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우리들의 휘트니 휴스턴에게”...뮤지컬 ‘보디가드’

[와이파일] “우리들의 휘트니 휴스턴에게”...뮤지컬 ‘보디가드’

2019.12.12. 오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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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전성기'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성기가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잘 모르고 지나치더라도, 살다보면 ‘그때가 내게는 참 좋았다’라고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대단한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말이죠. 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에겐 1980년대부터 1990년대가 전성기였습니다.

1992 영화 <보디가드>

1985년과 1987년 잇따라 발매한 앨범, <휘트니 휴스턴>과 <휘트니>가 큰 성공을 거두고 나서 그녀는 노래와 함께 연기도 본격적으로 병행합니다. 1992년 톱스타와 경호원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영화 <보디가드>에 영화배우로 데뷔하죠. 이 영화는 전 세계 영화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고, 휘트니가 영화에서 부른 ‘I’ll Always Love You’는 당시 빌보드 차트에서 14주 동안 1위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제36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휘트니는 <보디가드> 사운드 트랙으로 올해의 앨범과 올해의 레코드 등 3개 부문을 수상합니다.

뮤지컬 <보디가드>는 영화 <보디가드>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협박범의 위협으로 제작사는 톱가수 레이첼 마론의 보디가드 프랭크 파머를 고용합니다. 자유분방한 레이첼은 외출도 마음대로 못하게 막는 프랭크가 못마땅합니다. 자신의 삶이 방해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죠. 프로듀서도 프랭크가 싫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이 그녀의 전성기(her time)’라며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그러나 영화속 주인공 레이철 마론이 전성기를 누릴 수 있도록 도운 것은 보디가드 프랭크였습니다.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몸을 던져 총을 맞고, 레이철을 구해내기 때문이죠.

2019 뮤지컬 <보디가드>

영화와 마찬가지로 뮤지컬 <보디가드>를 이끄는 건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입니다. 영화 <보디가드> 사운드트랙 가운데 대표적인 6곡을 골랐고 ‘Greatest Love Of All’, ‘How Will I know’, ‘I Wanna Dance With Somebody’ 등 휘트니의 골든 레퍼토리를 첨가해 휘트니 휴스턴의 대표적인 15곡의 노래를 무대에서 선보입니다. ‘Run To You’와 ‘I Have Nothing’, ‘I’ll Always Love You’가 무대에 오르면, 분명 27년 전 <보디가드> 영화 장면이 떠오르실 겁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의 경우 말이죠) 그리고 김선영과 박기영, 손승연, 해나가 이 노래들을 소화하는데요. 뮤지컬계의 여왕으로 꼽히는 김선영은 절제된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노래 하나 하나에 깊은 감정을 담아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이미 가창력을 검증받은 박기영과 손승연, 해나가 선보이는 휘트니 휴스턴의 모습도 새로운 매력입니다. 보디가드 프랭크 파머 역은 이동건과 강경준이 맡았습니다. 둘 다 뮤지컬은 첫 도전인데, 레이철을 향한 감정을 누르고 그녀의 안전을 지키려는 냉철한 보디가드 역할을 제대로 연기합니다.

원작 영화 플롯에 충실한 뮤지컬 <보디가드>가 극중에 숨겨 놓은 디테일한 장치도 재미있습니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대형 실크 스크린의 장면과 강렬한 레이철 마론의 첫 등장은 마치 1990년대 무대를 소환한 듯 추억을 돋게 합니다. 그러나 시간적 배경은 1990년대에서 현 시점으로 바뀌었고, 영화에서의 범인과 주요 등장인물의 감정선이 다르게 묘사됩니다. 영화와 다른점 찾기도 작은 재미입니다.

'휘트니 휴스턴을 위하여'

휘트니 휴스턴의 말 그대로 ‘주옥같은’ 노래로, 뮤지컬 <보디가드>는 보는 내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합니다. 무대의 막이 내린 뒤 배우들의 깜짝 선물도 반갑습니다. 그러나 진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작됩니다. 휘트니 휴스턴에 대한 그리움이 몰려옵니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셀린 디옹(Celine Dion)과 함께 최고의 여성 보컬로 불렸던 휘트니 휴스턴은 1990년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2007년 남편 바비 브라운과의 이혼 이후 의혹을 받았던 마약 복용을 시인하며 재기를 시도했지만 2012년 베벌리힐스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돼 생을 마감했습니다. 우리는 ‘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의 전성기 모습을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다시 만납니다. 그녀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해내며 다시 그녀를 그리워하게 됩니다. 현실의 삶에서 자신을 지켜줄 ‘보디가드’는 없었지만 우리는 그녀의 노래처럼 영원히 휘트니 휴스턴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그의 아름다운 노래들을 마음 깊은 곳에서 지켜나갈 것입니다.

홍상희[sa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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