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증에 '빨간 불' 뜨더니...美 공무원 대량 해고 방식에 "모욕적" [지금이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대량 해고 칼바람으로 직장을 잃은 미국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하루아침에 해고를 통보받은 상황이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같았다고 비유했습니다.

미국 워싱턴DC 지역 방송 WTOP는 현지 시간 1일 아침 보건복지부 청사 앞엔 직원들이 길게 줄을 서서 출입증으로 출입구를 통과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출입증을 갖다 댔을 때 입구에 달린 전자 등에 초록 불이 들어오면 계속 남아있게 됐다는 뜻이고, 빨간 불이 뜨면 해고됐다는 뜻이라고 직원들은 전했습니다.

WTOP는 만우절에 벌어진 이 상황이 "농담이 아니었다"며 "출입증이 작동하지 않으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인력 감축 작업에 따라 일자리를 잃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시간 동안 줄 서 있다가 출입증을 갖다 대자 빨간 불을 보게 됐다는 직원은 인터뷰에서 "마치 '오징어 게임'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순식간에 참가자들의 생사가 갈리는 상황을 빗댄 것으로 보입니다.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등장하는 빨간 불과 초록 불이 미국 시청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직원은 "모욕적이었다"면서 빨간 불이 뜬 뒤 자신의 짐을 챙기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는 누군가가 동행해줘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보건복지부 공무원은 전날 오전 5시 직후 출근했다가 주차장에서 청사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출입증이 작동하지 않아 해고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WTOP와 인터뷰한 직원들은 지역 사회의 정신 건강과 약물 이용 문제를 다루는 부서에서 일했으며, 이들은 자신의 업무가 그동안 많은 생명을 구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직원은 "우리가 곧 보게 될 것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이 늘고 가장 소외된 지역 사회가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라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직원도 "나라를 위해 봉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사람들이 우리를 그렇게 쉽게 해고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연방 정부를 효율화하고 지출을 줄이겠다는 트럼프 행정부 지침에 따라 전날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산하기관인 식품의약국(FD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서 대규모 해고가 본격 시작됐습니다.

보건복지부 소속 직원은 모두 8만2천 명으로, 해고되는 만 명 외에 추가로 만 명이 정부효율부(DOGE)가 주도하는 이른바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 등에 따라 부서를 떠날 예정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18억 달러(약 2조 6천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 안전과 공중 보건 분야의 핵심 인력이 대거 감원되면서 미국의 보건 비상사태 대응 능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기자ㅣ이승윤
제작 | 이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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