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추적] 방심이 부른 '괴물 산불'…"모든 걸 앗아갔다"

[팩트추적] 방심이 부른 '괴물 산불'…"모든 걸 앗아갔다"

2025.04.16. 오후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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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 】

▶엄지민

안녕하세요. 엄지민입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팩트추적! 지금 시작합니다.



【 인트로 】

마치 용암이 흘러내리는 듯 능선을 따라 번지는 거센 불길.



영남 지역을 덮친 산불의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았습니다.



고온, 건조한 날씨와 거센 강풍은 '화마'에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박일순 / 경북 영덕군 주민]

"불덩어리가 난데없이 또 저쪽으로 날아가 그거 타고. 이렇게 군데군데 막 타버렸지요."



그렇게 거침없이 퍼져나간 화염은 3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양태준(가명) / 경남 창녕군 주민]

"지금도 눈이 아련합니다. 마지막이 될 줄 누가 다 알았겠습니까?"



주택은 물론, 문화유산까지 집어삼켰습니다.



[김윤기 / 한국전통건축전승회장(고운사 신도)]

"(산불 확산이)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봐야 하죠. (고운사) 나가는데 불은 계속 들어오고, 다음날 오니까 전각들이 다 전소가 됐죠."



잿더미가 된 산림만 서울 면적의 80%에 가까운 4만 8천여 헥타르.



피해액도 사상 최대인 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와 맞물려 갈수록 위력을 더해가는 이른바 '괴물 산불'.



방심이 부른, 반복되는 재앙을 막을 해법은 없는 걸까요?



【 스튜디오 】

□ 최악의 '괴물 산불'…사상자 80여 명



▶엄지민

오늘의 팩트 체커, 윤성훈 기자와 함께합니다. 윤 기자, 그야말로 최악의 괴물 산불이었습니다. 이번 영남 지역 산불로 희생되신 분들이 많아서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윤성훈

네. 경북 영덕과 안동, 경남 산청 등에 피해가 집중됐는데요.



사상자만 80여 명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30여 명은 소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엄지민

재산 피해도 어느 때보다 심각했죠?



▶윤성훈

네. 이번 산불로 소실된 산림 면적은 4만 8천여 헥타르로 서울 면적의 80%에 육박합니다.



역대 최악으로 기록됐던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 당시, 2만 3천여 헥타르의 2배를 훌쩍 넘습니다.



주택 수천 채와 농작물, 농기계 등도 불에 타 재산 피해 규모가 2조 원을 웃돌 거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VCR - 1 】

해안가 절벽을 따라 늘어선 집들이 바위에 붙은 따개비처럼 보여, 이름 붙은 경북 영덕의 '따개비 마을'.



에메랄드빛 바다를 품은 '한국의 산토리니'는 이제는 검은 폐허가 돼 버렸습니다.



[박선미(가명) / 경북 영덕군 산불 이재민]

"처참하지. 이게 뭔 일인가. 바닷가에 불 안 날 줄 알았는데 바닷가에 불이 났으니."



강풍을 타고 의성에서 넘어온 산불에 백 세가 넘은 어르신은 미처 피하지도 못한 채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박선미(가명) / 경북 영덕군 산불 이재민]

"너무 허무하게 가셨잖아요. 그건 안 되잖아요."



겨우 화마를 벗어난 이들은,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돼 버린 보금자리를 보며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김성희 / 경북 영덕군 산불 이재민]

"엄마, 아버지 때부터 계속 사시던 집이 하루아침에 완전히 폭삭 내려앉았으니까. 그걸 뭐라고 말할 수가 있나."



[김금순 / 경북 영덕군 산불 이재민]

"불 속에서 집안에 둘러싸여 있었고, 공포 속에 있었고, 두 사람이 타죽어도 모르겠구나."



농작물도, 농기계도, 생필품도, 모든 게 타버린 삶의 터전에서 다시금 마음을 굳게 먹어 보기도 하지만….



[최임순(가명) / 경북 영덕군 물류센터 관계자]

"진짜 속옷 한 장이라도 사러 나가도 마트에 이미 없어요. 손실이 크긴 한데 기다려 봐야죠. 더 힘들고 아픈 사람도 있으니까…."



언제 다시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 없는 현실이 짓누르는 막막한 심정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 스튜디오 】

□ 고령층에 집중된 피해…문화유산도 '잿더미'



▶엄지민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많은 분이 함께 마음 아파하셨는데요. 특히 고령층의 피해가 컸죠?



▶윤성훈

네, 이번 영남 지역 산불로 경북과 경남, 울산에서 30여 명이 목숨을 잃고 50여 명이 다쳤는데요.



사망자와 중상자 대부분은 60대 이상이었습니다.



홀로 거주한 어르신과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빠르게 번진 산불에 변을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엄지민

그리고 문화유산 피해도 상당했어요.



▶윤성훈

네, 국가지정유산과 보물들도 화마를 비켜 가진 못했습니다.



【 VCR - 2 】

바닥에 흩어진 수많은 기왓장과 그 위에 덩그러니 남은 부서진 범종.



산불이 휩쓸고 간 '천년 고찰' 고운사는 옛 모습을 잃었습니다.



'국가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 등 전각 30동 가운데 21동이 화염 속에 사라졌습니다.



[조규필 / 고운사 신도]

"폐허가 되다시피 다 무너져서 마음이 아픕니다."



가까스로 일부 문화재엔 불에 잘 타지 않도록 특수 처리된 천을 씌웠지만….



▶윤성훈 기자

"경북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된 고운사 삼층 석탑인데요, 방염포로 꽁꽁 싸맨 덕분에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김윤기 / 한국전통건축전승회장(고운사 신도)]

"고운사 너머로 불이 들어왔습니다."



순식간에 밀려든 불길에, 전란도 버텨냈던 고운사는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김윤기 / 한국전통건축전승회장(고운사 신도)]

"(불이) 그냥 로켓처럼 날아왔다고 해야 할까? 불이 이렇게 빨리 올 줄 알았으면 훼손이 되더라도 우리가 (문화유산을) 빨리 실었겠죠."



화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까지 위협했습니다.



600년 넘게 이어온 마을의 명맥이 끊기진 않을지,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류충화 / 경북 안동하회마을 주민]

"우리가 600년 동안 이 하회마을을 지켜왔지 않습니까? 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소실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 하죠"



당국 역시 1분에 최대 7만 5천 리터의 물을 쏠 수 있는 대용량 포방사 시스템을 배치하고, 수시로 헬기를 투입하는 등 저지선 구축에 힘을 쏟았습니다.



[류수창 / 경북 안동하회마을 주민]

"초가집 여기는 불만 떨어지면 붙잖아요. 그래서 물을 주기적으로 뿌리고 헬기가 또 마을 주변으로 물을 다 뿌리고…."



사투 끝에 마을은 지켜냈지만, 긴박했던 순간의 아찔함은 쉽게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 스튜디오 】

□ 국가유산 재난 위기 경보, 사상 첫 '심각' 단계



▶엄지민

이번 산불로 피해를 본 국가유산, 얼마나 됩니까?



▶윤성훈

보물 등 국가 지정 유산과 기념물 등 시도지정 유산을 합해 30여 건에 달합니다.



국가유산 재난 위기 경보가 사상 처음으로 '심각' 단계로 격상되는 등 총력전이 펼쳐졌지만, 벽에 부딪혔습니다.



여기에다 산불 진화 대원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도 잇따랐습니다.



【 VCR - 3 】

검게 그을린 채 앙상한 숯덩이가 돼 버린 감나무와 밤나무.



애써 키운 나무의 처참한 모습에 농민들의 마음은 타들어 갑니다.



[김점이 / 경남 산청군 산불 이재민]

"감나무, 밤나무, 우리는 초피(제피)나무가 500만 원, 600만 원 하는데 싹 다 죽어버리고."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수분이 말라, 죽어가는 농작물도 수두룩합니다.



그만큼 이재민들의 '잿빛 시름'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우윤재 / 경남 산청군 산불 이재민]

"(나뭇가지가) 죽어버린 거다. 산 나뭇가지는 여기 (안쪽을) 보면 푸르스름해. 여기는 연기를 마셔서 생기가 죽어버렸어."



산청의 농민들이 절망감에 힘겨워하던 그때, 인근의 창녕군청은 여전히 비통한 분위기에 잠겨 있었습니다.



지난 3월 22일 창녕군 소속 산불 전문예방진화대원 3명과 공무원 1명이 '화마'와 싸우던 중 숨졌기 때문입니다.



[경남 창녕군청 관계자]

"(산청 산불) 잔불 정리로 들어갔는데 바람이 불면서 불씨가 살아난 거죠."



시골 마을에서 고인과 한 식구처럼 지냈던 주민들 또한 충격에 빠졌습니다.



[양태준(가명) / 경남 창녕군 주민]

"참 아까운 사람, 한 사람을 보냈죠. 지금도 눈에 아련합니다. 마지막이 될 줄 누가 다 알았겠습니까?"



산불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초동 대응에 나서는 산불 전문예방진화대원.



430여 명에 불과한 특수진화대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림청과 지자체가 9,600여 명을 선발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평균 나이가 61세에 달하는 등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점입니다.



험준한 지형에서 무거운 장비를 메고 산불을 끄는 과정에서,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겁니다.



봄, 가을 등에만 한시적으로 일하는 데다, 연령 상한마저 없어서 사실상 '노인 일자리'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



젊은 인력을 유입하기 위해 처우를 개선하고, 전문 교육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고기연 / 한국산불학회 회장]

"산불 진화에 맞는 교육 훈련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고용 실태를 파악해서 능력을 배가하는 게 중요하고요."



【 스튜디오 】

□'실화' 가능성에 무게…"방심이 부른 괴물 산불"



▶엄지민

인명 피해, 재산 피해, 국가유산 피해까지 피해가 상당히 컸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산불의 원인을 제대로 짚고 가야 할 것 같아요.



▶윤성훈

정확한 원인은 당국의 수사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진 실화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산청 산불은 예초기 작업 중 튄 불똥이, 의성 산불은 성묘객이 의심받고 있습니다.



【 VCR - 4 】

의성 산불이 시작된 곳으로 보이는 한 야산의 정상 부근입니다.



검게 그을린 묘지 주변에 출입 통제선이 쳐져 있습니다.



연기를 보고 뛰어왔던 마을 이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김정호 / 경북 의성군 괴산1리 이장]

"(실화 의심 성묘객이) 저기에서 뛰어오더라고요. 나는 이렇게 올라오고. 여기에서 마주친 거죠. 그래서 산불이 어디서 났느냐고 하니까 (실화 의심 성묘객이) 당황을 해서 말도 안 하고 서성이더니 바로 차량 있는 쪽으로 내려갔죠."



곧바로 발화 추정 지점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김정호 / 경북 의성군 괴산1리 이장]

"저기 보십시오. 이렇게 보십시오. 바람 부니까 (산불이) 계속 밑에서부터 쫙 올라갔죠. 저 위에까지 번진 상태였어요. 그러니까 손 쓸 방법이 없었죠."



산청과 하동 산불은 예초 작업, 울주 산불은 용접 작업 중에 생긴 불똥이 원인으로 지목돼 당국이 수사하고 있습니다.



통계를 보면,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불의 주요 원인은 '실화'였습니다.



사람의 부주의로 인한 산불이 그만큼 많다는 건데, 정작 직접 증거와 목격자를 찾는 게 어려워 검거율은 낮습니다.



평균 40%대 안팎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가해자를 특정해 재판에 넘겨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림보호법은 산불 실화자를 3년 이하 징역형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수감까지 이어진 사례는 드뭅니다.



최근 5년 동안 1심 판결 107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건 고작 8건, 8%가 채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내려졌습니다.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재판부의 인식 전환과 처벌 강화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영주 /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양형 과정에서 정상 참작이나 또 실수에 의한 부분들을 많이 고려하다가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처벌 수위보다는 상당히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스튜디오 】

□ "고온 건조에 강풍까지…산불 키운 이상기후"



▶엄지민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과는 별개로 고온, 건조한 날씨가 불길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키운 원인으로 꼽혔죠?



▶윤성훈

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5도 이상 높았습니다.



특히, 산불 피해가 극심했던 지난 3월 21일부터 27일 사이에는 적은 강수량과 낮은 습도가 겹치며 불이 번지기 쉬운 기상 조건이 갖춰졌습니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건, 이런 이상기후가 비단 올해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겁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건조해진 날씨가 산불 위험을 키우고 있는 겁니다.



더 자주, 그리고 더 크게 발생하는 산불은 관련 자료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엄지민

강풍도 대단했는데요. 거센 바람 역시 이번 산불을 진화하는 데 큰 걸림돌이었죠?



▶윤성훈

네, 의성 지역 산불이 번질 당시, 현장엔 초속 27m, 즉 시속 97km가 넘는 태풍급 강풍이 불고 있었습니다.



강한 바람에 올라탄 화염은 시속 8.2km의 속도로 퍼져갔습니다.



여기에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37%를 차지하는 소나무 중심의 침엽수림은 불쏘시개 역할을 했습니다.



【 VCR - 5 】

국립산림과학원의 실험장.



왼쪽에는 활엽수인 참나무잎이, 오른쪽엔 침엽수인 소나무 잎이 깔려 있습니다.



불을 붙이자, 소나무 잎이 더 활활 타오릅니다.



바람을 불어넣으면 불길이 잦아드는 참나무잎과 달리, 소나무 잎에서는 다시 거센 불씨가 살아납니다.



불에 잘 타는 송진이 나오는 침엽수는 활엽수보다 1.4배 많은 열에너지를 갖고 있고, 불이 지속하는 시간은 2.4배 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병두 /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지난 3월 31일 YTN 보도)]

"소나무는 나무의 윗부분에 잎이 있기 때문에 불길에 휩싸일 수 있죠. 참나무 같은 경우에는 나무 윗부분에 잎이 없고 봄철에, 송진도 없거든요. 그런 곳은 불에 타더라도 약하게 타거든요."



더구나 소나무의 잔가지와 솔방울은 상승기류를 타고 최대 2km 밖까지 날아가 산불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내화성이 강한 활엽수의 비율을 늘리고, 방화림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입니다.



[함은구 / 을지대 안전공학과 교수]

"소나무라든가 (침엽수들은) 좀 솎아내고요. 활엽수라든가 화재에 강한 (수종으로) 일종의 범퍼와 같은 방화림에 대한 구축, 이런 것들이 굉장히 시급하고요."



산림 관리 등을 위해 산에 낸 길, '임도'를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번 산불 진압 과정에서 임도를 통한 '지상 전문 장비'의 원활한 투입 여부가 희비를 갈랐다는 지적이 제기된 겁니다.



실제로 임도가 정상까지 개설된 울주 화장산 산불은 진화에 하루도 안 걸렸지만….



[우정순 / 울주 화장산 산불 목격자]

"작은 소방차, 물차도 몇 대 보였고 큰 소방차도 와 있었고…."



울주 대운산 산불은 불길을 잡기까지 엿새나 애를 먹었습니다.



▶윤성훈 기자

"보시는 것처럼 (울주) 대운산 산세가 상당히 험한데, 숲 관리를 위해 만든 길인 임도가 없어서 산림 당국이 산불을 진압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임도 밀도가 1헥타르당 4.1m로 주요 임업 선진국보다 낮은 만큼, 당국은 임도를 늘려야 한다고 꾸준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임상섭 / 산림청장 (지난 3월 30일)]

"접근을 위해 필요한 임도가 없고 진화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산림 훼손 우려 역시 적지 않아, 임도 확충과 환경 보존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게 숙제로 남았습니다.



【 스튜디오 】

□ "진화 장비·피해자 지원 대책 보강해야"



▶엄지민

이른바 '괴물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가 더 있죠?



▶윤성훈

네, 진화 장비와 피해자 지원 대책 등 고민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 VCR - 6 】

73세 고 박현우 기장의 영정과 위패가 놓인 합동 분향소.



40여 년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는 지난 3월 26일 산불 진화 작업을 하다 의성군 야산에 추락해 숨졌습니다.



[임상섭 / 산림청장 (지난 3월 27일)]

"경북 의성군 신평면에서 산불 진화 헬기 (추락) 사고가 있었습니다. 깊은 애도를 드립니다."



불과 11일 뒤에는 대구 북구의 산불 현장에 투입된 진화 헬기가 떨어졌습니다.



정궁호 기장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노후 기체에 대한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지자체에서 임차한 두 헬기의 기령이 각각 30년과 44년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산림 당국의 헬기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산림청이 보유한 진화용 헬기 50대 가운데 33대는, 자체 노후 헬기 기준인 기령 20년을 초과했습니다.



8천 리터 이상의 물을 실을 수 있는 것도 7대뿐이라, 대형 산불과 급속히 확산하는 불길을 초기에 잡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영주 /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대형 헬기 중심의 헬기 진압 능력을 갖춰야 해서 점진적으로는 대형 헬기에 대한 보급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점차 늘려나갈 필요도…."



문제는 돈입니다.



한정된 예산 속에서 대당 수백억 원에 이르는 헬기를 마냥 늘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군 수송기를 개조해 산불 진화에 활용하는 방안 등까지 검토된 까닭입니다.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 지원도 더 속도를 내야 합니다.



정부는 인명과 주택 피해자에게 긴급생계비를 지급하고, 산불 피해 농가를 돕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임시 주거 시설 마련 등을 위해 경북과 경남에는 재난 안전 특별교부세도 지원하기로 했는데, 현장의 고충을 완전히 덜기엔 아직 역부족입니다.



[김진용(가명) / 경북 영덕군 자동차 검사소 관계자]

"현실적인 측면에 접근해서 뭔가를 해줘야지. 그렇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행정이 또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단기적 구호 외에, 최대 3,600만 원인 주택 복구비 지원 규모 확대 등 제도 보완과 산림 복원 같은 중장기 대책을 서둘러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적잖습니다.



[함은구 / 을지대 안전공학과 교수]

"개인의 힘으로 새롭게 하기에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중앙정부를 비롯한 지방 행정기관에서 이런 재기할 수 있는 부분에 도움을 주셔야 하고요."



정부 지원만으로 모든 걸 감당할 수는 없는 만큼, 산불 위험 지역 거주자는 보험 가입 등을 통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미리 대비할 필요도 있습니다.



【 스튜디오 】

□ "산사태, 재선충병…산불 2차 피해 대책 시급"



▶엄지민

나무가 다 타버리면서 산불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더라고요.



▶윤성훈

네, 산림이 소실되면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 발생 위험이 커지는 만큼, 장마철이 되기 전에 사방 시설 등을 보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소나무 재선충병 등 병해충이 퍼질 가능성에 대비해 방제와 감염 확산 차단 대책도 세워둬야 합니다.



▶엄지민

이번에 인명 피해가 상당히 컸잖아요. 산불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습니까?



▶윤성훈

우선 발견 즉시 당국에 신고하고,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피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게 여의치 않다면, 이미 타버린 곳이나 낙엽과 나뭇가지 등이 적은 장소로 이동해 얼굴을 가리고, 불길이 지나갈 때까지 엎드려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엄지민

윤 기자, 수고했습니다. 오늘 팩트추적은 여기까지입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도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시청자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본방송: 매주 수요일 밤 11시 20분
재방송: 매주 토요일 오후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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