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자료에선 국내 집값 상대적으로 '안정적'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반이기 때문…현실과 괴리"
"현실과 다른 통계는 정책 오류의 원인 될 수 있어"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반이기 때문…현실과 괴리"
"현실과 다른 통계는 정책 오류의 원인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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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전반적으로 인색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진보와 보수 진영을 막론하고 쓴소리를 쏟아내는 분야입니다. 내 집 마련은 물론이고, 전세와 월세 같은 임대차 시장마저 불안해졌으니 총체적인 난국이라고 할 만하죠.
부동산 문제에 자신 있다던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가 돼서야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며 처음으로 사과했습니다. 이는 청와대의 인식이 현실과 얼마나 괴리돼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동산 문제에 자신감을 보였던 2019년 말 '국민과의 대화' 당시에도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며, 이른바 '영끌'을 통한 '패닉 바잉' 조짐이 나타나던 시점이었거든요. '영끌' '패닉바잉'과 같은 부동산 관련 신조어가 대거 등장하게 된 것도 이런 정책 실패와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건 후속기사입니다. ☞ [와이파일] 한국 집값이 안정적?...통계 속에 보이는 '폭등세'(후속편)(https://www.ytn.co.kr/_ln/0134_202107030700018580)
그런데 이런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반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다 급등세를 보이는데,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죠.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보통 이런 반박은 국제 경제 기구의 자료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 경우에는 바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 주인공입니다. 그럼 OECD 자료를 한 번 보죠.
위 그래프는 명목 주택 가격을 나타냅니다.(어떤 경제 지표인가와 무관하게 '명목'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는 뜻입니다. 반대 의미는 '실질'입니다.) 2015년을 100으로 가정하고 2020년 말 기준 집값을 수치화한 건데요, OECD 회원국 전체로는 134가 됐습니다. 터키는 심각하네요.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204로, 두 배가 넘게 올랐습니다.(터키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겪고 있어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디에 있을까요? 107을 기록해 일본보다 낮은 위치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집값 상승률이 낮은 나라는 몇 개 없네요. OECD 회원국으로만 한정하면 핀란드와 이탈리아뿐입니다. 이 수치만 보면 실제로 우리나라는 부동산 시장 관리에 대단히 성공적인 국가로 볼 수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실질 주택 가격인데요, 여기에서도 우리나라의 결과가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안정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 여기까지 언급한 내용, 공감하실 분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습니다. 명목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집값이 2015년 이후 10%도 오르지 않았다는 뜻이거든요. 체감하는 상황과는 거리가 클 겁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 몇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국내 부동산 시장이 수도권 중심으로 오름폭을 키웠다는 점입니다. 아래 그래프는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자료인데요, 2017년 11월 이후 수도권의 집값 오름세가 지방을 추월했고, 그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언론은 인구가 많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전국적으로 평균을 내보면 체감하는 것보다 낮은 상승률이 나온다는 뜻이죠.
또 하나, 국내 부동산 시장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죠. 상대적으로 개인 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같은 곳은 오름폭이 작은 편입니다.(이젠 이것도 옛말이 되긴 했지만요.) 이 역시 평균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실 이번에 언급할 이유가 가장 큽니다. 바로 OECD 같은 국제기구는 정부 공식 자료를 기반으로 통계를 작성한다는 점이죠. 우리나라는 위에 언급한 한국부동산원의 통계가 기초 자료가 되는 셈입니다. 사실상 전 세계의 경제를 다 들여다봐야 하는 OECD에서 국가에 따라, 사안에 따라 다른 통계 모델을 만든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 한국부동산원 통계가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겠죠. 한국부동산원 통계와 민간 자료 가운데에서 가장 인용 비중이 큰 KB부동산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전국 주택 가격입니다. 현재 한국부동산원은 2017년 11월을 기준점인 100으로 삼고 있는데요, 이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전국 매매가격지수는 99였습니다. 그리고 2019년 하반기부터 급등세를 보이더니 지난달에는 110.4가 됐죠. 문재인 정부 출범 뒤 11%가 조금 넘게 오른 겁니다.
이번에는 KB부동산 통계입니다. KB부동산은 2019년 1월을 기준으로 잡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의 전국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는 95.9였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115.1이 됐죠. 20%가 넘게 올랐습니다. 2019년 하반기부터 급등세를 보였다는 추세는 같지만, 등락률에는 두 배 가까운 차이가 있었던 거죠.
앞서 수도권 집값이 폭등했다고 설명했으니, 이쪽도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입니다. 먼저 한국부동산원입니다. 2017년 5월 97.3이었고요, 지난달에는 116.3이 됐습니다. 20%에 조금 못 미치게 올랐습니다.
KB부동산 통계는 같은 기간 84.1에서 124.1로 올랐습니다. 47%가 넘는 오름폭입니다.
이번에는 지수가 아닌 가격으로 볼게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추이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선 5억 7천만 원으로 시작해 9억 천7백만 원이 됐습니다. 60% 조금 넘게 올랐네요. 반면 KB부동산 통계에선 6억 7백만 원이 11억 2천만 원으로 뛰었습니다. 85%가 넘습니다. 큰 차이죠.(가격 지수와 평균 가격 오름폭이 다른 건 조사 방법적인 차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른 민간 통계와 비교해도 비슷비슷한 결과가 나옵니다. 최근 부동산 정보업체인 리얼투데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뒤 3.3㎡당 서울 아파트값이 86.5% 올랐다고 밝히기도 했죠.
지속해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해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이 2배 가까이 올랐다고 비판했죠. 이 자리에서 경실련은 정부의 통계 자료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민간에서 나오는 통계는 비슷비슷한 결과인데, 유독 정부 공식 통계인 한국부동산원에서 나오는 자료만 오름폭이 대폭 축소돼 있다는 주장이죠. 한국부동산원의 통계가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죠.
그럼 왜 이런 통계가 만들어지는 걸까요? 지난해 말에 통계청이 발표한 '정기통계품질진단 결과보고서'를 보면 힌트가 있습니다. 일단 통계청은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집계 과정은 높게 평가했는데요, 주간 단위 조사와 월간 단위 조사의 표본 수가 다르고, 신축 아파트가 적정한 수준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전반적으로 표본이 적어 오차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그동안 표본이 적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 인색했던 한국부동산원은 이 보고서가 나온 다음 날, 표본 수를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시민단체와 야당은 표본 문제와는 별도로 다른 의심의 눈길도 보내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부동산원이 집권 세력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죠. 다만 이는 (의심은 되지만) 명확한 근거가 없어 여기에서 다루진 않겠습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되도록 보수적으로 통계를 집계하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라며 "여기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보면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의 공식 통계가 현실과 다르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위에 언급한 것처럼 당국자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 나오는 건 큰 문제가 아닙니다. 실수요자에게 혼선을 주는 건 대단히 심각한 문제지만, 아래 언급할 부분에 비하면 그나마 낫습니다. 이건 통계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통계청의 목적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위 그림은 통계청 웹사이트에 나와 있는 기관 소개 글인데요, 이걸 보면 국가 단위 통계 산출의 목적이 알 수 있습니다. 각 경제주체에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통계를 통해 국가정책을 뒷받침한다는 것이죠. 이는 다시 말하자면, 통계가 잘못됐을 경우, 정책도 잘못 수립될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지난 2018년 정부의 황수경 통계청장 경질이 큰 논란이 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전례가 없었던 일인 데다가, 정권 입맛에 맞는 통계를 작성하라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했기 때문입니다.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상징처럼 돼버린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진행된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집값이 11% 올랐다고 답변해 엄청난 지탄을 받았죠. 김현미 장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것이 현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곤 있지만, 정부가 지정하는 유일한 통계가 한국감정원(현재 한국부동산원으로 이름을 바꿨죠.)이다 보니 여기에 맞춰서 말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죠. 그렇다면 부동산 정책 역시 현실과 괴리된 통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판단은 조금도 무리한 해석이 아닐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무려 25차례나 나온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대체로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상황이 됐습니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겠지만,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겠죠.
일단 한국부동산원이 표본을 확대하기로 한 점은 긍정적입니다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건 체감에 맞는 통계를 내놓는 것이겠죠. 끝으로 다시 한 번 김현미 전 장관의 발언을 상기해드리겠습니다. 김 전 장관의 취임사에 있었던 내용입니다.
"숫자로 현실을 왜곡하지 맙시다. 숫자는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현장과 괴리된 통계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웁니다. 또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박탈하는, 위험천만한 일이기도 합니다. 숫자를 가지고 얘기하자고 하면 숫자는 얼마든지 만들어집니다.
현장에서, 국민의 체감도를 가지고 이야기합시다."
YTN 조태현 (chot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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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제에 자신 있다던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가 돼서야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며 처음으로 사과했습니다. 이는 청와대의 인식이 현실과 얼마나 괴리돼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동산 문제에 자신감을 보였던 2019년 말 '국민과의 대화' 당시에도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며, 이른바 '영끌'을 통한 '패닉 바잉' 조짐이 나타나던 시점이었거든요. '영끌' '패닉바잉'과 같은 부동산 관련 신조어가 대거 등장하게 된 것도 이런 정책 실패와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건 후속기사입니다. ☞ [와이파일] 한국 집값이 안정적?...통계 속에 보이는 '폭등세'(후속편)(https://www.ytn.co.kr/_ln/0134_202107030700018580)
그런데 이런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반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다 급등세를 보이는데,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죠.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 OECD 통계에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한국 집값
보통 이런 반박은 국제 경제 기구의 자료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 경우에는 바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 주인공입니다. 그럼 OECD 자료를 한 번 보죠.
위 그래프는 명목 주택 가격을 나타냅니다.(어떤 경제 지표인가와 무관하게 '명목'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는 뜻입니다. 반대 의미는 '실질'입니다.) 2015년을 100으로 가정하고 2020년 말 기준 집값을 수치화한 건데요, OECD 회원국 전체로는 134가 됐습니다. 터키는 심각하네요.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204로, 두 배가 넘게 올랐습니다.(터키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겪고 있어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디에 있을까요? 107을 기록해 일본보다 낮은 위치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집값 상승률이 낮은 나라는 몇 개 없네요. OECD 회원국으로만 한정하면 핀란드와 이탈리아뿐입니다. 이 수치만 보면 실제로 우리나라는 부동산 시장 관리에 대단히 성공적인 국가로 볼 수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실질 주택 가격인데요, 여기에서도 우리나라의 결과가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안정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죠.
◆ 현실은 부동산 폭등…체감과 다른 국제 통계
그런데 여기까지 언급한 내용, 공감하실 분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습니다. 명목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집값이 2015년 이후 10%도 오르지 않았다는 뜻이거든요. 체감하는 상황과는 거리가 클 겁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 몇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국내 부동산 시장이 수도권 중심으로 오름폭을 키웠다는 점입니다. 아래 그래프는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자료인데요, 2017년 11월 이후 수도권의 집값 오름세가 지방을 추월했고, 그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언론은 인구가 많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전국적으로 평균을 내보면 체감하는 것보다 낮은 상승률이 나온다는 뜻이죠.
또 하나, 국내 부동산 시장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죠. 상대적으로 개인 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같은 곳은 오름폭이 작은 편입니다.(이젠 이것도 옛말이 되긴 했지만요.) 이 역시 평균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실 이번에 언급할 이유가 가장 큽니다. 바로 OECD 같은 국제기구는 정부 공식 자료를 기반으로 통계를 작성한다는 점이죠. 우리나라는 위에 언급한 한국부동산원의 통계가 기초 자료가 되는 셈입니다. 사실상 전 세계의 경제를 다 들여다봐야 하는 OECD에서 국가에 따라, 사안에 따라 다른 통계 모델을 만든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 민간 통계보다 확연히 상승률 낮은 한국부동산원 통계
그럼 한국부동산원 통계가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겠죠. 한국부동산원 통계와 민간 자료 가운데에서 가장 인용 비중이 큰 KB부동산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전국 주택 가격입니다. 현재 한국부동산원은 2017년 11월을 기준점인 100으로 삼고 있는데요, 이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전국 매매가격지수는 99였습니다. 그리고 2019년 하반기부터 급등세를 보이더니 지난달에는 110.4가 됐죠. 문재인 정부 출범 뒤 11%가 조금 넘게 오른 겁니다.
이번에는 KB부동산 통계입니다. KB부동산은 2019년 1월을 기준으로 잡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의 전국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는 95.9였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115.1이 됐죠. 20%가 넘게 올랐습니다. 2019년 하반기부터 급등세를 보였다는 추세는 같지만, 등락률에는 두 배 가까운 차이가 있었던 거죠.
앞서 수도권 집값이 폭등했다고 설명했으니, 이쪽도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입니다. 먼저 한국부동산원입니다. 2017년 5월 97.3이었고요, 지난달에는 116.3이 됐습니다. 20%에 조금 못 미치게 올랐습니다.
KB부동산 통계는 같은 기간 84.1에서 124.1로 올랐습니다. 47%가 넘는 오름폭입니다.
이번에는 지수가 아닌 가격으로 볼게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추이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선 5억 7천만 원으로 시작해 9억 천7백만 원이 됐습니다. 60% 조금 넘게 올랐네요. 반면 KB부동산 통계에선 6억 7백만 원이 11억 2천만 원으로 뛰었습니다. 85%가 넘습니다. 큰 차이죠.(가격 지수와 평균 가격 오름폭이 다른 건 조사 방법적인 차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 "정부 통계는 시장 왜곡 수준"
다른 민간 통계와 비교해도 비슷비슷한 결과가 나옵니다. 최근 부동산 정보업체인 리얼투데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뒤 3.3㎡당 서울 아파트값이 86.5% 올랐다고 밝히기도 했죠.
지속해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해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이 2배 가까이 올랐다고 비판했죠. 이 자리에서 경실련은 정부의 통계 자료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민간에서 나오는 통계는 비슷비슷한 결과인데, 유독 정부 공식 통계인 한국부동산원에서 나오는 자료만 오름폭이 대폭 축소돼 있다는 주장이죠. 한국부동산원의 통계가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죠.
그럼 왜 이런 통계가 만들어지는 걸까요? 지난해 말에 통계청이 발표한 '정기통계품질진단 결과보고서'를 보면 힌트가 있습니다. 일단 통계청은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집계 과정은 높게 평가했는데요, 주간 단위 조사와 월간 단위 조사의 표본 수가 다르고, 신축 아파트가 적정한 수준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전반적으로 표본이 적어 오차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그동안 표본이 적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 인색했던 한국부동산원은 이 보고서가 나온 다음 날, 표본 수를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시민단체와 야당은 표본 문제와는 별도로 다른 의심의 눈길도 보내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부동산원이 집권 세력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죠. 다만 이는 (의심은 되지만) 명확한 근거가 없어 여기에서 다루진 않겠습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되도록 보수적으로 통계를 집계하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라며 "여기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보면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 통계가 현실과 괴리되면?…"정책도 왜곡 불가피"
정부의 공식 통계가 현실과 다르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위에 언급한 것처럼 당국자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 나오는 건 큰 문제가 아닙니다. 실수요자에게 혼선을 주는 건 대단히 심각한 문제지만, 아래 언급할 부분에 비하면 그나마 낫습니다. 이건 통계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통계청의 목적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위 그림은 통계청 웹사이트에 나와 있는 기관 소개 글인데요, 이걸 보면 국가 단위 통계 산출의 목적이 알 수 있습니다. 각 경제주체에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통계를 통해 국가정책을 뒷받침한다는 것이죠. 이는 다시 말하자면, 통계가 잘못됐을 경우, 정책도 잘못 수립될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지난 2018년 정부의 황수경 통계청장 경질이 큰 논란이 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전례가 없었던 일인 데다가, 정권 입맛에 맞는 통계를 작성하라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했기 때문입니다.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상징처럼 돼버린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진행된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집값이 11% 올랐다고 답변해 엄청난 지탄을 받았죠. 김현미 장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것이 현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곤 있지만, 정부가 지정하는 유일한 통계가 한국감정원(현재 한국부동산원으로 이름을 바꿨죠.)이다 보니 여기에 맞춰서 말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죠. 그렇다면 부동산 정책 역시 현실과 괴리된 통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판단은 조금도 무리한 해석이 아닐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무려 25차례나 나온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대체로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상황이 됐습니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겠지만,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겠죠.
일단 한국부동산원이 표본을 확대하기로 한 점은 긍정적입니다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건 체감에 맞는 통계를 내놓는 것이겠죠. 끝으로 다시 한 번 김현미 전 장관의 발언을 상기해드리겠습니다. 김 전 장관의 취임사에 있었던 내용입니다.
"숫자로 현실을 왜곡하지 맙시다. 숫자는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현장과 괴리된 통계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웁니다. 또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박탈하는, 위험천만한 일이기도 합니다. 숫자를 가지고 얘기하자고 하면 숫자는 얼마든지 만들어집니다.
현장에서, 국민의 체감도를 가지고 이야기합시다."
YTN 조태현 (chot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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