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으로 압도적 '암컷'…지구에 내려진 섬뜩한 경고 [와이즈픽]

비정상적으로 압도적 '암컷'…지구에 내려진 섬뜩한 경고 [와이즈픽]

2023.09.29.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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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하던 암컷 두꺼비가 달려든 수컷들에게 깔려 압사를 당했습니다.

충격적입니다.

섬진강 두꺼비 암컷 1마리당 수컷의 비율, 무려 10마리!

스트레스를 받은 암컷이 산란에 실패하기도 합니다.

생태계에 벌어지는 극심한 성비 불균형.

두꺼비에게만 우연히 일어난 사고일까요,

아니면 섬뜩한 자연의 경고일까요?

자연 생태계에서 암컷과 수컷과 성비는 대체로 1:1 입니다.

물론 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균형을 맞춰왔습니다.

심각한 기후위기는 이 균형을 무너뜨립니다.

이유가 뭘까요?

대부분의 동물들은 성 염색체로 성별이 정해집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외부 환경, 온도에 따라 성별이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턱수염도마뱀이 대표적입니다.

유전적으로 암수가 구분돼 있지만,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수컷의 유전자를 가졌더라도, 암컷으로 태어납니다.

이런 돌연변이 암컷이 낳은 새끼는 성염색체가 없을 수 있는데요.

외부 기온의 영향을 받아 또 암컷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민물고기인 피라미는 수온이 높아지면 암컷이 수컷으로 성전환되기도 합니다.

일부 파충류와 어류는 염색체 안에 암수 유전자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암컷도 될 수 있고, 수컷도 될 수 있다는 뜻인데요.

성별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역시 온도입니다.

부화 당시의 온도가 특히 중요합니다.

악어의 경우, 32.5도에서 33.5도 사이에서만 수컷이 태어나고, 그보다 높거나 낮은 온도에서는 암컷이 더 많이 태어납니다.

바다거북은 온도가 27.7보다 낮으면 수컷, 31도보다 높으면 암컷이 됩니다.

실제로 전례 없는 폭염을 겪은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최근 4년 동안 수컷 바다거북이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호주 북동부 연안에 사는 푸른바다거북 새끼는 암컷의 비율이 무려 99%에 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바다거북이 유전적 다양성을 잃고 몇 년 후면 급격한 개체수 감소를 겪게 될 것이라 우려했습니다.

인간도 예외가 아닙니다.

환경적 특성이나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남녀의 자연 출생 성비는 105입니다.

여자 100명당 남자 105명 정도가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럽다는 뜻입니다.

남아를 만드는 Y염색체 정자가 여아를 만드는 X염색체 정자보다 가볍고 빨라 수정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환경오염이 성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시카고 대학과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그리고 외레브로대 의학부 공동연구팀은 대기 및 수질오염물질이 출생성비의 변화 원인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수은과 크롬, 알루미늄 등에 의한 오염에는 남자아이, 납에 의한 오염에는 여자아이 출생률이 높았습니다.

화학물질을 자주 접하는 아버지 밑에선 여자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일본의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성비 불균형이 지속되면 출산율 하락으로 인해 인구 규모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전 세계가 인구소멸 위기를 겪을지도 모릅니다.

유엔 생물다양성 과학기구, IPBES가 지난 2019년 발표한 '지구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생물 멸종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기후 변화였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PCC는 올해 3월 6차보고서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unequivocal)"는 표현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인간의 영향을 평가했습니다.

지구 입장에서 온난화는 처음 겪는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뜨거워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지구도, 우리도 적응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결국, 성비에 이상이 생기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종의 생존과 번식이라는 자연 생태계의 근본이 흔들리는 겁니다.

인간이 지구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를 '인류세'라고 합니다.

인류세가 언제 시작했는지는 불명확하지만, 지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뭐라도 해야 합니다.

결자해지 차원입니다.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기 전에, 그래서 지구가 자멸을 택하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합니다.

YTN 윤현경 (goyhk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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