크가 있는데, 여기서 금동불상과 수백 점의 토우(土偶)가 발견되고 남쪽 기슭에 절터가 있어 ‘국사봉(國寺峰)’으로 부른다고 한다. 정면으로 잠진도와 무의도를 잇는 무의대교와 영종도가, 오른쪽으로는 가야 할 호룡곡산이 보인다.


△ 2019년 개통된 무의대교. 이로써 무의도는 뭍이 되었다.


△ 국사봉 정상(230m) 표지석 너머로 잠진도, 무의대교, 영종도 미시란 해변이 차례로 얼굴을 내민다.

국사봉에서 호룡곡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고도를 낮추어 도로가 있는 구름다리까지 내려가야 한다. 등로는 소사나무 군락이 독특한 정경을 만들어낸다. 길 위에 쌓인 소사나무 낙엽들이 발밑에서 바스락바스락 콧노래를 불러준다. 내려서는 등로 오른쪽으로 서해바다가, 왼쪽으로 인천공항이 펼쳐진다. 산자락 아래로 펼쳐진 제법 너른 들판에 기댄 포내마을은 예전에는 마을 안까지 어선들이 드나들었던 포구마을이었지만 지금은 간척사업으로 포구의 흔적만 남아있다.


△ 호룡곡산 오른쪽으로 하나개해수욕장이 보인다. 하나개해수욕장 은빛 물결은 산행 내내 산 친구가 되어준다.

구름다리를 지나 경사가 있는 계단을 올라서면 호룡곡산 가는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진다. 뒤돌아보면 호룡곡산 자락에 등을 기대고 있는 국사봉과 지나온 능선길이 아련하게 보인다. 이윽고 전망이 트인 능선에 올라서면 바위틈에서 잘 자란 소나무 한 그루가 서있는 조망쉼터에서 서서 바다를 바라본다. 오늘따라 서해바다 빛이 푸르디푸르다.

전망쉼터에서 제법 가파른 능선을 올라서면 드디어 호룡곡산 정상이다. 육지의 산이라면 낮은 언덕 급인데 섬 산이라서 해발로 오르게 되니 246m를 제대로 오른 것이다. 호룡곡산(虎龍谷山)은 산 아래에서 보면 호랑이의 유연한 등허리같이 부드러운 능선과 용의 비늘처럼 군데군데 자리한 바위들이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정상의 전망데크에 서면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풍광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푸른 해송을 배경으로 깨끗한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 하나개해수욕장은 바다와 숲의 정취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고 날씨가 맑은 날이면 인근의 소무의도는 물론 영흥도와 선재도, 대부도, 멀리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덕적도까지 보인다.


△ 하나개해수욕장이 붉은빛으로 물드는 이곳 낙조는 수도권 최고의 일몰 명소다.

호룡곡산 정상에서는 하나개해수욕장 가는 길과 광명항 가는 길로 나뉜다. 정상에서 광명항으로 내려서는 길은 제법 가파른 바윗길이다. 소나무, 갈참나무와 굴참나무, 물푸레나무 군락 숲길 사이로 간간이 연분홍 꽃잎의 철쭉이 수줍은 듯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배나무 밭이 있던 등산로 초입에는 펜션 단지가 들어섰고, 산길은 바다가 있는 광명항에 도착해서야 끝이 난다. 광명항은 섬 주민들에게 샘꾸미로도 불리는 작은 어항으로 소무의도로 가는 배가 출발하던 포구였다.

2011년 개통된 소무의도 인도교는 404m 길이로 사람과 자전거만 갈 수 있다. 소무의 인도교 건너 갯벌이 드러난 떼무리포구에는 고깃배 대여섯 척이 물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포구 앞 어촌 마을에는 원색 지붕을 얹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섬마을 정취를 뽐낸다. 소무의도 인도교부터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무의바다누리길은 소무의도 해안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다.

소무의인도교 - 마주 보는 길 - 떼무리길 - 부처깨미길 - 몽여해변길 - 명사의 해변길 - 해녀섬길 - 키 작은 소나무길 등 8구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총 거리는 2.4km밖에 되지 않는다. 서해바다의 수려한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1구간인 소무의도 인도교를 지나 포구 방파제를 따라 난 2구간 ‘마주 보는 길’을 따라 본격적인 소무의도 여행이 시작된다. 당산이 있는 그윽한 숲길이 있는 3구간 ‘떼무리길’을 지나면 4구간 ‘부처깨미(꾸미)길’인데 바닷가를 따라 만들어진 나무 데크길이 아름답다. 이어서 초승달 모양을 한 바닷가 마을이 나오는데 예쁘고 아담한 카페들이 모여 있는 5구간 ‘몽여해변길’이다. 이곳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앞 바다에 떠있는 대부도, 영흥도, 선재도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 몽여해변. 마치 초승달 모양을 하고 있다.

산으로 난 계단 길을 올랐다가 다시 경사가 급한 계단을 따라 바닷가로 내려가면 6구간 ‘명사의 해변길’에 도착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가족이 휴양 왔던 곳이라 하여 이름 붙은 작은 몽돌 해변인데 뒤로 우뚝 선 절벽이 해변을 감싸고 있다. 급경사의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7구간 ‘해녀섬길’이 나온다.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해녀섬은 전복 캐는 해녀가 물질하다가 쉬던 곳이라고 한다.

△ 소무의도에서 가장 경치가 뛰어난 곳이 해녀도다.

나무계단을 10분 정도 오르면 74m 높이의 안산 정상에 있는 정자 하도정이 나온다. 하도정 주변에 해풍 맞고 자란 소나무가 많다고 하여 이 구간을 8구간 ‘키 작은 소나무길’이라고 부른다. 정자에 올라서 바라보는 서해 바다와 대부도, 영흥도 풍광이 가히 압권이다. 여기서 바닷가로 난 길로 계속 가면 인도교로 내려서는 무의누리길의 마지막 구간이 나온다.

△ 안산에서 내려가는 발아래로 1구간 ‘소무의도 인도교’가 보인다.

사방으로 탁 트인 소무의도 인도교 위로 거친 바다 바람이 분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광명항과 떼머리포구 선착장에는 할 일 없는 배들만 한가롭게 떠있다.

섬은 이별하는 존재다. 그래서 섬은 기다리는 존재다. 기다리지 않는 섬은 섬이 아니다.
섬 아닌 섬이 되어버린 대무의도와 소무의도
마음으로부터 이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에
갈매기 나는 포구에서 나지막하게 외쳐 본다.

“그래도 섬은 섬이다.”

제공 = 국내유일 산 전문채널 마운틴TV (명예기자 여계봉)
www.mountain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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