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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과정을 거친 결혼식이 끝나고 혼인신고를 하러 구청에 들렀다.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혼인신고 후 "취소 불가"라는 글자가 유난히 크게 들어온다.
이 선택에 후회가 없기를 바라며, 혼인신고서 양식을 집어 들고 자신 있게 한글 이름과 한자 이름을 적었지만 막히는 부분이 생겼다.
바로 '본' 항목과 등록기준지이다.
본은 우리가 흔히 아는 '전주 이씨', '안동 권씨', '의성 최 씨' 등을 말한다. 그러니까 나는 경주 최씨이니 '경주'를 한자어로 적으면 된다.
등록기준지는 예전으로 치면 본적지다. 본적지에 한 번도 산 적이 없고 이름도 생소한 사람도 있어서 본적지와 실제 태어난 곳이 다른 사람이 많다. 바로 나 같은 사람이다. 전라북도에서 태어났는데 나의 본적은 강원도로 되어있는 것.
본적은 구 호적법상의 호주(아버지)의 호적이 있는 장소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거주지를 옮기면서 사실상 '고향'이나 조상의 묘가 있는 곳이라는 기술적인 개념에 불과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혼인신고서에는 이 항목이 들어있어 현주소와 전혀 다른 등록기준지에 당황하기도 한다.
2008년 이전까지는 아버지의 등록기준지를 따라가게 되어있었으나, 2008년 이후부터는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등록기준지를 정할 수 있다.
굳이 자신이 사는 곳이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의 등록기준지는 아버지의 등록기준지를 따를 필요가 없고, 원하는 지역으로 설정할 수 있다.
새터민의 경우 현재 거주지로 적거나 특이하게 '독도'로 적어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황해도'나 '양강도'로 적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지만, 전산에서 이북 5도는 등록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구청에서는 혼인신고서 작성 시, 민원인과 배우자의 본을 모르면 본과 등록기준지를 조회해서 알려준다.
본과 등록기준지 항목 다음 내가 막힌 부분은 4번 항목, "자녀의 성·본을 모의 성·본으로 하는 협의를 하였습니까?" 부분이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예□' 항목에 표시했다.
모의 본을 따른다는 말은 자녀가 생기면 아이 성씨를 '어머니'를 따른다는 뜻으로 앞으로 '예□' 항목에 표시하면 내 아이의 성은 모두 '최 씨'가 된다.
남편의 성씨가 이름을 짓기 힘든 성씨이니, 내가 성이 훨씬 나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은 이 항목을 보고 "두 분이 충분히 협의했냐"고 물었다. 어머니의 성을 따른다고 할 경우에는 협의서를 따로 제출해야 한다.
강서구청 가족관계 팀장 강명춘 씨는 2008년 전에는 이 항목 자체가 없었다면서 "연예인 최진실 씨의 소송으로 생긴 항목으로 관련법 개정으로 성본 변경 허가심사 후에 자녀가 성을 어머니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혼인신고서에도 모의 성·본을 따른다는 항목이 생겼다"고 말했다.
결국, 협의 끝에 남편의 성을 따르기로 하고 다시 '아니오□' 항목에 표시했다. '혼인 신고서에 잘못 표시하면 새로 써야 하나?' 고민했지만 수정한 부분에 친필 사인이나 도장을 찍으면 상관없다.
다음은 혼인신고 관련, 가장 많은 궁금할 항목, 바로 '증인' 항목이다. 가족 팀장 강명춘 님과 인터뷰하며 이 항목에 관해 물었다.
"'증인 2명'의 기준이 따로 있는지?"
-증인은 가족이나 친구등 만 19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증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임의로 혼인신고자들이 작성하는 경우에는 제재가 있는지 궁금하다"
-증인이 직접 작성하는 것이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필적을 확인하지는 않는다. 주민등록번호를 조회하고 실제 번호인지 확인하는 정도다.
"혼인 신고서를 냈을 때, 거절하는 경우도 있는지?"
- 대부분은 거절하는 경우가 없다. 국제결혼인 경우에 여권 갖춰지지 않았을 때, 미혼 공증이 되어있지 않을 때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
"'혼인무효'로 해달라고 오는 사람도 있는가?"
- 혼인무효소송을 위해 온 경우도 물론 있다. 타인이 자신의 동의 없이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면서 온 경우였는데, 이 경우는 구청에서 해결 할 수는 없고 법원에서 소송을 해야 한다.
혼인신고서는 구청이 아니라 관할 지방법원에서 27년간 보관한다. 혼인무효소송이 시작되면 이 자료를 참고하기도 한다.
"혼인신고가 매우 쉽다는 생각도 든다. 본인 몰래 혼인신고를 하는 사례를 보니, 혼자 와서 혼인신고를 할 수 있는지?"
- 가능하다. 단 불참한 배우자의 주민등록증과 인감 도장이 필요하다. 구청은 사실 서류를 거절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혼인신고는 신중하게 그리고 충분히 상의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와서 하라고 말하고 싶다.
인터뷰가 끝나고 혼인신고를 위해 온 예비부부 몇 쌍이 보였다.
다들 머리를 맞대고 빈칸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대부분은 혼인 신고를 위해 '월차'를 냈다고 한다. 예비 부부 김 모씨와 이 모씨는 "바쁘지만 미뤄봤자 좋을 것 같지 않아서, 상대방에 대한 확신을 더 하기 위해, 남들이 다 하는 건데 빨리하자"는
이유로 평일에 시간을 내서 찾아왔다고 한다.
강명춘 팀장은 "4월과 5월에 결혼이 많은 만큼, 지난 5월 1일은 노동절에는 평소보다 보다 2배 정도 많은 180쌍이 와서 혼인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5월 1일은 외부로 나가지 않고 도시락을 빨리 먹고 일할 만큼 많았다."면서 "매주 목요일은 8시까지 연장 근무를 하니 바쁜 예비부부는 이 시간을 이용해달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혼인신고서의 빈칸을 마저 채웠다. 혼인신고서를 작성하고 나면 최대 5일 뒤에 가족관계증명서에 부부가 되었다는 내용이 들어가게 된다.
간단하지만 "취소 불가"인 이 종이 한 장에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담기는 것이다.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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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택에 후회가 없기를 바라며, 혼인신고서 양식을 집어 들고 자신 있게 한글 이름과 한자 이름을 적었지만 막히는 부분이 생겼다.
바로 '본' 항목과 등록기준지이다.
본은 우리가 흔히 아는 '전주 이씨', '안동 권씨', '의성 최 씨' 등을 말한다. 그러니까 나는 경주 최씨이니 '경주'를 한자어로 적으면 된다.
등록기준지는 예전으로 치면 본적지다. 본적지에 한 번도 산 적이 없고 이름도 생소한 사람도 있어서 본적지와 실제 태어난 곳이 다른 사람이 많다. 바로 나 같은 사람이다. 전라북도에서 태어났는데 나의 본적은 강원도로 되어있는 것.
본적은 구 호적법상의 호주(아버지)의 호적이 있는 장소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거주지를 옮기면서 사실상 '고향'이나 조상의 묘가 있는 곳이라는 기술적인 개념에 불과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혼인신고서에는 이 항목이 들어있어 현주소와 전혀 다른 등록기준지에 당황하기도 한다.
2008년 이전까지는 아버지의 등록기준지를 따라가게 되어있었으나, 2008년 이후부터는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등록기준지를 정할 수 있다.
굳이 자신이 사는 곳이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의 등록기준지는 아버지의 등록기준지를 따를 필요가 없고, 원하는 지역으로 설정할 수 있다.
새터민의 경우 현재 거주지로 적거나 특이하게 '독도'로 적어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황해도'나 '양강도'로 적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지만, 전산에서 이북 5도는 등록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구청에서는 혼인신고서 작성 시, 민원인과 배우자의 본을 모르면 본과 등록기준지를 조회해서 알려준다.
본과 등록기준지 항목 다음 내가 막힌 부분은 4번 항목, "자녀의 성·본을 모의 성·본으로 하는 협의를 하였습니까?" 부분이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예□' 항목에 표시했다.
모의 본을 따른다는 말은 자녀가 생기면 아이 성씨를 '어머니'를 따른다는 뜻으로 앞으로 '예□' 항목에 표시하면 내 아이의 성은 모두 '최 씨'가 된다.
남편의 성씨가 이름을 짓기 힘든 성씨이니, 내가 성이 훨씬 나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은 이 항목을 보고 "두 분이 충분히 협의했냐"고 물었다. 어머니의 성을 따른다고 할 경우에는 협의서를 따로 제출해야 한다.
강서구청 가족관계 팀장 강명춘 씨는 2008년 전에는 이 항목 자체가 없었다면서 "연예인 최진실 씨의 소송으로 생긴 항목으로 관련법 개정으로 성본 변경 허가심사 후에 자녀가 성을 어머니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혼인신고서에도 모의 성·본을 따른다는 항목이 생겼다"고 말했다.
결국, 협의 끝에 남편의 성을 따르기로 하고 다시 '아니오□' 항목에 표시했다. '혼인 신고서에 잘못 표시하면 새로 써야 하나?' 고민했지만 수정한 부분에 친필 사인이나 도장을 찍으면 상관없다.
다음은 혼인신고 관련, 가장 많은 궁금할 항목, 바로 '증인' 항목이다. 가족 팀장 강명춘 님과 인터뷰하며 이 항목에 관해 물었다.
"'증인 2명'의 기준이 따로 있는지?"
-증인은 가족이나 친구등 만 19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증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임의로 혼인신고자들이 작성하는 경우에는 제재가 있는지 궁금하다"
-증인이 직접 작성하는 것이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필적을 확인하지는 않는다. 주민등록번호를 조회하고 실제 번호인지 확인하는 정도다.
"혼인 신고서를 냈을 때, 거절하는 경우도 있는지?"
- 대부분은 거절하는 경우가 없다. 국제결혼인 경우에 여권 갖춰지지 않았을 때, 미혼 공증이 되어있지 않을 때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
"'혼인무효'로 해달라고 오는 사람도 있는가?"
- 혼인무효소송을 위해 온 경우도 물론 있다. 타인이 자신의 동의 없이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면서 온 경우였는데, 이 경우는 구청에서 해결 할 수는 없고 법원에서 소송을 해야 한다.
혼인신고서는 구청이 아니라 관할 지방법원에서 27년간 보관한다. 혼인무효소송이 시작되면 이 자료를 참고하기도 한다.
"혼인신고가 매우 쉽다는 생각도 든다. 본인 몰래 혼인신고를 하는 사례를 보니, 혼자 와서 혼인신고를 할 수 있는지?"
- 가능하다. 단 불참한 배우자의 주민등록증과 인감 도장이 필요하다. 구청은 사실 서류를 거절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혼인신고는 신중하게 그리고 충분히 상의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와서 하라고 말하고 싶다.
인터뷰가 끝나고 혼인신고를 위해 온 예비부부 몇 쌍이 보였다.
다들 머리를 맞대고 빈칸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대부분은 혼인 신고를 위해 '월차'를 냈다고 한다. 예비 부부 김 모씨와 이 모씨는 "바쁘지만 미뤄봤자 좋을 것 같지 않아서, 상대방에 대한 확신을 더 하기 위해, 남들이 다 하는 건데 빨리하자"는
이유로 평일에 시간을 내서 찾아왔다고 한다.
강명춘 팀장은 "4월과 5월에 결혼이 많은 만큼, 지난 5월 1일은 노동절에는 평소보다 보다 2배 정도 많은 180쌍이 와서 혼인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5월 1일은 외부로 나가지 않고 도시락을 빨리 먹고 일할 만큼 많았다."면서 "매주 목요일은 8시까지 연장 근무를 하니 바쁜 예비부부는 이 시간을 이용해달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혼인신고서의 빈칸을 마저 채웠다. 혼인신고서를 작성하고 나면 최대 5일 뒤에 가족관계증명서에 부부가 되었다는 내용이 들어가게 된다.
간단하지만 "취소 불가"인 이 종이 한 장에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담기는 것이다.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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