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시리즈 91] "나도 유튜버 돼볼까..." 브이로그 만들어보니

[해보니시리즈 91] "나도 유튜버 돼볼까..." 브이로그 만들어보니

2019.10.12.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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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시리즈 91]  "나도 유튜버 돼볼까..." 브이로그 만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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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튜브가 유튜브로 강남에 건물 사는 것을 보니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든다."

2016년, 유튜브 코리아가 YTN을 방문했다. 신입 기자들의 뉴미디어 교육 자리에서 유튜브 담당자는 유튜브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으니 여러분도 유튜브 채널 개설을 생각해보라고 했지만 우리는 개인의 영달보다도 회사가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어떻게 이용할지만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눈물이 난다)

[해보니시리즈 91]  "나도 유튜버 돼볼까..." 브이로그 만들어보니

최근 판교 IT 관련 직장인들이 만날 때 "나도 유튜브 해야 하는데…."라는 말로 공감대를 얻는다는 우스갯소리를 봤다. "대체 유튜브가 뭘까? 정말 레드오션 위에 둥둥 뜬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라는 생각이 들어 도전해보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벌써 망한 거 같다. (빠른 납득, 빠른 손절, 회사 충성충성)

이메일 계정 하나 만드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린아이와 동물은 실패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고양이의 하루를 담은 브이로그를 만들었는데도 반응이 없다. 문제는 무엇을 만들지보단 역시 '어떻게' 만들지였다. 동물 유튜버도 많고, 하루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도 열심히 봤지만 내가 만드는 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유튜버: 1인 사업자. 이것도 사업이라 돈이 든다

일단 영상을 찍을 도구가 있어야 하고 편집할 수 있는 툴과 능력이 갖춰야 해서 관련 물건을 샀다. 참고로 영상을 편집하려면 컴퓨터 사양도 좋아야 한다.

-핸드폰과 카메라 (구매 비용 0원)
-셀카봉 기능 삼각대 (구매 비용 4만 원대)
-영상 편집 툴 프리미어 CC (월 2만 4천 원)
-이미지 편집 툴 포토샵 CC (월 2만 4천 원)
-영상 편집 템플릿 구매(3만 원 대)

영상 편집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다면 양질의 영상을 만들 정도의 실력은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 진입장벽이 포토샵보다 높은 프로그램이다.

1년 동안 꾸준히 할 생각으로 매달 돈을 내는 프로그램을 샀고 조만간 영상미를 위해 폰트도 구입하기로 했다. 잘나가는 유튜버는 촬영과 편집을 외주로 맡기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유튜버는 모든 걸 직접 해야 한다.


처참한 성적: 2주 동안 구독자 4명 영상 조회 수 32회 댓글 1개 (친구가 달아줌)

[해보니시리즈 91]  "나도 유튜버 돼볼까..." 브이로그 만들어보니

약 6분짜리 영상을 편집하는데 틈틈이 핸드폰으로 찍어둔 고양이 영상 10개를 사용했다. 중간중간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따로 촬영을 하기도 했다. 간단한 영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배경음악을 넣고, 자막을 넣고 렌더링을 걸고 나니 어느새 4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렇게 시간을 투자했는데도 영상이 재미없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첫 고양이 브이로그는 '예능감' 없는 편집으로 지루하고 중간중간 어울리지 않는 장면들이 튀어나왔다. 전문 편집 인력이라면 나와는 다른 편집을 했을 것이다. 유튜브 인기스타 박막례 할머니의 매력은 손녀가 PD 출신이고 연출과 편집을 재미있게 하는 것에도 있지 않을까?

2주 동안 구독자 4명에 조회 수 24회. 처참한 성적이었다.
참고로 유튜브의 수익 창출 조건은 구독자 1,000명 이상, 1년 내 재생 시청 시간 4,000시간 이상이다. 두 조건 모두 만족해야 한다. 비교해보니 한숨만 났다.


내 안의 악마: 조회 수를 위해 생명을 '도구화'

남들은 어떻게 하나 찾아봤다. 한 유명 고양이 유튜버는 고양이가 예쁠 뿐만 아니라 '실험'으로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거나 특이한 행동을 캐릭터로 만들어 내세웠다.

기자도 고양이에게만큼은 객관성을 잃는다. 내 고양이가 제일 얼굴 크고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이 보면 "길에 흔한 고양이"일 수도 있다.

요즈음에는 동물 채널들도 경쟁이 심해져 유튜버가 계속 특이한 품종묘를 들이고, 모두가 좋아하는 새끼 고양이를 보여주기 위해 계속 새끼 고양이를 분양받는 패턴을 읽을 수 있었다. 심지어 "누가 버리고 갔다"는 스토리텔링을 위해 멀쩡한 품종묘를 박스에 유기하는 설정 영상까지 나왔다.

유튜브가 아동이 출연하는 영상을 '아동학대'로 보고 제재하려는 것처럼(이제 아동 유튜브는 광고 이익을 얻을 수 없다) 동물 유튜브도 동물 학대 콘텐츠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규제가 필요하다. 당장 나부터도 조회 수를 위해 고양이의 특이한 모습을 잡아내고 싶어지는 욕망이 들었으니.

참고로 최근 강아지를 데려와 패대기치고 때리는 영상으로 논란이 됐던 유튜버 역시 조회 수를 위해 강아지를 학대하는 영상을 올리고 명성을 얻으려 했다. 현재 그 강아지는 구조되었지만, 사회화도 되어 있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고 지금은 좋은 새 주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유튜브로 돈 버는 사람은 누구?

유튜브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건 역시 플랫폼인 '유튜브'이고, 1인 방송 유행에 따른 파생 직업들의 이익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기자도 디지털 콘텐츠 기획들에 여러 번 참여했지만, 갑자기 혼자 뭔가를 하려고 하니 능력 부족의 인간임을 절감했다. 결국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문제는 다른 것이다. 하지만 영상 편집을 하는 인력은 '고급인력'으로 대우받지 못한다.

반대로 고소득 유튜버들은 최근 세금 탈세로 논란이 됐다. 구독자 수가 많은 유명 유튜버 7명이 총 45억 원의 소득을 누락했다. 인당 약 6억 4천 만원 꼴. 세무 당국은 7명에게 세금 10억 원을 추징했다.

한 유튜브 데이터 분석 업체는 우리나라에서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해 많은 수익을 올리는 유튜브 채널이 약 200여 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얼핏 보면 많은 것 같지만 개설된 유튜브 채널들을 생각하면 정말 적은 사람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내가 100만 유튜버가 되면 편집해주는 사람한테 조회수당 인센티브를 줄 거 같다"고 말하자 영상 디자이너인 친구는 "그런 사람 없어. 최저시급이나 주지"라고 대답했다.

'영상 편집 알바'를 구한다는 글은 유튜브로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방송이나 영화 분야가 아닌 일반인들이 구인을 하다 보니 시급도 모르고 기술적인 한계도 몰라서 무조건 "간단한 영상이다"라고 떼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반대로 영상 편집 분야에 붐이 일고 경쟁이 심화되니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대학생 중에는 '10만 원'에 편집 작업을 해준다는 경우도 있고, 그저 부르는 게 값이다.

최근 프리랜서로 영상 편집을 하던 지인이 "시장이 너무 안 좋아져서 회사에 들어가 일하기로 했다"는 말은 상징적이었다. 100만 뷰가 나와도 영상 편집을 해주는 사람은 150만 원을 받는다. 오죽하면 '디지털 삯바느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까.

기자처럼 편집자를 고용할 수 없는 사람은 직접 프리미어를 배우거나 템플릿 구매를 통해 편집을 해야 한다. 템플릿은 3만 원 정도에 여러 가지 화면 전환 효과를 구매할 수 있다. 이런 템플릿을 파는 플랫폼 사이트가 있어서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다.

짧은 경험이지만, 실무를 하는 영상 편집자는 큰돈을 벌지 못하고 텀플릿 판매 사이트나 외주를 맡기는 인기 유튜버들만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구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건 그만큼 성공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미 아프리카TV 등에서 인기 있는 BJ였던 경험이 있다. 요즘은 TV에 출연했던 사람이 유튜브에 역으로 진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자신을 드러내기를 좋아하고 어느 정도는 각오해야 유튜브를 할 수 있다고 느꼈다. 가끔 길에서 중얼거리며 혼자 셀카봉을 들고 방송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쑥스러운 기자의 브이로그에는 침묵만 흘러 영상이 더 재미없었다는 후문이다.


"회사에 개념 없는 신입이 첫 출근 방송을 합디다?"

본격 유튜버가 되려니 '겸업 금지 조항'이 걸렸다. 일부 대기업은 겸업 금지에 '유튜버'를 넣어서 금지하고 있다. 믿기 힘들지만, 유튜브 하다 걸려서 회사를 그만뒀다는 유튜버도 있다고 한다. 모든 직장인에게 유튜브 수익은 매력적이지만 회사는 유튜브를 하느라 본업에 소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방송국의 경우 아직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은 없다. 방송국 대표 채널 외에 일부 프로그램이나 여타 기획 등을 다른 채널로 분리해 회사가 운영하기도 하지만 기자나 아나운서 개인이 운영하는 별도 채널에 대한 규제나 아이디어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방송 통신 관련 직종 겸업 금지'에 유튜버 활동이 포함될 수 있지만, 어디까지 허용하거나 제재해야 할지 기준도 모호해 세세히 정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수익 분배 등의 민감한 문제는 더욱 그러하다.

회사에 "고양이 브이로그를 만들었다"고 자진신고를 했지만, 망했기 때문에 수익 관련 이야기는 민망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회사도 관련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방안을 고민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유튜브 코리아에 브이로그를 만들면서 궁금한 내용을 물어봤다

Q: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은 어떻게 되어있는지? 이제 막 시작한 유튜버가 노출이 잘 되는지 궁금하다.

- 크리에이터들은 '알고리즘은 어떤 동영상을 가장 선호하나요?'라고 묻는다. 유튜브 시스템은 크리에이터가 제작하는 동영상의 유형에 대해 아무런 의견이 없으며 특정 형식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그저 시청자가 보는 것, 시청자가 보지 않는 것, 시청자의 동영상 시청 시간, '좋아요' 및 '싫어요', '관심 없음’ 의견 등을 따른다.

Q: 현재 우리나라 유튜버 수익 1위는 누구인가? 구독자가 100만 명이 넘는 유튜버가 200명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 유튜브는 따로 그런 집계는 하지 않고 있다. 100만 명이 넘는 유튜버는 한국에도 많지만, 따로 파악하진 않는다. 사설 업체에서 분석한 것은 부정확할 수도 있다.

Q: 회사 치원에서 개인이 유튜버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있나?

-유튜브는 창작자들에게 기술적인 투자뿐 아니라 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아카데미, 유튜브 파트너 관리자의 1:1 지원 및 온라인 교육, 네트워킹 등을 통해 창작자를 지원하는 중이다.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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