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세계 3위 듀오' 안재현-이상수, "판전둥 잡아야죠!"

[와이파일] '세계 3위 듀오' 안재현-이상수, "판전둥 잡아야죠!"

2020.05.28. 오후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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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세계 3위 듀오' 안재현-이상수, "판전둥 잡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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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 남자 우승은 '어우마'(어차피 우승은 마룽)으로 끝났지만, 20살 신예 안재현이 단연 주목을 받았습니다. 까다로운 중국식 펜홀더 웡춘팅에 이어 16강에선 일본의 '괴성남' 탁구 천재 하리모토까지 꺾었기 때문이죠. 8강에서는 대표팀 절친 선배 장우진까지 꺾고 4강에 올랐지만, 아쉽게 스웨덴의 변칙 핌플 선수 팔크에 져서 결승진출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16강전 패배 후 현장에서 본 하리모토의 굵은 눈물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한 팀에 세계 3위가 2명?

탁구 역시 코로나 여파로 국내외 대회가 모두 중단되면서 대부분 선수들은 소속팀 훈련에 열중입니다. 최근 삼성생명 훈련장을 찾았더니 이상수-안재현이 파트너로 연습을 하더군요. 이상수도 2017년 세계선수권 단식 3위이니, 한 팀에 역대 세계 3위가 두 명이나 있는 셈이죠.


'감각적 탁구' 안재현 "모든 기술 마스터 하고파"

지난해 안재현을 세계 4강에 올려놓은 결정적 기술, 무엇보다 안정적인 포핸드 드라이브입니다. 보통 우리 선수들이 하리모토의 백핸드 빠른 박자에 걸리면 고전하기 일쑤인데, 안재현은 백핸드로 랠리 한두 개를 버틴 뒤 결국 포핸드로 결정을 냈죠. 키는 168cm로 크지 않지만 탁구 지능과 감각이 국내선수 가운데 최고라는 게 소속팀 이철승 감독의 평가입니다. 중국의 3대 천왕 가운데 마롱에게서는 포핸드를, 판전둥에게서는 백핸드를, 쉬신에게서는 움직임을 뺏어오고 싶다는 욕심쟁이입니다.

안재현-이상수, "30년이 지나도 발트너 탁구는 예술"

그러면서 틈틈이 8-90년대 세계챔피언 스웨덴의 발트너 동영상을 연구하는 모습이었는데, 특히 서비스가 인상적이라고 털어놨습니다. 하기야 과거 1세트 21점제일 때, 보통 서브권 5개 가운데 기본 4개 정도를 뺏어오는 여우같은 서비스를 누군들 부러워하지 않았을까요.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너무나 쉽게 점수를 뽑는다는 측면에서는 3구, 5구안에 랠리를 마무리하는 테니스 황제 페더러에 비견될만하다고 봅니다.


듣든한 맏형 이상수 "판전둥은 꼭 이기고 싶습니다"

대표팀 선배이자 소속팀 맏형인 이상수, 올해 부산에서 세계선수권이 열린다면 누구를 꺾고 싶냐고 물었더니 뜻밖에 독일의 노장 티모 볼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역대 상대 전적 전패라는데, 아무래도 두 선수의 박자가 전혀 다르고, 티모 볼의 구질이 속도보다는 회전 위주의 반격, 그리고 까다로운 왼손이라는 점이 이상수가 고전한 이유인듯 보였습니다. 중국 선수 가운데는 '한국 선수 킬러' 판전둥을 뽑았는데, 이 점은 안재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성인 무대로 한정해 판전둥을 꺾은 한국 선수는 지난해 정영식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도자들도 '세계챔피언 마룽을 이길 수 있을지는 몰라도, 판전둥은 안된다'고 인정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작은 뚱보' 판전둥, 사실상 세계 최강

97년생이니 이제 만 23살, 하지만 이 선수 청소년세계 선수권 3관왕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나타난 뒤 불과 16살때부터 세계 랭킹 5위에 오르며 성인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세계 최고라는 백핸드 기술에다 최근에는 포핸드, 카운터 드라이브와 맞드라이브까지 절정의 경지에 이르면서 '마술사' 쉬신은 물론 '우주 최강' 마룽마저도 뛰어넘은 인상을 줍니다. 메이저 대회 아시안컵과 월드컵 우승 경력이 있는데 내년으로 미뤄진 올림픽 금메달을 포함해 세계선수권 챔피언 등 향후 10년은 판전둥의 세상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봅니다. 물론 현재 세계 랭킹도 1위입니다. 실제 최근 비공개로 이뤄진 중국대표팀의 마카오 전지훈련 내부 친선경기에서 판전둥은 쉬신 마룽 린가오위엔 등을 2-4위로 밀어내고 단식 1위를 차지했습니다. 판전둥을 이겨야 중국을 이겼다고 할 수 있으니, 안재현 이상수 모두 '타도 판전둥'을 외치는 이유는 그 때문인듯합니다.안재현은 판전둥의 연결력이 워낙 좋아, 본인의 서브나 리시브때 큰 부담 없이 넘겨주면서 랠리를 유도하는게 오히려 상대에게 부담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9월 부산세계선수권 아니면 내년 초 개인-단체 혼합세계선수권?

[와이파일] '세계 3위 듀오' 안재현-이상수, "판전둥 잡아야죠!"

당초 우리 선수들이 판전둥을 포함한 중국선수들과 대결할 기회는 9월 부산세계선수권이 유력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유럽과 북미 선수들의 참가 여부가 코로나 19 확산으로 불투명해지면서 세계선수권이 또 한 번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내년 세계선수권(개인전) 개최는 미국 휴스턴인데, 미국도 지금 상황으로 보면 국제 대회 개최가 쉽지않아, 여차하면 내년 초 쯤 부산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망라한 세계선수권이 열릴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2001년 이후 단체전과 개인전이 격년제로 치러지는 세계선수권이 다시한번 혼합세계선수권 형태로 치러질지 관심인데요, 어찌 됐든 코로나가 물러나서 우리 선수들의 홈구장인 부산에서 중국 선수들과 맞붙는 모습을 직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봉국[bksu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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