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귀에서 ‘삐~’ 노년층 만성 이명, 치매 위험 높다

[와이파일]귀에서 ‘삐~’ 노년층 만성 이명, 치매 위험 높다

2021.03.27.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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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병원 “만성 이명 환자 대뇌 회백질 부피 감소”
“노년층 만성 이명, 뇌 인지기능 감퇴와 관련”
“이명 있는 고령층, 인지기능 검사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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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귀에서 ‘삐~’ 노년층 만성 이명, 치매 위험 높다
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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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만 들리는 귓속 소음인 ‘이명’, 한 번씩은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이명은 외부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데도 귓속에서 ‘삐~’ 또는 ‘쉬익~’ 같은 잡음이 들리는 증상인데요.

일시적인 이명은 정상인의 90% 정도가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지만 몇 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또는 자주 발생하는 이명은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또, 나이가 들어 청력이 떨어지면서 함께 발생할 수도 있고, 귀 손상이나 다른 질환의 증상으로 함께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특히 노년층에서, 3~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이명의 경우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이명은 나이가 들면서, 즉 50대 이후에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20~30대 환자도 많습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큰 소음에 자주 노출되고 음악, 영화, 게임 등을 하면서 볼륨을 높인 채 장시간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 과도한 스트레스 등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28만7천여 명이던 이명 환자는 2018년에는 32만여 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8년 이명 환자 가운데 15%인 4만8천여 명이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귓속 소음인 ‘이명’, 만성 이명을 겪는 노인은 뇌의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결국 치매의 위험이 높아질수 있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대학교 서울시보라매병원 김영호-김유경 교수 연구팀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 중 하나인 만성 이명이 뇌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되어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만성 이명 있는 경도인지장애 그룹 대뇌 회백질 부피 크게 감소"
노화 신경과학 프론티어 (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 게재

서울의대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김영호, 핵의학과 김유경 교수팀은 만성 이명으로 진단받은 23명의 환자를 경도인지장애(MCI) 진단 여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누고, 그룹별 양전자 단층촬영(PET)과 자기공명영상(MRI) 결과를 비교해 만성 이명 환자의 뇌에서 나타나는 대사 및 구조적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만성 이명을 가진 경도인지장애 그룹은 이명 없이 경도인지장애만을 가진 대조군에 비해 대뇌 회백질(GM) 부피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뇌 회백질은 중추신경에서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곳으로 회백질의 부피가 감소할수록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성 이명 그룹, 뇌 포도당 대사 기능 현저히 감소"
노화 신경과학 프론티어 (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 게재

또한, 연구팀은 만성 이명을 가진 경도인지장애 그룹에서 이명이 없는 대조군과 비교해 우측 측두엽과 좌측 방추 부위에서 포도당 대사 기능이 현저히 낮아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만성 이명이 인지기능 저하를 가속화 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미국국립보건원 산하 국립노화연구소에서는 사람의 뇌에서 포도당 대사 능력이 떨어져 포도당이 뇌에 쌓이면 알츠하이머 치매의 병리 현상인 아밀로이드의 응집과 타우 단백질 엉킴 현상이 더 많이 관찰되고 치매 증세도 더 심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만성 이명이 있는 경도인지장애 그룹에서 이명이 없는 그룹보다 뇌 포도당 대사가 크게 낮아진 것이 확인된 것은 심한 이명이 인지기능저하를 가속화해 치매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에 김유경 핵의학과 교수는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명의 명확한 원인이나 기전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만성 이명이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환자에서 대뇌의 당 대사 및 구조적인 변화를 유발하고 대뇌 반구간 네트워크의 교란을 일으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영호 서울의대 이비인후과 교수는 “매우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 이명이 발생되는 것으로 의심되기 때문에 각각의 원인에 따라 치료 전략도 크게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달팽이관 내 청각신경계만의 문제가 아닌 노화에 따른 대뇌의 변화, 특히 인지기능의 변화와 만성 이명의 연관성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고, 노년층 이명의 진단에서 인지장애가 고려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만성 이명 있는 고령자, 인지기능 평가도 함께 해야"
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앞서 2019년 만성 이명을 호소하는 고령환자가, ‘인지장애’ 발병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던 김영호 서울의대 교수는 “노년기에 많이 호소하는 만성 이명은 우울감이나 수면장애 등과 동반되면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요구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인지장애가 심화하면 일부에서 치매로 진행할 수 있는 만큼 노인층에서의 만성 이명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경도인지장애의 치매로의 진행 발생률은 연간 10~15% 정도로 알려져 있고, 뇌혈관질환과 관련된 경도인지장애의 경우엔 절반에 해당하는 50%가 5년 이내에 치매로 진행된다는 보고가 있다”며 “이명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거나, 심해진다고 느끼는 고령자는 이명 치료와 함께 인지기능에 대한 평가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특히 “이명이 지속되고, 귀가 먹먹하거나 안 들리는 경우, 어지럼증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면서 “동반 증상에 따라 단순 이명부터 돌발성 난청, 중이염, 심지어 뇌졸중까지도 진단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명확한 발생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고 충분한 상담과 진단적 노력이 없는 단순한 예방법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타이완 연구팀 "만성 이명이 치매·파킨슨병 전조 증상"
자료: 타이완 국립 양밍대학교 뇌과학연구소

이명이 알츠하이머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신경계 질환의 '가벼운' 전조 증상일 수 있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타이완 국립 양밍대학교 뇌과학연구소가 국립건강보험 데이터를 이용해 이명 환자 12,657명과 이명이 없는 25,314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들의 나이는 41세~64세였는데, 이명 환자 그룹에서는 이 기간 398명(3.1%)이, 이명 없는 그룹에서는 501명(2.0%)이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즉, 이명 환자 그룹에서의 치매 발병률이 이명이 없는 그룹의 1.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환자도 비슷한 수준(1.56배)으로 이명 환자 그룹에서 더 많았습니다.

타이완 뇌과학연구소는 “타이완 내 전국 단위 인구집단 연구에서 이명이 치매의 전조 증상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연구소는 또, “만성적인 이명 환자라면 치매나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있다고 보고 함께 검사하고 치료해 증상이 악화하는 것을 예방하거나 속도를 조절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잔디[jand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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