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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평 소리산은 협곡의 절벽 높이가 200m에 이르는 작지만 옹골찬 산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은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하게 산에 올라 땀을 듬뿍 흘린 후 청정 계곡에서 물소리와 새소리 들으며 무더위와 산행의 피로를 날려 보내는 사이다 같이 시원한 산행이 단연 최고다.
기자가 며칠 전 다녀온 양평군 단월면 석산리에 있는 소리산(479m)은 강원도 홍천군과 인접해 있는데, 그리 높지 않지만, 산세가 험하고 소금강(小金剛)이라고 불릴 정도로 숲이 울창하고 계곡이 아름답다. 널리 알려진 산은 아니지만, 여름에는 산행을 겸한 피서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그 이유는 정상까지 코스는 짧지만, 직벽의 절벽 곁에서 오르는 산오름이 인상적이고, 전망대에 서면 봉미산과 용문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산군을 조망할 수 있으며, 햇빛 한 점 스며들지 않는 원시림에서 힐링 산림욕을 할 수 있고, 하산해서는 맑은 계곡에서 시원한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돌아가는 길에 소리산 소금강 가까운 곳에 있는 석산 약수터에 들러 약수 한잔 들이키면 그 시원함에 온몸 폐부 깊숙이까지 전율한다.
소리산은 수리산이 변한 말이라고 하는데, 이 산에 독수리들이 많이 살았거나 아니면 독수리 모양을 한 바위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늘 산행은 석산리 소금강 입구에서 징검다리를 건너고 수리바위와 출세봉을 거쳐 소리산 정상에 오른 후 삼거리에서 스을 따라 논골재와 산림욕장을 거쳐 소금강 입구로 원점회귀하는데 총 6km, 3시간 정도 걸린다.
△ 소금강 유원지 입구의 소리산 등산 안내도. 보통 산행은 여기서 출발한다.
어느새 성큼 다가온 여름 기운이 거셀수록 녹음에 드리운 그림자는 그만큼 짙은데 그런 갈맷빛의 소리산 산그늘로 꾸역꾸역 밀고 들어간다. 징검다리를 건너 처음 나오는 이정표에서 산 속으로 방향을 잡아 오르면 계류에 면한 산록의 급경사를 따라 밀림처럼 빽빽이 들어선 숲에 접어들게 된다. 숲 가운데 폭포 주위에는 나무가 많아 대낮에도 컴컴할 정도로 어둡고, 숲속 계류에서는 냉기가 흘러넘쳐 가벼운 한기가 몸에 배인다.
△ 작은 폭포가 흐르는 깊은 원시림 계곡에는 여름은 없다.
협곡은 폭포 위로 조금 더 계속되다가 길은 왼쪽 산록을 타고 올라가고 숲도 어느새 굴참나무숲으로 바뀐다. 왼쪽 절벽에서 미세한 바람이 분다.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서로의 낮은 숨결마저도 읽을 수 있는 그런 바람이 분다.
숲을 벗어나면 차츰 능선이 가까워지면서 단애가 능선 한 쪽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멋진 노송이 단애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가지들을 한들거리는 전망대에 닿는다. 바위 전망대에서 보면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봉미산이고, 왼쪽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도일봉이다. 그 사이로 옅은 구름 속에 용문산이 육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전망대에서는 도저히 가까이 다가서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가 없다. 높이가 200m 가까이 되는 직벽에 가까운 단애이다. 거의 90도의 직벽이라 자주 사고가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서면 미세한 바람결에도 머리털이 쭈뼛쭈뼛해진다. 송나라의 장사선사는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즉, ‘백 척 되는 장대 꼭대기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라’라고 했는데.
△ 전망대 정면으로 보이는 봉미산(鳳尾山). 용문산 북쪽 끝 봉우리라는 뜻이다.
출세봉을 지나면 능선 오른쪽에 바람굴이 나온다. 돌무더기 아래 작은 바람구멍에서 일 년 내내 바람이 나오는데 겨울에는 손을 녹일 정도로 따뜻한 바람이, 여름에는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나온다는데 그동안 몇 번이나 와서 검증을 했건만 결과는 늘 신통찮다.
거친 능선과 산록에 비해 수리산 정상은 의외로 평범하다. 소리산은 주변의 산들에 비하면 높지는 않으나 바위 절벽이 발달되어 있고 계곡이 깊어 그야말로 야성이 살아있는 산이다. 단애 반대쪽의 평탄하고 비옥한 산록에는 굴참나무가, 바위와 단애가 있는 절벽 주위에는 소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서쪽으로 용문산, 도일봉, 중원산, 봉미산 산군이 잘 조망된다.
△ 소리산 정상(479m). 정상석 너머로 화야산, 호명산, 봉화산까지 조망된다.
정상 아래로는 아찔한 단애와 함께 어우러진 노송이 자리하고 그 아래로 비단결 같은 시심이 석산계곡에 흐른다. 3월에는 이곳 일대에서 고로쇠 축제가 열린다. 마을 뒤로는 노고산과 종자산 산군이 겹겹이 서 있다.
△ 정상 단애 아래로 보이는 산자락 마을과 석산계곡 경관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정상에서 가파른 하산 길을 따라 내려오면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돌고개마을 방향으로 길을 잡고 내려오면 임도가 나오는데 임도를 따라가면 양평 소리산 헬스투어 코스로 연결된다. 이 길은 양평군에서 최근에 만든 헬스투어 코스인데 임도를 활용하여 조성한 둘레길이다. 산자락에 걸친 임도를 따라 계속 가면 임도가 끝나는 곳에 논골재가 나온다. 여기서 왼쪽으로 길을 잡아 산을 오르면 계속 작은 봉우리가 이어지는 산행이 계속되고 오른쪽 숲으로 들어가면 산림욕장이 나온다.
△ 양평 헬스투어 소리산 코스. 임도를 활용하여 조성한 둘레길이다.
숲으로 들어서니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은 빛 한줄기 숨어들지 못하게 빼곡한 숲 그늘을 만들어 놓았다. ‘횡와외기욕’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산림욕장이다. 숲길 옆으로는 개울물이 흐르고 숲이 얼마나 무성한지 하늘이 캄캄해 보이고 바람조차 들지 않는다. 주변에 서 있는 초목들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향기가 진하다.
△ 휴양림 장의자에 누우면 여린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높은 곳을 쫓아 땀을 흘리며 다녀온 산자락에는 어김없이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제 몸을 낮추어 흐르는 물길이 산객을 기다리고 있다. 산행 들머리 근처에 있는 선녀탕에서 산행의 열기를 씻어낸다. 인적 드문 계곡 물가에 주저앉아 배낭을 풀고, 신발 끈도 풀고, 긴장의 끈도 풀고, 근심도 훌훌 풀어서 물길 따라 흘려보낸다. 물속에 들어가 고개를 드니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고요히 흐른다. 천상 세계가 따로 없다. 선녀가 없어도 여기가 바로 극락이다.
골바람이 통하는 선녀탕 물속의 편평한 바위 위에 식탁을 차린다. 집에서 싸 온 조촐그한 음식들이 바위 식탁 위에 펼쳐지는 순간 지구상 최고의 성찬으로 변한다. 발을 물속에 담그고 한 끼 식사를 즐기는 동안 세상 모든 근심은 계곡에 부는 골바람을 타고 사라진다.
사람 인(人)자는 서로 기대고 있는 인간을 형상화한 것이다. 인생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없는 인생은 의미가 없는 인생이다. 산의 모양이 '人'자를 닮지 않았는가? 그래서 동반자인 친구들과 매주 함께 하는 산행은 자연의 섭리에 부응하며 사는 삶이 아닐는지.
제공 = 국내유일 산 전문채널, 마운틴TV (명예기자 여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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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은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하게 산에 올라 땀을 듬뿍 흘린 후 청정 계곡에서 물소리와 새소리 들으며 무더위와 산행의 피로를 날려 보내는 사이다 같이 시원한 산행이 단연 최고다.
기자가 며칠 전 다녀온 양평군 단월면 석산리에 있는 소리산(479m)은 강원도 홍천군과 인접해 있는데, 그리 높지 않지만, 산세가 험하고 소금강(小金剛)이라고 불릴 정도로 숲이 울창하고 계곡이 아름답다. 널리 알려진 산은 아니지만, 여름에는 산행을 겸한 피서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그 이유는 정상까지 코스는 짧지만, 직벽의 절벽 곁에서 오르는 산오름이 인상적이고, 전망대에 서면 봉미산과 용문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산군을 조망할 수 있으며, 햇빛 한 점 스며들지 않는 원시림에서 힐링 산림욕을 할 수 있고, 하산해서는 맑은 계곡에서 시원한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돌아가는 길에 소리산 소금강 가까운 곳에 있는 석산 약수터에 들러 약수 한잔 들이키면 그 시원함에 온몸 폐부 깊숙이까지 전율한다.
소리산은 수리산이 변한 말이라고 하는데, 이 산에 독수리들이 많이 살았거나 아니면 독수리 모양을 한 바위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늘 산행은 석산리 소금강 입구에서 징검다리를 건너고 수리바위와 출세봉을 거쳐 소리산 정상에 오른 후 삼거리에서 스을 따라 논골재와 산림욕장을 거쳐 소금강 입구로 원점회귀하는데 총 6km, 3시간 정도 걸린다.
△ 소금강 유원지 입구의 소리산 등산 안내도. 보통 산행은 여기서 출발한다.
어느새 성큼 다가온 여름 기운이 거셀수록 녹음에 드리운 그림자는 그만큼 짙은데 그런 갈맷빛의 소리산 산그늘로 꾸역꾸역 밀고 들어간다. 징검다리를 건너 처음 나오는 이정표에서 산 속으로 방향을 잡아 오르면 계류에 면한 산록의 급경사를 따라 밀림처럼 빽빽이 들어선 숲에 접어들게 된다. 숲 가운데 폭포 주위에는 나무가 많아 대낮에도 컴컴할 정도로 어둡고, 숲속 계류에서는 냉기가 흘러넘쳐 가벼운 한기가 몸에 배인다.
△ 작은 폭포가 흐르는 깊은 원시림 계곡에는 여름은 없다.
협곡은 폭포 위로 조금 더 계속되다가 길은 왼쪽 산록을 타고 올라가고 숲도 어느새 굴참나무숲으로 바뀐다. 왼쪽 절벽에서 미세한 바람이 분다.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서로의 낮은 숨결마저도 읽을 수 있는 그런 바람이 분다.
숲을 벗어나면 차츰 능선이 가까워지면서 단애가 능선 한 쪽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멋진 노송이 단애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가지들을 한들거리는 전망대에 닿는다. 바위 전망대에서 보면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봉미산이고, 왼쪽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도일봉이다. 그 사이로 옅은 구름 속에 용문산이 육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전망대에서는 도저히 가까이 다가서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가 없다. 높이가 200m 가까이 되는 직벽에 가까운 단애이다. 거의 90도의 직벽이라 자주 사고가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서면 미세한 바람결에도 머리털이 쭈뼛쭈뼛해진다. 송나라의 장사선사는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즉, ‘백 척 되는 장대 꼭대기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라’라고 했는데.
△ 전망대 정면으로 보이는 봉미산(鳳尾山). 용문산 북쪽 끝 봉우리라는 뜻이다.
출세봉을 지나면 능선 오른쪽에 바람굴이 나온다. 돌무더기 아래 작은 바람구멍에서 일 년 내내 바람이 나오는데 겨울에는 손을 녹일 정도로 따뜻한 바람이, 여름에는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나온다는데 그동안 몇 번이나 와서 검증을 했건만 결과는 늘 신통찮다.
거친 능선과 산록에 비해 수리산 정상은 의외로 평범하다. 소리산은 주변의 산들에 비하면 높지는 않으나 바위 절벽이 발달되어 있고 계곡이 깊어 그야말로 야성이 살아있는 산이다. 단애 반대쪽의 평탄하고 비옥한 산록에는 굴참나무가, 바위와 단애가 있는 절벽 주위에는 소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서쪽으로 용문산, 도일봉, 중원산, 봉미산 산군이 잘 조망된다.
△ 소리산 정상(479m). 정상석 너머로 화야산, 호명산, 봉화산까지 조망된다.
정상 아래로는 아찔한 단애와 함께 어우러진 노송이 자리하고 그 아래로 비단결 같은 시심이 석산계곡에 흐른다. 3월에는 이곳 일대에서 고로쇠 축제가 열린다. 마을 뒤로는 노고산과 종자산 산군이 겹겹이 서 있다.
△ 정상 단애 아래로 보이는 산자락 마을과 석산계곡 경관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정상에서 가파른 하산 길을 따라 내려오면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돌고개마을 방향으로 길을 잡고 내려오면 임도가 나오는데 임도를 따라가면 양평 소리산 헬스투어 코스로 연결된다. 이 길은 양평군에서 최근에 만든 헬스투어 코스인데 임도를 활용하여 조성한 둘레길이다. 산자락에 걸친 임도를 따라 계속 가면 임도가 끝나는 곳에 논골재가 나온다. 여기서 왼쪽으로 길을 잡아 산을 오르면 계속 작은 봉우리가 이어지는 산행이 계속되고 오른쪽 숲으로 들어가면 산림욕장이 나온다.
△ 양평 헬스투어 소리산 코스. 임도를 활용하여 조성한 둘레길이다.
숲으로 들어서니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은 빛 한줄기 숨어들지 못하게 빼곡한 숲 그늘을 만들어 놓았다. ‘횡와외기욕’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산림욕장이다. 숲길 옆으로는 개울물이 흐르고 숲이 얼마나 무성한지 하늘이 캄캄해 보이고 바람조차 들지 않는다. 주변에 서 있는 초목들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향기가 진하다.
△ 휴양림 장의자에 누우면 여린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높은 곳을 쫓아 땀을 흘리며 다녀온 산자락에는 어김없이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제 몸을 낮추어 흐르는 물길이 산객을 기다리고 있다. 산행 들머리 근처에 있는 선녀탕에서 산행의 열기를 씻어낸다. 인적 드문 계곡 물가에 주저앉아 배낭을 풀고, 신발 끈도 풀고, 긴장의 끈도 풀고, 근심도 훌훌 풀어서 물길 따라 흘려보낸다. 물속에 들어가 고개를 드니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고요히 흐른다. 천상 세계가 따로 없다. 선녀가 없어도 여기가 바로 극락이다.
골바람이 통하는 선녀탕 물속의 편평한 바위 위에 식탁을 차린다. 집에서 싸 온 조촐그한 음식들이 바위 식탁 위에 펼쳐지는 순간 지구상 최고의 성찬으로 변한다. 발을 물속에 담그고 한 끼 식사를 즐기는 동안 세상 모든 근심은 계곡에 부는 골바람을 타고 사라진다.
사람 인(人)자는 서로 기대고 있는 인간을 형상화한 것이다. 인생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없는 인생은 의미가 없는 인생이다. 산의 모양이 '人'자를 닮지 않았는가? 그래서 동반자인 친구들과 매주 함께 하는 산행은 자연의 섭리에 부응하며 사는 삶이 아닐는지.
제공 = 국내유일 산 전문채널, 마운틴TV (명예기자 여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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