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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재판장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피의자들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7년 등 유죄를 선고하는 판결문을 낭독하자 법정 안 여기저기서 탄식의 한숨과 울음이 터져나왔다.
특정 화학물질과 폐 손상과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최초의 법정 판결이었지만 그 피해 규모와 죄질에 비해서는 형량이 너무나도 미흡했다며 피해자 가족들의 피 맺힌 절규와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은 안전성 실험과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였다.
옥시가 지난 2000년 최초로 내놓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12년간 453만여 개가 판매됐고, 옥시제품에 이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에서도 잇따라 관련 제품을 경쟁하듯이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공식 접수창구인 정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피해를 신고한 5천312명 중 1천6명이 사망자로, 아직도 피해 신고는 계속되고 있다.
피해 사례 신고가 꾸준히 늘어났음에도 제대로 된 피해조사 결과를 들을 수 없어서 가장 답답했던 측은 피해자 가족들이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월 민생 사범 사건으로는 최초로 사건 전담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이후 대대적인 수사가 이루어지면서 원인에 대한 책임 규명이 가능해지자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했던 업체들은 줄줄이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와 보상을 약속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처음 불거진 지 약 5년 반 만에 제조업체 핵심 인물 중 일부가 지난 달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전·현직 법조출입기자들의 모임인 법조언론인클럽(회장 류희림) 은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노승권)’을 ‘올해의 법조인’으로 선정해 시상했다.
‘올해의 법조인’ 시상식이 시행된 지 10년째지만 현직 검찰수사팀에게 이 상이 주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학적 입증이 힘든 사건을 투철한 사명감으로 끈질기고 치밀한 수사를 벌여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검찰 본연의 임무를 수행했다는 점이 심사과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노승권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장은 지난 2015년 12월 서울 중앙지검 1차장으로 부임한 이후 두 달도 안 돼 바로 특별수사팀의 팀장을 맡았다.
수사 시작부터 1심 재판 때까지 공소유지를 하는 등 1년여 동안 이 사건의 수사를 총괄해온 노승권 검사장을 만나봤다.
Q. 법조언론인클럽이 주최한 시상식에서 서울중앙지검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특별수사팀이 ‘올해의 법조인’상을 받았다. 소감은?
검찰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과분한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 작년 1월 27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이라는 간판을 걸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지 이제 막 1년이 넘었다. 후배 검사들과 수사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또, 인과관계 입증에 힘써준 각계 전문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약자의 편에 서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재수사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하다.
지난 2015년 12월에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검사로 부임하면서 형사2부장검사에게서 이 사건에 대한 수사경과를 보고 받았다. 기초 조사는 충실히 잘 되어 있었지만 사안의 중요성이나 난이도 등을 고려할 때 검사 한두 명이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형사2부 소속 검사 전원을 투입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검사 6명과 수사관 5명 등으로 이 사건에 대한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본격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Q. 인체에 유해한 독성 물질이 함유된 제품이 버젓이 시판됐다. 어떻게 이런 화학 물질 판매가 가능했는가?
가습기살균제의 핵심물질로 알려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라는 물질은 제조된 제품에 따라 독성을 검사하는 실험을 해야 한다. 즉, 가습기 살균제로 쓰인 것이니 제조한 당시에 ‘흡입독성실험’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안전성에 대해 안이한 생각을 갖고 실험을 생략했다. 그게 사건을 이렇게 키운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 생각한다.
Q. 수사 단계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제품이 미친 영향, 그러니까 가습기 살균제와 폐 섬유화, 그리고 사망과의 의학적, 과학적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피의자들의 승복을 받아내 인과관계를 인정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애를 많이 썼는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인과관계를 입증함으로써 피의자들이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 국내는 물론 외국전문가까지 동원해 피의자 측과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독성학과 역학, 영상의료학, 병리학 등 관련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과 모여 토론과 검증 과정을 치밀하게 거쳐 결국 인과관계를 입증해냈다. 그 결과, 현재는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과의 인과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게 된 점은 성과라고 자부한다.
Q.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피해자들의 폐 손상과의 인과관계를 어떻게 찾을 수 있었나?
수사초기에 제조판매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서 흡입독성실험이 반드시 필요한데도 그것을 빠뜨렸다는 단서를 확보했다. 이후 질병관리본부의 각종 실험 데이터와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각계 전문가의 전문지식을 수사에 활용해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
Q. 이번 수사에서 가장 큰 보람은?
피해자 유족 대부분이 자식과 아내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그런 피해자와 유족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가해 기업에서 사과와 함께 피해배상을 약속했고, 실제 배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생존한 피해자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의료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늦게나마 이런 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 1심 판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재판 결과도 일정 부분 우리가 진행했던 수사가 이루어낸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제조물 책임을 둘러싸고 각종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을 비롯해 검찰이 주장한 법리가 상당 부분 반영돼 가해자 측에 거의 법정 최고형에 준하는 실형 선고가 이루어졌다. 수사와 달리 재판 절차는 사안의 실체 확인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재판부가 사건의 내용과 책임유무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Q. 헌신적으로 도움을 준분들은?
먼저, 서울아산병원 호흡기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임채만 교수님을 비롯해 임상과 영상, 병리 각 분야 의료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분들은 처음 원인 미상 폐 손상을 발견해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했고, 도경현 교수님은 무려 4만 장이 넘는 폐 CT 사진을 분석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 판정에도 참여하고, 수사와 공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참고인과 증인으로 출석해 인과관계를 밝히는 데 큰 도움을 주셨다.
서울아산병원 이무송 교수님과 한국역학회 회원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인과관계 입증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갖는 것이 역학조사였는데, 이분들의 도움으로 역학조사와 관련된 여러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밖에도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전문의 분들, 독성학 전문가 분들과 검찰에서 주최한 전문가 회의에 참석해주셨던 각 분야 전문가 분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되었다.
Q. 유독성 화학물질로 인한 인명 피해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들이 마련돼야 하나?
사실 화학물질에 대한 안정성 대책 마련은 우리 검찰 영역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제품의 용도별 독성을 확인하는 점검 시스템을 갖추면 이번 사건과 같은 불행한 일이 재발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련 부처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Q. 이번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수사야말로 모처럼 검찰이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앞으로도 검찰이 생활제품으로 인한 사고와 같이 민생과 관련된 수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지?
민생 침해 사범에 대해 나름대로 열심히 수사를 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 어떤 사건보다도 민생 관련 사건에 대해 국민적 관심과 성원이 놀라울 정도로 크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특히 이런 사건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사건 수사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국민생활 안전 사건이나 민생 사건은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가 많은 만큼 검찰이 결코 가볍게 여기거나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는 점도 큰 교훈이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리며 검찰도 더 노력하겠다.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 검사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 검사(검사장)는 지난 1988년 서울 법대를 졸업하고 1989년 사법시험(제31회)에 합격했다. 1992년 검사로 임관해 서울지방검찰청과 대검찰청의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친 뒤 지난 2015년 2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를 역임했다. 2015년 12월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로 부임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수사뿐만 아니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을 진두 지휘해왔다. 평소 치밀하고 빈틈없는 수사력에다 한번 방향을 잡으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추진력으로 선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
[YTN PLUS] 진행 이윤지 앵커, 취재 강승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재판장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피의자들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7년 등 유죄를 선고하는 판결문을 낭독하자 법정 안 여기저기서 탄식의 한숨과 울음이 터져나왔다.
특정 화학물질과 폐 손상과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최초의 법정 판결이었지만 그 피해 규모와 죄질에 비해서는 형량이 너무나도 미흡했다며 피해자 가족들의 피 맺힌 절규와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은 안전성 실험과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였다.
옥시가 지난 2000년 최초로 내놓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12년간 453만여 개가 판매됐고, 옥시제품에 이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에서도 잇따라 관련 제품을 경쟁하듯이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공식 접수창구인 정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피해를 신고한 5천312명 중 1천6명이 사망자로, 아직도 피해 신고는 계속되고 있다.
피해 사례 신고가 꾸준히 늘어났음에도 제대로 된 피해조사 결과를 들을 수 없어서 가장 답답했던 측은 피해자 가족들이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월 민생 사범 사건으로는 최초로 사건 전담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이후 대대적인 수사가 이루어지면서 원인에 대한 책임 규명이 가능해지자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했던 업체들은 줄줄이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와 보상을 약속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처음 불거진 지 약 5년 반 만에 제조업체 핵심 인물 중 일부가 지난 달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전·현직 법조출입기자들의 모임인 법조언론인클럽(회장 류희림) 은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노승권)’을 ‘올해의 법조인’으로 선정해 시상했다.
‘올해의 법조인’ 시상식이 시행된 지 10년째지만 현직 검찰수사팀에게 이 상이 주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학적 입증이 힘든 사건을 투철한 사명감으로 끈질기고 치밀한 수사를 벌여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검찰 본연의 임무를 수행했다는 점이 심사과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노승권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장은 지난 2015년 12월 서울 중앙지검 1차장으로 부임한 이후 두 달도 안 돼 바로 특별수사팀의 팀장을 맡았다.
수사 시작부터 1심 재판 때까지 공소유지를 하는 등 1년여 동안 이 사건의 수사를 총괄해온 노승권 검사장을 만나봤다.
Q. 법조언론인클럽이 주최한 시상식에서 서울중앙지검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특별수사팀이 ‘올해의 법조인’상을 받았다. 소감은?
검찰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과분한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 작년 1월 27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이라는 간판을 걸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지 이제 막 1년이 넘었다. 후배 검사들과 수사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또, 인과관계 입증에 힘써준 각계 전문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약자의 편에 서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재수사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하다.
지난 2015년 12월에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검사로 부임하면서 형사2부장검사에게서 이 사건에 대한 수사경과를 보고 받았다. 기초 조사는 충실히 잘 되어 있었지만 사안의 중요성이나 난이도 등을 고려할 때 검사 한두 명이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형사2부 소속 검사 전원을 투입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검사 6명과 수사관 5명 등으로 이 사건에 대한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본격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Q. 인체에 유해한 독성 물질이 함유된 제품이 버젓이 시판됐다. 어떻게 이런 화학 물질 판매가 가능했는가?
가습기살균제의 핵심물질로 알려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라는 물질은 제조된 제품에 따라 독성을 검사하는 실험을 해야 한다. 즉, 가습기 살균제로 쓰인 것이니 제조한 당시에 ‘흡입독성실험’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안전성에 대해 안이한 생각을 갖고 실험을 생략했다. 그게 사건을 이렇게 키운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 생각한다.
Q. 수사 단계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제품이 미친 영향, 그러니까 가습기 살균제와 폐 섬유화, 그리고 사망과의 의학적, 과학적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피의자들의 승복을 받아내 인과관계를 인정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애를 많이 썼는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인과관계를 입증함으로써 피의자들이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 국내는 물론 외국전문가까지 동원해 피의자 측과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독성학과 역학, 영상의료학, 병리학 등 관련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과 모여 토론과 검증 과정을 치밀하게 거쳐 결국 인과관계를 입증해냈다. 그 결과, 현재는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과의 인과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게 된 점은 성과라고 자부한다.
Q.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피해자들의 폐 손상과의 인과관계를 어떻게 찾을 수 있었나?
수사초기에 제조판매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서 흡입독성실험이 반드시 필요한데도 그것을 빠뜨렸다는 단서를 확보했다. 이후 질병관리본부의 각종 실험 데이터와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각계 전문가의 전문지식을 수사에 활용해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
Q. 이번 수사에서 가장 큰 보람은?
피해자 유족 대부분이 자식과 아내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그런 피해자와 유족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가해 기업에서 사과와 함께 피해배상을 약속했고, 실제 배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생존한 피해자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의료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늦게나마 이런 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 1심 판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재판 결과도 일정 부분 우리가 진행했던 수사가 이루어낸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제조물 책임을 둘러싸고 각종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을 비롯해 검찰이 주장한 법리가 상당 부분 반영돼 가해자 측에 거의 법정 최고형에 준하는 실형 선고가 이루어졌다. 수사와 달리 재판 절차는 사안의 실체 확인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재판부가 사건의 내용과 책임유무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Q. 헌신적으로 도움을 준분들은?
먼저, 서울아산병원 호흡기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임채만 교수님을 비롯해 임상과 영상, 병리 각 분야 의료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분들은 처음 원인 미상 폐 손상을 발견해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했고, 도경현 교수님은 무려 4만 장이 넘는 폐 CT 사진을 분석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 판정에도 참여하고, 수사와 공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참고인과 증인으로 출석해 인과관계를 밝히는 데 큰 도움을 주셨다.
서울아산병원 이무송 교수님과 한국역학회 회원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인과관계 입증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갖는 것이 역학조사였는데, 이분들의 도움으로 역학조사와 관련된 여러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밖에도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전문의 분들, 독성학 전문가 분들과 검찰에서 주최한 전문가 회의에 참석해주셨던 각 분야 전문가 분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되었다.
Q. 유독성 화학물질로 인한 인명 피해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들이 마련돼야 하나?
사실 화학물질에 대한 안정성 대책 마련은 우리 검찰 영역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제품의 용도별 독성을 확인하는 점검 시스템을 갖추면 이번 사건과 같은 불행한 일이 재발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련 부처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Q. 이번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수사야말로 모처럼 검찰이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앞으로도 검찰이 생활제품으로 인한 사고와 같이 민생과 관련된 수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지?
민생 침해 사범에 대해 나름대로 열심히 수사를 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 어떤 사건보다도 민생 관련 사건에 대해 국민적 관심과 성원이 놀라울 정도로 크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특히 이런 사건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사건 수사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국민생활 안전 사건이나 민생 사건은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가 많은 만큼 검찰이 결코 가볍게 여기거나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는 점도 큰 교훈이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리며 검찰도 더 노력하겠다.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 검사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 검사(검사장)는 지난 1988년 서울 법대를 졸업하고 1989년 사법시험(제31회)에 합격했다. 1992년 검사로 임관해 서울지방검찰청과 대검찰청의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친 뒤 지난 2015년 2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를 역임했다. 2015년 12월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로 부임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수사뿐만 아니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을 진두 지휘해왔다. 평소 치밀하고 빈틈없는 수사력에다 한번 방향을 잡으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추진력으로 선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
[YTN PLUS] 진행 이윤지 앵커, 취재 강승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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