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피할 수 있는 판사의 특권?

[와이파일]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피할 수 있는 판사의 특권?

2019.10.18.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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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성이 오고 갔습니다. 판사의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가 다툰 겁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 기각이 위법한 결정이라며 담당 판사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사법부 압박이 정치공세라고 맞섰습니다. 법원 역시 개별 판사의 출석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국정감사를 지켜본 기자는 생각했습니다. '결정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판사도 증인으로 채택되면 나와서 입장을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의 대표기관에서 부르는 건데….'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국회 상임위 전문위원과 국회 입법행정처에 확인한 결과, 여야가 합의하면 증인으로 채택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 법적으로 엄밀히 보면 증인 채택이 불가능했습니다. 근거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8조였습니다.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도 재판의 하나이고,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담당 판사를 부르는 건 '소추에 영향을 주려는 행위'로 국감법 8조에 위배된다는 겁니다. 이 조항을 그렇게 해석하는 게 맞는지 복수의 법학과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같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진행 중인 재판이나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 판사나 검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건 국정감사라도 부적절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법사위 12년 경력, 박지원 의원의 얘기가 대체로 맞는 얘기였던 겁니다. 다만, 법대 교수들은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삼권분립에 따라 견제는 가능하다는 겁니다. 다만 구속영장 심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면 기관의 증인으로 출석한 해당 법원장을 통해 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 중인 재판 담당 판사를 증인으로 부르는 건 직접적인 압박 발언을 하지 않는다 해도 간접적으로나마 판사에게 압박감을 줘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그러자 달린 댓글, 처음 기자가 생각했던 것과 같았습니다.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이 "판사는 성역이냐?"였습니다. "기준이 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냐" "잘못된 판결은 책임져야지." 라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법적으로 보장된 판사의 권리지만 이게 특권처럼 여겨진다는 뜻입니다. 기자는 이 역시 국민의 여론이라 느꼈습니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법원은 살짝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그러나 개혁해야 할 조직은 검찰뿐만이 아닙니다. 사법농단으로 신뢰가 흔들린 법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국민은 판결 하나하나를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 적법한지 아닌지를 꼼꼼히 따집니다. 재판 중인 사건으로 판사가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는 건 맞다 해도,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 판결을 내릴 필요가 있다 해도, 그 판결 하나하나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공정하고 신중하게, 인권의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으로 책임감 있는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면, 검찰을 향했던 개혁의 촛불은 언제라도 법원을 향할 수 있습니다.

## 이정미[smiling3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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