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79] 플라스틱 빨대 안 쓰기 도전, 간편한 대안 빨대를 찾아서

[해보니 시리즈79] 플라스틱 빨대 안 쓰기 도전, 간편한 대안 빨대를 찾아서

2019.05.11.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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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79] 플라스틱 빨대 안 쓰기 도전, 간편한 대안 빨대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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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눈물을 흘리던 거북이는 전 세계에 빨대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왔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매일 1~2개의 플라스틱 빨대와 컵을 쓰고 있다. 일주일이면 10개가 넘는다. 플라스틱 빨대 하나를 분해하는 데 500년이 걸린다며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 빨대 퇴출 운동까지 일어났지만, 잠깐의 편함을 위해 매번 모른 체해온 것을 반성한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중에서는 스타벅스가 종이 빨대와 빨대 없는 컵 뚜껑을 내놓고 플라스틱 빨대 줄이기에 나섰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를 전면 도입한 뒤 5개월 동안 빨대 자체의 사용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홈퍼니싱 업체 이케아 코리아도 지난해 국내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 성수동에 들어온 블루보틀 커피도 상징인 하늘색 플라스틱 빨대를 대신해 종이 빨대를 점진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보다 자연에서 분해가 빠르고 가벼우며 단가가 비교적 저렴해 플라스틱 빨대의 대안처럼 떠올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종이 빨대가 쉽게 흐물흐물해진다", "음료에서 종이 맛(?)이 난다"와 같은 불편함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궁금해졌다. 종이 빨대 말고 생분해되는 친환경적인 다른 빨대들은 어떨까. 앞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하는 게 부정할 수 없는 의무라면 가장 편하고 사용감이 좋은 친환경 빨대를 찾아 나서야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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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스테인리스 ▲대나무 ▲유리 ▲실리콘 등 재사용 가능한 빨대와 ▲쌀과 타피오카를 재료로 만든 일회용 빨대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한 PLA 빨대 6가지를 직접 구매해 일주일간 써봤다. 모두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아래는 6개 빨대의 가격대, 장·단점, 휴대성, 개인적으로 느낀 사용감 등을 비교한 내용이다. 개인적인 느낌이 담겨있기 때문에 다소 주관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대안 빨대를 찾는 이들이라면 후기를 공유하는 차원으로 읽어주시기 바란다.


◆ 스테인리스 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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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용한 건 스테인리스 재질의 빨대였다. 직선형과 나선형으로 나오는 스테인리스 빨대는 업체에 따라 하나당 소비자 가격 400~1300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었다. 다회용이기 때문에 얇은 세척 솔을 함께 구매하는 게 좋다.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걸 감안하면 저렴한 편이다.

제조업체 측은 사용하기 전에 연마제 등 불순물 제거를 위해 빨대를 식초 물에 담가뒀다가 사용하라고 권했다. 나는 연마제를 완벽히 제거하기 위해 세척 솔에 식용유를 묻혀 빨대 속을 닦아냈다. 그러면 검은 물질이 닦여 나오는데, 묻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세척을 반복했다. 깨끗이 씻어낸 이후에는 설거지하듯 솔로 빨대를 닦아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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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빨대는 전체가 스테인리스 소재기 때문에 시원한 음료를 마실 때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 게 장점이다. 다만 스테인리스는 열전도율이 높아 뜨거운 음료를 마실 땐 화상 위험이 있으므로 사용하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 스테인리스 특유의 향이 묻어나와 맛이 변형되는 느낌을 받았다. 또 스테인리스의 감촉이 꽤 낯설게 다가오기도 했는데, 이런 특징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사용을 추천하지 않는다.

또 지난 2016년에 스타벅스는 자사 스테인리스 빨대를 사용한 아이 4명이 입에 상처가 난 사실이 알려지자 스테인리스 빨대를 전량 리콜한 바 있다. 특히 아동이 사용할 때는 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 대나무 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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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빨대는 대나무의 곁가지를 모아 햇볕과 바람에 건조한, 그야말로 자연 친화적인 빨대다. 화학 공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폐기 후에도 자연생분해가 된다는 점, 하나를 사면 약 1년간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서 버려도 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대나무 빨대는 보통 개당 3000~5000원 사이에 구매할 수 있다. 스테인리스 빨대와 마찬가지로 사용 후 세척 솔로 씻으면 되고, 소독이 필요한 경우 역시 식초 한 두 방울을 넣은 물에 10분 정도 담가두면 된다. 업체 측은 "뜨거운 물에 살균 소독을 거쳐도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굳이 냄새를 맡으면 나무 냄새가 나긴 하지만 사용할 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다. 자연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사용할 때 이물감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고 겉과 안이 모두 매끈한 촉감이다. 가벼워서 휴대성도 좋다.

길이와 굵기가 다양해서 굵은 대나무 빨대로는 입자가 큰 버블티까지도 쉽게 먹을 수 있었다.

◆ 유리 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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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빨대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의 대안이 된다. 유리 빨대는 업체별(가공방법별), 모양별, 길이별로 가격이 꽤 차이 났다. 보통 1000원에서 5000원을 오갔다. 나는 그 중간인 3000원짜리 내열 강화 유리 빨대를 사서 써봤다.

무엇보다 유리빨대는 투명하기 때문에 빨대에 이물질이 낀 것을 맨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또 내열 강화 유리 소재이기 때문에 뜨거운 물에 소독할 수 있어 위생적이다. 평소에는 세척솔로 씻어주면 된다.

유리컵을 자주 써서인지 사용감이 낯설지 않았고, 무색무취이기 때문에 음료 자체의 향과 맛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회사 앞 카페에서 자주 사 먹는 생과일 토마토주스를 유리 빨대로 먹어봤는데 비교적 큰 과육도 잘 빨아들일 수 있었다.

작은 생활 충격은 괜찮지만, 휴대하고 다닐 경우엔 유리 소재가 깨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 실리콘 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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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빨대 역시 여러 번 씻어내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 빨대 후보에 올랐다. 가격은 대략 하나당 1500원~2000원이었다.

실리콘 냄새 방지를 위해 첫 사용 시에는 열탕 소독을 한 번 하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사용 초반엔 실리콘 냄새가 풍긴다.

실리콘 빨대는 다른 대안 빨대들과 달리 말랑말랑한 재질이기 때문에 빨대를 씹는 습관이 있는 이들이라면 사용을 추천한다. 내가 산 개방형 실리콘 빨대의 경우 빨대를 손으로 펼쳐서 내부를 씻어내면 돼서 간편했다.

하지만 작은 빨대 파우치에 넣고 다니는 동안에도 실리콘 소재 특성상 먼지가 잘 달라붙는 것은 큰 단점이었다. 빨대를 휴대하려면 실외에서도 한 번쯤 먼지를 씻어내고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가정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쌀·타피오카 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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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루 50%와 타피오카 전분 50%로 만들어진 빨대는 먹을 수도 있는 일회용 친환경 빨대다. 제품 겉면에 제품 유형이 '건면'으로 적혀있을 정도다.

직접 끓는 물에 삶아봤더니 금세 흐물흐물하게 풀어졌고 먹어보니 가래떡에 가까운 맛이 났다. 실제 인터넷에는 이를 이용해 파스타 요리를 만들어 먹었다는 인증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용한 제품은 100개 묶음에 5,200원이었다. 한 개에 52원 가량으로, 5원~15원 하는 플라스틱 빨대의 단가보다는 비쌌다. 완전히 생분해되는 물질임을 고려하면 기꺼이 쓸 의향이 있었다.

쌀 빨대는 먹을 수 있다고 하지만 냄새가 강하지 않아 음료의 맛이나 향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비교적 단단한 질감이며 힘주어 꺾으면 부러지기도 한다. 침이나 음료가 닿으면 표면이 미끌미끌해지거나 입술이 달라붙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커피가 든 컵에 쌀 빨대를 담가두면 불거나 깨지는 단점이 있었다. 차가운 음료에는 최대 2시간 정도 정상적인 상태로 사용할 수 있었다.

쌀·타피오카 빨대는 실제로 팀 동료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한 선배는 "흐물거리고 립제품이 잘 묻어나는 종이 빨대보다 쌀 빨대가 훨씬 좋다"라며 쌀 빨대에 대한 호감을 보였다.


◆ 옥수수 전분 빨대(PLA 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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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는 옥수수 전분 등 식물에서 전분을 추출해 만든 친환경 수지다. PLA는 일반 플라스틱과 유사한 물성을 가지고 있어 육안으로 볼 때 거의 구분되지 않고 사용감도 비슷하다. 그러나 PLA는 플라스틱 소재와 달리 180일 이내에 미생물에 의해 100% 생분해되고 퇴비로 재활용도 가능해 친환경 빨대의 소재로 떠올랐다. 분해되면 자연에도 무해하다.

PLA 빨대는 100개 묶음에 3000원인 제품을 사용해봤는데 실제 플라스틱 빨대보다 약간 얇고 부드러울 뿐, 그 외의 차이는 체감하기 어려웠다. PLA 빨대 역시 일반 사이즈, 벤티 사이즈, 버블티 사이즈 등으로 넓이와 길이가 다양했다.

사실 PLA는 빨대뿐 아니라 포장재나 친환경 영유아 식기 등으로 사용할 정도로 이미 보편화했다. 한국환경공단은 PLA 소재에 대해 "환경호르몬, 중금속 등의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다"라며 "뜨거운 음식을 담거나 아기가 입으로 물고 빨아도 위험이 없다"라고 밝혔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생분해성 수지 역시 일반 플라스틱처럼 첨가제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무해성과 별도로 생분해성 수지의 '인체 유해성'을 판단해서 사용해야 한다. '식품용 기구 및 용기·포장 공전'의 기준 규격에 적합한 경우에만 식품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당부한다.

아울러 식약처는 "일반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직사광선에 의해 변색되거나 갈라지는 광분해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직사광선을 피해 보관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해보니 시리즈79] 플라스틱 빨대 안 쓰기 도전, 간편한 대안 빨대를 찾아서

일주일 동안 6종류의 빨대를 바꿔가며 플라스틱 빨대와 컵을 사용하지 않는 데 성공했다. 플라스틱 빨대의 대안을 찾으면서 플라스틱 컵을 쓰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아 텀블러와 개인용 유리컵을 갖고 다녀야겠다는 사명감 같은 게 생겼다.

실제 대안 빨대들을 사용해보니 다회용 빨대는 역시 휴대와 설거지에 대한 불편함이 있었다. 하루 대부분을 밖에서 보내는 직장인이라면 이것을 매번 씻으면서 가지고 다니는 것은 꽤 불편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무실이나 외출 시 일회용 빨대를 쓴다면 쌀 빨대와 PLA 빨대를 번갈아 가며 쓰려고 한다. 실제로 실험 기간 동안 두 빨대에 손이 가장 많이 가기도 했다. 그래서 팀원들과 사용하는 간식함에 이 빨대들을 두고 공유하기로 했다.

집에서 빨대를 쓸 일이 있다면 다회용인 대나무 빨대나 유리 빨대를 사용하겠다고 결론 내렸다. 둘 다 음료 맛과 향에 영향을 주지 않고 비교적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대안 빨대라도 불필요한 경우에는 사용을 자제해 폐기물을 줄이는 게 장기적인 목표다.

[해보니 시리즈79] 플라스틱 빨대 안 쓰기 도전, 간편한 대안 빨대를 찾아서

지난해 11월 한국소비자원이 배포한 일회용품 관련 소비자 이용 현황 및 의식 자료를 보면, 응답자 1000명 중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습관화되었다'는 응답(54.1%)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안 빨대가 없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한다는 비율(51.1%)도 과반 이상으로 집계됐다. 또 전체의 84.1%가 일회용 '빨대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플라스틱 빨대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카페 내 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 규제가 어느 정도 현실화됐지만 빨대는 아직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실험 기간 방문한 한 카페에서는 개인용 컵을 가지고 가도 습관적으로 플라스틱 빨대와 함께 음료를 내주기도 했다.

최근 유럽연합은 오는 2021년부터 빨대, 면봉 막대, 포크, 숟가락, 접시 등 플라스틱으로 만든 10개 종류의 일회용 제품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미국 하와이주에서는 오는 2022년까지 모든 식당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고, 캘리포니아 LA에서도 식당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됐다.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빨대가 퇴출되는 추세다.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132.7kg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인 우리나라에서도,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걸 부정하기 어려운 때다. 동시에 소비자와 기업들이 더불어 플라스틱 남용을 자제하려는 자체적인 노력도 수반되어야 한다. 대안 빨대의 사용은 그 작은 노력의 시작이 아닐까.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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