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AUKUS 통해 2030년대 초까지 핵잠 5척 획득
세계 7번째 핵잠 보유국 반열…중국 위협 대응 차원
호주, 새 '국방전략보고서' 이달 공개…역대급 국방 예산
한국과 인태 전략 협력 강화…K-방산에도 기회
세계 7번째 핵잠 보유국 반열…중국 위협 대응 차원
호주, 새 '국방전략보고서' 이달 공개…역대급 국방 예산
한국과 인태 전략 협력 강화…K-방산에도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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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을 배경으로 나란히 선 미·영·호주 정상. 3국 군사동맹 오커스(AUKUS) 결성 1년반 만에 가진 첫 대면 정상회담 결과 호주에 대한 핵 추진 잠수함 조기 공급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의 버지니아급 핵잠 최대 5척을 예정보다 10년 앞당긴 2030년대 초까지 인도한다는 것이 골자다.
호주는 이로써 세계 7번째 핵잠 보유국에 오른다. 미국 인도분을 비롯해 총 13척으로 구성된 핵추진 잠수함 편대를 완성하는 데 최대 2400억 달러(약 313조)를 투입할 전망이다. 지정학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관망하고 있는 호주가 유래없는 국방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막대한 경제력을 앞세워 호주의 앞마당인 태평양 도서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 때문이다.
안보·경제적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오커스, 쿼드(Quad),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등을 통해 호주를 위시한 동맹과 우방국을 결집시켰다 . 이에 맞서 중국도 아시아를 넘어 유럽, 중동까지 우군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이같은 미중 전략 경쟁 심화 속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2월 ‘인도 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우리 외교의 구심점을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인도태평양으로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한국여성기자협회 주관 '인도 태평양 안보 협력' 현장 취재차 호주를 찾았다. 2021년 한국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호주는 우리 정부가 협력을 심화, 발전시켜가야할 유사 입장국(like-minded country)이자 중견국이다. 시드니-멜버른-캔버라로 이어지는 취재 여정을 통해 '번영하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한 한-호주 파트너십의 협력 지점을 모색해 볼 수 있었다.
“빈체로~ 빈체로~! (vincerò!, 승리하리라)”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대표곡 ‘네순 도르마’가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호주 남부 멜버른 상공을 힘차게 날아올랐던 전투기 8대가 급강하하며 화려한 부채꼴 모양의 비행운을 남겼다. 우리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 이글스’가 아발론 국제 에어쇼에서 펼친 24개 특수 기동 중 하이라이트였다.
30분 간에 걸친 고난도 기동 내내 수만 관중의 탄성과 박수갈채가 끊이지 않았다. 푸른 상공에 하트, 태극기 문양 등이 잇따라 수놓아졌고 두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좌우에서 단 1미터 간격으로 교차해 날아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기도 했다. 영화 <탑건-매버릭> 주제가로 시작해 팝송, K-팝, 오페라까지 다양한 장르의 배경음악은 감동을 배가시켰다. 그 결과 세계 30개국 160여 대 항공기가 참가한 아발론 에어쇼 초대 종합 최우수상(Best Overall Display)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팀의 공연이 끝난 뒤 흙먼지 날리는 애벌론 공항 한켠은 아이돌 그룹 팬 사인회를 방불케 했다. 땡볕 속에 블랙이글스 조종사 8명의 사인을 받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오랜 기다림 끝에 사인을 받아내고 아이처럼 기뻐하는 두 여성 엘로이(32, 회계사)와 캣(33 소프트 엔지니어). 왜 한국 팀이냐고 물었다 “블랙 이글스의 초음속 전투기 비행은 모든 구성이 완벽했고 박진감이 넘쳤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호주의 한 남성은 취재를 마치고 걸어가는 기자단에게 “너희 한국팀이 단연코 최고였다”며 미소 짓기도 했다. 한국 공군 제53 특수비행전대 블랙이글스 팀이 원주기지를 출발한 뒤 제주, 타이완, 인도네시아 등을 거쳐 1만㎞를 비행해 아발론까지 날아온 목적은 단순히 국제 에어쇼 참가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전투기의 우수성을 알림으로써 우리 방위산업 수출과 양자 협력에 기여하려는 포석이 깔려있다. (블랙이글스 팀은 5월 말 말레이시아 '리마 2023'에 참가해 또 한 번 그 위용을 자랑할 예정이다)
아발론 에어쇼와 연계해 열린 항공우주 방위산업 박람회장. 700여 개 업체 가운데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디펜스도 전시관을 마련했다. 각각 한국형 경공격기 FA-50, 전투기 KF-21와 호주 차세대 장갑차 수주 사업에서 독일 제품과 막판 경쟁 중인 ‘레드백’을 선보였다.
한화 다펜스는 아발론 공항이 자리한 질롱(Geelong)시 15만㎡ 부지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건설 중이다. 해외 진출 1호 공장으로 내년 완공이 목표다. 한화디펜스 현지 관계자는 이 공장에서 우선 호주 정부와 최대 1조 원 규모로 수출계약을 체결한 K-9 자주포 호주형 모델 생산에 나서고 ‘레드백’ 수주에도 성공한다면 그 생산의 첨병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기대를 나타냈다.
한-호주 간 방산 협력 확대는 호주의 전면적인 군사력 증강 움직임과 맞물린다. 지난해 5월 정권 교체에 성공한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 노동당 정부는 이르면 이달 새로운 <국방전략 보고서(DSR)>를 내놓을 예정이다. 반년간 준비한 이 보고서는 역대 최고의 국방 예산을 들여 1970년대에 머물고 있는 호주의 노후화된 국방력을 전면 개편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국회의사당에서 만난 매트 시슬스웨이트 국방부 부장관은 “인도태평양의 전략적 환경 급변에 따라 호주 국방력을 재평가하고 유사시 대응할 자위적 국방 태세를 갖추기 위해 6개월 동안 국방 전략을 검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인도태평양 전략 환경 변화’란 곧 중국의 위협을 일컫는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솔로몬 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하며 호주의 코 앞이라 할 수 있는 남태평양 도서국들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이 30년 만에 솔로몬 제도에 대사관을 재개설하고 일본이 외무상을 솔로몬·쿡 제도 등으로 잇따라 파견해 환심 사기에 나선 것도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남태평양 요충지에 손길을 뻗치는 중국에 대한 견제 행보이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 알렉스 브리스토우 박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호주는 상대적으로 안전했지만 중국의 부상으로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그만큼 역내 전략적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국방비 지출은 2000년 220억 달러(약 28조 원)에서 2021년 2,930억 달러(약 380억)로 10배 넘게 치솟았다.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올해 국방 예산도 전년 대비 7.2% 증가한 1조5,537억 위안(약 293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장거리 미사일을 비롯한 위협 타격 수단의 다양화는 국경 해안선이 길어(약 3만4천 km) 외부 침입에 취약한 호주의 위기의식을 키웠고 새로운 국방 안보 전략, 정책 수립의 동기로 작용했다.
호주가 미국, 영국과의 군사동맹 오커스(AUKUS)를 통해 핵 추진 잠수함 획득에 나선 것도 그런 차원이다. 시슬스웨이트 부장관은 국제 통상에서 아태 지역의 개방된 해양 운송로가 무척 중요하다면서 “해안선이 매우 긴 섬나라 호주를 수호할 수 있는 최고의 국방력을 갖추려면 핵 추진 잠수함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마이클 그린 시드니대 미국연구센터(USSC) 소장은 지리적으로 여러 위협으로부터 먼 호주에 꼭 핵잠이 필요하냐는 의문에 대해 “1~2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오는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조용한 방어시스템의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며 핵잠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호주의 핵잠 획득이 역내 군비 경쟁과 핵무장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상황. 취재 과정에서 만난 호주 조야의 인사들은 호주가 획득하는 핵 추진 잠수함은 결코 핵무기가 아니며 모든 과정이 NPT 체제를 준수하는 가운데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한결같이 강조했다. 또한 그동안 은밀하게 군사력 특히 핵 무력까지 증강해온 중국을 비판하며 역내 ‘군비 불균형’의 균형을 이뤄가는 과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주는 지정학적으로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축으로서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하고 있다. 오커스 동맹은 물론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안보협의체)와 파이브 아이즈(미·영·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보공동체)의 핵심 일원이다. 역내 위협 요소를 강하게 인식하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의 공조를 강화해 온 호주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호주 정부와 싱크탱크 인사들은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일제히 환영하며 협력 의지를 나타냈다. 한국과 호주의 인태 전략은 유사점이 크며 양국이 공유하는 규칙, 규범을 함께 지켜나가면서 전략적 균형점을 찾아나가자는 말이었다.
팀 와츠 호주 외교부 부장관은 “우리가 원하는 인도태평양은 안정적이고 번영하며 규칙에 입각한 질서가 유지되는 지역이며 유사 입장국인 한국과 호주가 이런 시스템을 지지하고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과 호주는 수교 60년을 맞은 2021년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CSP) 관계로 격상시켰다. 전략과 안보, 경제 혁신과 기술, 인적 교류 등 3개 축에서의 협력 강화가 그 골자이다.
미국의 핵심 동맹이자 중견 국가인 두 나라는 외교·국방장관 2+2 회의를 통해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MIKTA(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튀르키예·호주 5자 협의체)를 비롯한 소다자 틀을 통한 연대도 발전시켜가고 있다. 지난달엔 한국과 미국, 호주 국장급이 처음으로 지역전략대화를 갖고 인도·태평양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내년은 한-호주 FTA 체결 10년으로 양국의 경제 협력도 심화하고 있다. 2022년 한-호주 교역 규모는 674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한국은 호주의 교역 규모 3위 국가에 올랐다. 한국 입장에서 호주는 석유제품과 자동차 주요 수입국이자 인프라 분야에서 한국의 3번째 수주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편 양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중국의 안보 위협과 대중 무역 의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공통의 대응 과제도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호주 방위산업 협력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수도 캔버라에서 만난 호주 측 인사들은 한국 방산의 우수성을 치켜세우며 한국의 ‘빅테크’ 기술과 호주의 풍부한 자원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ASPI의 브리스토 박사는 호주 내 방위산업 제조 시설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하면서 “양국 간 방위산업 파트너십을 통해 무기 구매뿐 아니라 호주 자체 방위 역량 증대를 위한 협력 확대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런 파트너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적 화두가 된 ‘공급망 다각화’ 측면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군사 교류 측면에서의 진전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은 2021년 탈리스만 세이버(Talisman Sabre), 지난해 피치블랙(Pitch Black) 훈련에 최초로 참여하는 등 호주와의 연합 훈련도 꾸준히 확대 중이다.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핵 무력 강화 그리고 이에 맞서는 미국 동맹국들을 위시한 서방의 결집.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의 심화는 우리에게 고차원적 외교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냉전 시대를 방불케 하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각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호주 같은 가치 공유 중견국들과 연대하며 소다자 협력의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인도태평양을 비롯한 세계 질서의 안정과 평화, 번영을 구현하는 국제사회의 가치 있는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YTN 김희준 (hijunkim@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호주는 이로써 세계 7번째 핵잠 보유국에 오른다. 미국 인도분을 비롯해 총 13척으로 구성된 핵추진 잠수함 편대를 완성하는 데 최대 2400억 달러(약 313조)를 투입할 전망이다. 지정학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관망하고 있는 호주가 유래없는 국방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막대한 경제력을 앞세워 호주의 앞마당인 태평양 도서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 때문이다.
안보·경제적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오커스, 쿼드(Quad),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등을 통해 호주를 위시한 동맹과 우방국을 결집시켰다 . 이에 맞서 중국도 아시아를 넘어 유럽, 중동까지 우군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이같은 미중 전략 경쟁 심화 속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2월 ‘인도 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우리 외교의 구심점을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인도태평양으로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한국여성기자협회 주관 '인도 태평양 안보 협력' 현장 취재차 호주를 찾았다. 2021년 한국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호주는 우리 정부가 협력을 심화, 발전시켜가야할 유사 입장국(like-minded country)이자 중견국이다. 시드니-멜버른-캔버라로 이어지는 취재 여정을 통해 '번영하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한 한-호주 파트너십의 협력 지점을 모색해 볼 수 있었다.
1만 km 날아 호주 찾은 한국 공군 ‘블랙이글스’…그 이유는
“빈체로~ 빈체로~! (vincerò!, 승리하리라)”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대표곡 ‘네순 도르마’가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호주 남부 멜버른 상공을 힘차게 날아올랐던 전투기 8대가 급강하하며 화려한 부채꼴 모양의 비행운을 남겼다. 우리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 이글스’가 아발론 국제 에어쇼에서 펼친 24개 특수 기동 중 하이라이트였다.
30분 간에 걸친 고난도 기동 내내 수만 관중의 탄성과 박수갈채가 끊이지 않았다. 푸른 상공에 하트, 태극기 문양 등이 잇따라 수놓아졌고 두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좌우에서 단 1미터 간격으로 교차해 날아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기도 했다. 영화 <탑건-매버릭> 주제가로 시작해 팝송, K-팝, 오페라까지 다양한 장르의 배경음악은 감동을 배가시켰다. 그 결과 세계 30개국 160여 대 항공기가 참가한 아발론 에어쇼 초대 종합 최우수상(Best Overall Display)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팀의 공연이 끝난 뒤 흙먼지 날리는 애벌론 공항 한켠은 아이돌 그룹 팬 사인회를 방불케 했다. 땡볕 속에 블랙이글스 조종사 8명의 사인을 받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오랜 기다림 끝에 사인을 받아내고 아이처럼 기뻐하는 두 여성 엘로이(32, 회계사)와 캣(33 소프트 엔지니어). 왜 한국 팀이냐고 물었다 “블랙 이글스의 초음속 전투기 비행은 모든 구성이 완벽했고 박진감이 넘쳤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호주의 한 남성은 취재를 마치고 걸어가는 기자단에게 “너희 한국팀이 단연코 최고였다”며 미소 짓기도 했다. 한국 공군 제53 특수비행전대 블랙이글스 팀이 원주기지를 출발한 뒤 제주, 타이완, 인도네시아 등을 거쳐 1만㎞를 비행해 아발론까지 날아온 목적은 단순히 국제 에어쇼 참가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전투기의 우수성을 알림으로써 우리 방위산업 수출과 양자 협력에 기여하려는 포석이 깔려있다. (블랙이글스 팀은 5월 말 말레이시아 '리마 2023'에 참가해 또 한 번 그 위용을 자랑할 예정이다)
아발론 에어쇼와 연계해 열린 항공우주 방위산업 박람회장. 700여 개 업체 가운데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디펜스도 전시관을 마련했다. 각각 한국형 경공격기 FA-50, 전투기 KF-21와 호주 차세대 장갑차 수주 사업에서 독일 제품과 막판 경쟁 중인 ‘레드백’을 선보였다.
한화 다펜스는 아발론 공항이 자리한 질롱(Geelong)시 15만㎡ 부지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건설 중이다. 해외 진출 1호 공장으로 내년 완공이 목표다. 한화디펜스 현지 관계자는 이 공장에서 우선 호주 정부와 최대 1조 원 규모로 수출계약을 체결한 K-9 자주포 호주형 모델 생산에 나서고 ‘레드백’ 수주에도 성공한다면 그 생산의 첨병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기대를 나타냈다.
호주 새 ‘국방전략 보고서’ 공개 임박…중국 위협에 역대급 국방비
한-호주 간 방산 협력 확대는 호주의 전면적인 군사력 증강 움직임과 맞물린다. 지난해 5월 정권 교체에 성공한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 노동당 정부는 이르면 이달 새로운 <국방전략 보고서(DSR)>를 내놓을 예정이다. 반년간 준비한 이 보고서는 역대 최고의 국방 예산을 들여 1970년대에 머물고 있는 호주의 노후화된 국방력을 전면 개편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국회의사당에서 만난 매트 시슬스웨이트 국방부 부장관은 “인도태평양의 전략적 환경 급변에 따라 호주 국방력을 재평가하고 유사시 대응할 자위적 국방 태세를 갖추기 위해 6개월 동안 국방 전략을 검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인도태평양 전략 환경 변화’란 곧 중국의 위협을 일컫는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솔로몬 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하며 호주의 코 앞이라 할 수 있는 남태평양 도서국들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이 30년 만에 솔로몬 제도에 대사관을 재개설하고 일본이 외무상을 솔로몬·쿡 제도 등으로 잇따라 파견해 환심 사기에 나선 것도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남태평양 요충지에 손길을 뻗치는 중국에 대한 견제 행보이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 알렉스 브리스토우 박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호주는 상대적으로 안전했지만 중국의 부상으로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그만큼 역내 전략적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국방비 지출은 2000년 220억 달러(약 28조 원)에서 2021년 2,930억 달러(약 380억)로 10배 넘게 치솟았다.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올해 국방 예산도 전년 대비 7.2% 증가한 1조5,537억 위안(약 293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장거리 미사일을 비롯한 위협 타격 수단의 다양화는 국경 해안선이 길어(약 3만4천 km) 외부 침입에 취약한 호주의 위기의식을 키웠고 새로운 국방 안보 전략, 정책 수립의 동기로 작용했다.
호주가 미국, 영국과의 군사동맹 오커스(AUKUS)를 통해 핵 추진 잠수함 획득에 나선 것도 그런 차원이다. 시슬스웨이트 부장관은 국제 통상에서 아태 지역의 개방된 해양 운송로가 무척 중요하다면서 “해안선이 매우 긴 섬나라 호주를 수호할 수 있는 최고의 국방력을 갖추려면 핵 추진 잠수함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마이클 그린 시드니대 미국연구센터(USSC) 소장은 지리적으로 여러 위협으로부터 먼 호주에 꼭 핵잠이 필요하냐는 의문에 대해 “1~2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오는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조용한 방어시스템의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며 핵잠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호주의 핵잠 획득이 역내 군비 경쟁과 핵무장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상황. 취재 과정에서 만난 호주 조야의 인사들은 호주가 획득하는 핵 추진 잠수함은 결코 핵무기가 아니며 모든 과정이 NPT 체제를 준수하는 가운데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한결같이 강조했다. 또한 그동안 은밀하게 군사력 특히 핵 무력까지 증강해온 중국을 비판하며 역내 ‘군비 불균형’의 균형을 이뤄가는 과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한-호주…인도태평양 전략 접점은
호주는 지정학적으로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축으로서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하고 있다. 오커스 동맹은 물론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안보협의체)와 파이브 아이즈(미·영·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보공동체)의 핵심 일원이다. 역내 위협 요소를 강하게 인식하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의 공조를 강화해 온 호주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호주 정부와 싱크탱크 인사들은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일제히 환영하며 협력 의지를 나타냈다. 한국과 호주의 인태 전략은 유사점이 크며 양국이 공유하는 규칙, 규범을 함께 지켜나가면서 전략적 균형점을 찾아나가자는 말이었다.
팀 와츠 호주 외교부 부장관은 “우리가 원하는 인도태평양은 안정적이고 번영하며 규칙에 입각한 질서가 유지되는 지역이며 유사 입장국인 한국과 호주가 이런 시스템을 지지하고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과 호주는 수교 60년을 맞은 2021년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CSP) 관계로 격상시켰다. 전략과 안보, 경제 혁신과 기술, 인적 교류 등 3개 축에서의 협력 강화가 그 골자이다.
미국의 핵심 동맹이자 중견 국가인 두 나라는 외교·국방장관 2+2 회의를 통해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MIKTA(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튀르키예·호주 5자 협의체)를 비롯한 소다자 틀을 통한 연대도 발전시켜가고 있다. 지난달엔 한국과 미국, 호주 국장급이 처음으로 지역전략대화를 갖고 인도·태평양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내년은 한-호주 FTA 체결 10년으로 양국의 경제 협력도 심화하고 있다. 2022년 한-호주 교역 규모는 674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한국은 호주의 교역 규모 3위 국가에 올랐다. 한국 입장에서 호주는 석유제품과 자동차 주요 수입국이자 인프라 분야에서 한국의 3번째 수주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편 양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중국의 안보 위협과 대중 무역 의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공통의 대응 과제도 안고 있다.
K-방산 부르는 호주…군사 교류 협력도 진전 중
이런 가운데 한-호주 방위산업 협력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수도 캔버라에서 만난 호주 측 인사들은 한국 방산의 우수성을 치켜세우며 한국의 ‘빅테크’ 기술과 호주의 풍부한 자원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ASPI의 브리스토 박사는 호주 내 방위산업 제조 시설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하면서 “양국 간 방위산업 파트너십을 통해 무기 구매뿐 아니라 호주 자체 방위 역량 증대를 위한 협력 확대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런 파트너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적 화두가 된 ‘공급망 다각화’ 측면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군사 교류 측면에서의 진전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은 2021년 탈리스만 세이버(Talisman Sabre), 지난해 피치블랙(Pitch Black) 훈련에 최초로 참여하는 등 호주와의 연합 훈련도 꾸준히 확대 중이다.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핵 무력 강화 그리고 이에 맞서는 미국 동맹국들을 위시한 서방의 결집.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의 심화는 우리에게 고차원적 외교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냉전 시대를 방불케 하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각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호주 같은 가치 공유 중견국들과 연대하며 소다자 협력의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인도태평양을 비롯한 세계 질서의 안정과 평화, 번영을 구현하는 국제사회의 가치 있는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YTN 김희준 (hijun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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