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99] '대동풀빵여지도' 보고 '붕세권' 직접 찾아 가보니

[해보니 시리즈 99] '대동풀빵여지도' 보고 '붕세권' 직접 찾아 가보니

2019.12.21.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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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99] '대동풀빵여지도' 보고 '붕세권' 직접 찾아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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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원짜리 몇 장쯤은 꼭 품에 넣고 다녀야 할 계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겨울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간식이 있다. 바로 겨울철 대표 간식 '붕어빵'이다. 언제 어디서 붕어빵 가게를 만날지 모르니 현금 몇천 원쯤은 챙기고 다니자는 거다.

그런데 최근 붕어빵 가게 인근에 자리 잡은 주거지역을 뜻하는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붕어빵 노점상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한 네티즌의 아이디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붕어빵 노점상을 찾아 헤매지 않고, '첫 붕'(이번 겨울 첫 번째 붕어빵을 뜻하는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바로 '대동풀빵여지도'다.

구글 오픈 맵을 활용한 '대동풀빵여지도'는 지난 2017년 11월 '대동붕어빵여지도'로 시작해 2018년 11월부터 '대동풀빵여지도'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레이어 삭제 문제로 지도 편집 기능이 제한되어 있지만, '동풀빵여지도' 최초 제작자뿐만 아니라 많은 네티즌이 자신의 지역 붕어빵 가게를 직접 표시할 수 있도록 편집 기능을 공유한 지도다.

매일 지도로만 근처 붕어빵 가게를 검색해보다 정말 지도에 찍힌 위치에 붕어빵 노점상이 있는지, '팥 낭낭', '천 원에 7개 줌' 등 사람들의 각 붕어빵 가게에 대한 설명이 사실인지 알아보기 위해 '대동풀빵여지도'만 믿고 길을 나섰다.

■ '붕어빵' 보단 '잉어빵'이 대세?

- 붕어빵 = 38곳
- 잉어빵 = 796곳
- 국화빵·옛날 풀빵·오방떡 = 50곳
- 호두 과자·땅콩 과자 = 20곳
- 계란·바나나·기타 풀빵 = 33곳
- 호떡 = 48곳
- (위치 또는 잉어빵인지 붕어빵인지) 잘 모르겠다 = 37곳

먼저 어떤 붕어빵 가게를 갈지 찾아보기 위해 지도를 클릭하고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잉어빵의 점유율이었다. 붕어빵은 38곳, 잉어빵은 노점상 수가 너무 많아 레이어가 2개로 나뉘어 총 796곳이 기록되어 있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잉어빵인지 붕어빵인지 잘 모르겠다고 추가한 목록까지 포함하면 잉어빵이 대세임은 분명했다.

사실 붕어빵과 잉어빵이 구분 지어 있는 것을 보고 '뭐가 다르냐', '같은 거 아니냐'는 등의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붕어빵과 잉어빵은 엄연히 다른 풀빵이다.


붕어빵과 잉어빵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반죽이다. 붕어빵은 밀가루를 주재료로 한 반죽이어서 담백하지만 잉어빵은 찹쌀과 기름 또는 버터를 넣어 만들기 때문에 좀더 기름지고 감칠맛이 돈다. 겉모습 차이도 있다. 붕어빵은 몸통이 짧고 지느러미와 꼬리 면적이 넓으며 잉어빵은 몸통 면적이 크고 긴 타원 형으로 전체적인 길이가 좀 더 길다. 더불어 미세한 차이지만 붕어빵은 반죽이 좀 더 걸쭉해 팥 앙금이 잘 비치치 않고 잉어빵은 반죽이 묽어 겉껍질이 얇게 구워지기 때문에 팥 앙금이 비쳐 보인다. 기자는 잉어빵을 선호한다.

지도에 표시된 수많은 풀빵 가게 중 엄청난 개수를 자랑하는 팥 붕어빵 7개 천 원이라는 ’4번 문래동 성당 붕어빵‘과 김치 붕어빵을 판매한다는 ’17번 까치산 국민은행 옆 붕어빵‘,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723번 마포구청 8번 출구 앞 잉어빵‘, 지도상 2개의 잉어빵 가게가 밀집해 있어 ’잉세권‘으로 보이는 756번·2번 가양역 근처 잉어빵 가게까지 총 5곳에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해보니 시리즈 99] '대동풀빵여지도' 보고 '붕세권' 직접 찾아 가보니

■ 지도의 붕어빵 노점상 위치는 정확했다.

사실 지도이긴 하지만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이 아는 붕어빵 가게 위치를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부정확한 정보로 '힘들게 찾아갔는데 허탕 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기자가 찾아간 5곳 모두 지도상 위치와 동일한 곳에 가게가 있었다.

SNS상 일부 후기를 보면 "위치가 이상하게 되어 있다", "찾아갔는데 없었다"라는 분들도 있었지만, 붕어빵 가격 또는 맛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게 등록되어 있거나 붕어빵 가게명이 '마포구청 8번 출구 앞 잉어빵'처럼 정확하게 표기된 경우는 위치의 정확도가 높았다. 하지만 등록된 가게 명이 단순히 '잉어빵', '붕어빵'으로 되어 있고 설명이 전혀 없는 경우라면 위치가 부정확할 수도 있으니 붕어빵 가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하고 방문하시길 바란다.

■ 붕어빵이 7개에 천 원인 집이 있다고?

사실 붕어빵 개수는 매년 겨울 화두에 오르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물가가 오른 만큼 붕어빵 개수가 줄거나 가격이 올랐기 때문. 게다가 지역마다 천 원에 따른 개수가 달라 많이 주는 집은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었다.

지도상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곳은 무려 붕어빵이 7개에 천 원인 '4번 문래동 성당 붕어빵'이었다. 요즘 대부분 붕어빵은 3개 천원, 조금 가격이 높으면 2개에 천 원에도 파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문래동 붕어빵 집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건 붕어빵 앞 대기 줄이었다. 붕어빵 집 앞에 대기 줄이라니,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지도상 정보에는 조금 오류가 있었다. 바로 붕어빵 개수 오류였다. 대동풀빵여지도 제작자는 지난 3월 25일 "학업과 병행하느라 이전보다 확인이 늦어지고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는 트윗 글을 끝으로 새 글을 올리고 있지 않다. 기자 또한 dm과 멘션을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도 또한 편집 기능이 제한되었기 때문에 그날 이후로 업데이트되고 있지 않아 작은 오류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2019년 12월 기준) 문래동 붕어빵 집은 7개 천 원이 아닌 6개 천 원, 슈크림 붕어빵도 4개 천원이 아닌 3개 천 원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붕어빵 가게보다는 월등히 많은 개수임은 틀림없었다.

문래동 붕어빵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에게 '재료비 부담이 있으실 텐데, 어떻게 (붕어빵을) 이렇게 많이 주시는 게 가능하냐'고 묻자 "11년째 장사 중이다. 반죽도 앙금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기 때문에 재료비를 절약하고 있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좀 더 싸게 많이 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장님은 "(문래동은) 어르신들이 많은 동네이기 때문에 최대한 개수도 가격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 '잉세권'도 모자라 주변에 국화빵과 호떡까지

지도에 나란히 표기된 모습을 보고 찾아간 가양역 근처 잉어빵 가게. 혹시나 같은 집인데 위치를 잘못 표기한 게 아닐까 했지만, 두 곳 모두 지도와 같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2분 거리에 위치한 두 잉어빵 가게는 가깝고도 멀게 느껴졌다. 심지어 756번 잉어빵 가게 건너편에는 국화빵과 호떡 노점상도 있었다. 그야말로 '풀세권'이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잉어빵 집이 있어도 되나?' 하는 우려도 잠시, 이 두 잉어빵 집은 같아 보여도 확연히 다른 잉어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2번 잉어빵 가게는 '미니 잉어빵', 756번 잉어빵 가게는 우리가 아는 '원조 잉어빵' 모양을 하고 있었다. 2번 미니 잉어빵 가게에서 잉어빵을 사가던 손님은 "이게 작아 보여도. 바삭하고 정말 맛있다. 큰 것도 맛있지만 작은 것도 정말 맛있다. 늦게 오면 못살 정도"라며 기자에게 귀띔해 주기도 했다. 이처럼 각자의 취향이 있어 잉세권 공존이 가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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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팥도 슈크림도 아닌 김치...붕어빵?

지도에서 붕어빵 가게 설명을 하나하나 읽다가 '붕어빵 최고 존엄 맛집', '김치 붕어빵 짱(최고) 맛' 등 네티즌의 설명 글마저 맛있음이 느껴져 선택하게 된 17번 까치산 국민은행 옆 붕어빵 가게에 마지막으로 찾아갔다. 설명과 달리 김치가 아닌 매운 야채 붕어빵이 슈크림과 팥 붕어빵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가장 인기라는 매운 야채 붕어빵은 옆에 평범한 맛들과는 달리 미리 대기하고 있지 않았다. 까치산 붕어빵 집 사장님은 "방금 왔던 손님이 매운 야채를 다 사 갔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셨다. 이곳의 슈크림과 팥 붕어빵은 2개 천원, 매운 야채는 1개 800원, 2개 1,500원이었다. 대동풀빵여지도에서 김치 붕어빵 설명을 보고 찾아왔다고 하자 사장님은 "이거 아무 데나 안 판다. 여기만 파는 속이다. 정말 맛있다"며 연신 셀프 칭찬을 하셨다. 매운 야채 붕어빵은 이름이 김치는 아니었지만, 김치가 들어있었고 매운 것을 못 먹는 기자에겐 정말 매웠다. 약간 김치만두 또는 김치부침개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동풀빵여지도 덕분에 평생 모를 뻔했던 김치 붕어빵으로 불리는 특이한 붕어빵을 만난 순간이었다.

[해보니 시리즈 99] '대동풀빵여지도' 보고 '붕세권' 직접 찾아 가보니

■ 그 많던 붕어빵 집은 다 어디로 갔을까?

대동풀빵여지도로 붕어빵 가게를 찾아가며 지도가 정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대체 어쩌다 붕어빵 가게를 지도까지 보고 찾아가게 됐을까?', '붕어빵 가게는 그저 지나가다 보이면 반가운 마음에 사 먹던 간식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찾기 어렵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 곳곳에 있던 붕어빵 가게는 어떤 이유로 점점 줄어가고 있는 걸까? A 붕어빵 사장님은 "우선 이 일 자체가 너무 힘들다. 힘들어서 다들 안 하려고 하거나, 하다가도 금방 그만둔다"고 말했다.

또 다른 B 붕어빵 사장님은 재료비 상승이 원인이라고 했다. B 붕어빵 사장님은 "개수로 핀잔을 주는 손님들이 늘었다. 아무래도 덜 사 먹는다"라며 "시간이 흐른 만큼 재료비가 상승해 붕어빵 개수를 줄이는 게 불가피했다. 이해해달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붕어빵 가격은 밀가루나 설탕, 팥 등 원재료부터 연료값 등의 비용에 따라 달라지는데, 지난 11월 23일 농수산유통정보에 따르면 4년 새 팥 도매가격은 약 47% 상승했다. 이외에도 미세먼지, 다양해진 길거리 음식 종류 등도 원인으로 꼽았다.

물가 상승으로 붕어빵 개수가 줄고 품 안에 천 원짜리 몇 장 품고 다녀도 우연히 붕어빵을 만나기는 어렵게 됐지만, 대동풀빵여지도로 모두 따뜻한 겨울이 되길 바라본다.

YTN PLUS 이은비 기자
(eunbi@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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