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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경찰의 면책 조항은 이미 존재합니다. 계기는 재작년 발생한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현장 경찰관 2명은 실탄이 든 권총과 삼단봉, 그리고 테이저건을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분명 문제는 충분히 할 수 있었던 범행 제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피해자 구호도 소홀히 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경찰은 엉뚱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경찰의 무능함에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자 뜬금없이 '면책 조항' 신설을 요구한 겁니다. 당시 김창룡 경찰청장은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과감하게 법 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계속해서 높였습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할 수 있었던 조치를 안 해 어이없는 희생이 발생했는데도 경찰은 대응 과정에서의 위축이 부실 대응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며 민형사상 면책 조항 신설 카드를 꺼내 든 겁니다.
결국 지난해 2월에 만들어졌습니다. 이때 개정된 '경찰관 직무집행법' 11조의5를 살펴보면 범죄 예방, 그리고 진압하다가 발생한 '타인의 피해'와 관련해 '불가피한 직무 수행' '경찰관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경우' 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지면 형사책임을 감경 하거나 면제할 수 있게 했습니다. 경찰이 대응 부실이라는 비판의 화살을 딴 데로 돌린 결과물입니다. 이때도 논란이 일었습니다. 시민단체에선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수행은 면책되기 때문에 별도의 규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반대했습니다.
당시 법무부도 반대했습니다. 이유도 비슷합니다. "현행법상으로도 직무상 행위는 면책될 수 있고, 유사 직역 공무원들과의 관계에서 경찰 공무원에게만 형사책임 면책・감경 규정을 두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정부 여당은 면책 조항을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총대를 멨습니다.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 보장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은 면책 조항을 넣는 형태로 진행된다"는 입장입니다. 이를 위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즉 집시법에 특정 행위를 면책·감경 대상으로 나열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총파업 결의대회 이후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엄정 대응 촉구 발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집회 참가자 스스로 불법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지 경찰 대응을 강화하는 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굳이 하고 싶다면 면책 조항 신설 대신 벌금 규정 강화 등이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야간 집회 자유를 제한하는 데 적극적으로 발언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면책 조항과 관련해선 구체적 법안을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끼기도 했습니다.
경찰의 물리적 행사와 관련한 법적 근거가 명확한 상황에서 이미 면책 조항이 존재하는데 이번에 또 만든다는 건 결국 집회에 대한 경찰의 '적극 대응'을 주문하는 성격이 강해 보입니다. 정부 여당 그리고 경찰 입장에선 '시민 불편'이나 '노조에 대한 불신' 등을 감안하면 여론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YTN 배인수 (insu@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결국 지난해 2월에 만들어졌습니다. 이때 개정된 '경찰관 직무집행법' 11조의5를 살펴보면 범죄 예방, 그리고 진압하다가 발생한 '타인의 피해'와 관련해 '불가피한 직무 수행' '경찰관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경우' 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지면 형사책임을 감경 하거나 면제할 수 있게 했습니다. 경찰이 대응 부실이라는 비판의 화살을 딴 데로 돌린 결과물입니다. 이때도 논란이 일었습니다. 시민단체에선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수행은 면책되기 때문에 별도의 규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반대했습니다.
당시 법무부도 반대했습니다. 이유도 비슷합니다. "현행법상으로도 직무상 행위는 면책될 수 있고, 유사 직역 공무원들과의 관계에서 경찰 공무원에게만 형사책임 면책・감경 규정을 두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정부 여당은 면책 조항을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총대를 멨습니다.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 보장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은 면책 조항을 넣는 형태로 진행된다"는 입장입니다. 이를 위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즉 집시법에 특정 행위를 면책·감경 대상으로 나열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총파업 결의대회 이후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엄정 대응 촉구 발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집회 참가자 스스로 불법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지 경찰 대응을 강화하는 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굳이 하고 싶다면 면책 조항 신설 대신 벌금 규정 강화 등이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야간 집회 자유를 제한하는 데 적극적으로 발언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면책 조항과 관련해선 구체적 법안을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끼기도 했습니다.
경찰의 물리적 행사와 관련한 법적 근거가 명확한 상황에서 이미 면책 조항이 존재하는데 이번에 또 만든다는 건 결국 집회에 대한 경찰의 '적극 대응'을 주문하는 성격이 강해 보입니다. 정부 여당 그리고 경찰 입장에선 '시민 불편'이나 '노조에 대한 불신' 등을 감안하면 여론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YTN 배인수 (ins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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