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페트병 갖고 오시면 종량제 봉투 드려요”…난곡동 주민들의 자원순환 활동

“투명 페트병 갖고 오시면 종량제 봉투 드려요”…난곡동 주민들의 자원순환 활동

2021.12.22. 오후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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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 서울시 관악구 난곡동 한 골목길. 봉사자들이 천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제법 쌀쌀한 데다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자 걱정이 앞섰다.

‘이 날씨에 사람들이 정말로 와줄까?’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오후 3시가 가까워올 무렵, 어디선가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들은 한손 혹은 양손에 투명 페트병이나 우유팩이 한가득 담긴 봉투를 들고 천막 앞에 줄을 섰다.

3시 정각이 되자 천막 안에 있던 봉사자들이 주민들이 가져온 물품들을 차례로 검사하기 시작했다. 조건을 맞춘 주민들에게는 페트병 10개당 종량제 봉투 1장, 우유팩 10장당 두루마리 휴지 1개가 지급됐다.

투명 페트병은 라벨을 떼고, 내용물을 깨끗하게 비워 세척한 뒤 압착해서 10개씩, 한쪽 모서리를 잘라 펴서 깨끗이 씻어 말린 우유팩은 10장씩 모아 오는 게 조건이다.
[사진설명] 주민들이 모아 온 투명 페트병과 우유팩

지난 6월, 첫 발을 뗀 이 활동은 주민 10여 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자원순환 동아리 ‘원더플’에서 주도하는 친환경 캠페인이다.

“이제 지구온난화, 탄소중립은 전 지구적으로 당면한 인류 과제가 됐잖아요.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대두됐고요. 우리 동네부터 돌아보고,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마음 맞는 주민들끼리 뭉칠 수 있었고, '한 번 더 플러스해서 사용하자'는 의미로 '원(one)더플(+,플러스)'이라는 동아리를 결성하게 됐습니다.”
-박우인, ‘원더플’ 대표

난곡동을 시작으로 현재 난향동, 신사동 등 7개동으로 확산할 정도로 캠페인이 활발해졌지만,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미처 내용을 자세히 숙지하지 못한 주민들이 라벨도 채 떼지 않은 페트병이나 이물질이 남아있는 우유팩을 가져오는 일이 다반사였다.

‘원더플’ 멤버 김숙희 씨는 “주민분들을 되돌려 보내는 과정에서 마음 상한 분들을 보면 저희도 편치 않았지만 본래 활동 목적과 의미를 잃지 않으려면 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면서 “주민분들이 올바른 분리배출의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열심히 설명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활동을 거듭할수록 ‘100점짜리’ 물품을 가져오는 주민들이 많아졌다. 이처럼 한 동네에서 분리배출 문화가 자리 잡히면, ‘원더플’ 동아리 구성원들은 다른 동네를 물색한다.

페트병과 우유팩을 각각 따로 모으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원더플’ 멤버 김지현 씨는 “투명 페트병과 우유팩을 별도로 분리배출하면 옷감과 휴지 등으로 재탄생될 수 있다”며 “모 의류업체에서 관악구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멤버 최경숙 씨는 “충분히 좋은 재료로 재활용될 가치가 있는데, 분리배출이 제대로 안 돼서 그 가치를 잃어버린다는 게 안타깝다”며 “우리 활동이 널리 퍼져서 많은 사람이 올바른 분리배출에 대해 알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YTN 강승민 (happyjournalist@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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