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정말 '산유국'이 될 수 있을까 [와이즈픽]

대한민국은 정말 '산유국'이 될 수 있을까 [와이즈픽]

2024.06.05. 오전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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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정부의 공식 발표는 대한민국의 에너지 미래를 크게 뒤흔들었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은 단숨에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최종근 /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 최근에는 1억 배럴 정도 매장량을 가지고 있으면 대규모라고 보고 있고요. 지금 140억 배럴이라는 것은 우리가 1년에 생산하는 총 소비하는 석유양이 9억 배럴 정도 되거든요.]

과연 진정한 산유국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자세한 내용, '와이즈픽'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48년 전 비슷한 상황

1976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박정희 / 전 대통령 (1976년) : 우리나라에 석유가 나왔다해서 큰 화제가 돼 있는 것 같습니다.]

1973년 첫 번째 오일 쇼크로 인해 전 세계가 에너지 위기를 겪은 지 몇 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4차 중동 전쟁의 여파로 석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고, 한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하지만 경제성 부족으로 인해 개발이 중단되며 실망으로 돌아섰습니다.

1976년 발표 당시 국민들은 오일 쇼크의 여파를 직접 겪고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가졌는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불안한 중동 정세는 4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합니다.
 
 


동해 가스전의 경험

2004년 동해 가스전으로 95번째 산유국에 이름을 올렸지만,

4,500만 배럴, 2조 6천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17년 만에 가스가 모두 고갈됐습니다.

예상보다 적은 매장량 탓에 투자 대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정부는 해저 자원 탐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발견한 매장량은 최대 140억 배럴로, 기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광구입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은 이번 발견과 성공 확률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안덕근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금세기 최대 발견이라고 하는 다이애나 앞바다에서 발견된 그 광구가 처음에 심층 분석을 통해서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을 때 그때 추정했던 성공 확률이 16% 정도 보고 있는데 저희는 지금 7개 광구 중에 가장 규모가 큰 광구가 한 20% 수준의 성공 가능성을 보이고 있고요.]

140억 배럴이라는 양은 가늠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현재 단순 시가로 환산하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에 달하는 2,000조 원 이상의 가치입니다.

[최종근 /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 (140억 배럴) 그 정도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규모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보통 세계적으로 큰 유전을 발견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자이언트 유전을 발견했다,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는 게 대부분 1억 배럴 내입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특히 석유와 가스는 수입 에너지 중 가장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남겨진 과제

1. 경제성 검증의 필요성

140억 배럴의 매장량이 추정되었지만, 이를 실제로 채굴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최종근 /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 지금은 우리가 그 정도가 땅속에 매장되어 있을 거라고 보고 그걸 대상으로 해서 정말 있는지 없는지를 시추를 해서 확인하겠다는 것이 주 포인트입니다.]

동해 가스전의 사례에서 보듯이, 매장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최종근 /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 심해 유전은 생산 효율이 되게 낮아서 보통 30~40%를 넘지 않습니다.]

따라서 석유와 가스의 실제 매장량과 경제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합니다.
 
 
2. 막대한 시추 비용과 실패 가능성

심해 시추는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안덕근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저희가 시추공 하나를 가지고 트라이하는 데도 한 1,000억 이상의 비용이 듭니다.]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성공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최소 5개의 시추공을 계획하고 있는 정부.

만약 실패한다면 추가적인 시추 계획을 재검토해야 하며, 이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20%의 높은 성공 확률.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실패할 확률이 80% 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안덕근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이게 나올 때까지 무턱대고 할 수 없는 것이고 저희가 굉장히 신중하게 지금 시추 계획을 짜고 있고요.]
 
 
3. 한국석유공사의 자본잠식 문제

한국석유공사 주도적인 역할 해야 하지만 현재 자본잠식 상태에 있습니다.

자본 확충 없이 대규모 시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해외 기업들로부터의 투자 유치와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최종근 /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 다행히 한국석유공사는 국내에서 시추도 많이 해봤고 우드사이드와 심해 시추도 해봤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 아마 지금부터 하고 정부에서 재정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4. 신뢰성 확보와 철저한 검증

이번 탐사 자료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국의 액트지오(Act-Geo)가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과 신중한 시추 계획이 필요합니다.

[최종근 /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 국내외 전문가들한테 평가 결과를 검증시켰을 때 그 전문가들의 일관된 평가가 믿을 만하고 객관적이라고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이구동성으로 공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는 큰 비용이 들지만 탐사 시추를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고…]
 
 
5. 장기적인 경제적 효과와 주의

석유와 가스의 상업적 생산이 가능하더라도 실제 수익은 최소 8년에서 10년 소요될 것입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주식 시장의 반응도 단기적인 과열을 경계해야 합니다.

[정철진 / 평론가 : 탐사 시추를 통해서 이게 정말로 뽑아올릴 만한 곳에 위치되어 있는지 그 정도의 양인지 이런 것까지를 아직은 1년여의 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섣불리 (투자에) 들어가면 안 되겠네요. 그러나 시장은 또 항상 들뜨기 마련이에요.]
 
 


결과는 내년 상반기

[윤석열 / 대통령 :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결과는 내년 상반기면 나온다는 정부의 발표.

에너지 자립부터 수출까지 대한민국 경제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최종근 /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 만약에 진짜 우리가 예상한 대로 그만큼 있다면 현재 유가가 한 76불, 80불 내에서 움직이니까 그 가격을 곱해보면 총액은 금방 나오겠죠.]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은 진정한 산유국으로 거듭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시추공 하나에만 1,000억 원 이상이 드는 상황에서 1976년과 2004년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안덕근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시추라는 게 이만한 게 들어가서 찾아야 하는데 그게 어디 꽂히느냐에 따라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발견 못 하는 경우도 있고 아주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저희가 지금부터 잘 준비해서…]

기대는 크지만 섣부른 낙관은 금물.

막대한 비용과 국민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기에 철저한 준비와 신중한 계획 없이는 이 중요한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없습니다.
 
  
글·구성 : 이형근(yihan3054@ytn.co.kr)
내레이션 : 전용호(yhjeon95@ytn.co.kr)
총괄 : 정원호(gardenho@ytn.co.kr)

YTN 이형근 (yihan3054@ytn.co.kr)
YTN 전용호 (yhjeon9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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