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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엄지민
안녕하세요. 엄지민입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팩트추적! 지금 시작합니다.
【인트로】
한 줌 재로 떠나기 전 모니터에 비친 고인의 마지막 모습.
영원한 작별 앞에….
유족들은 또 한 번 무너져 내립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던 장례 기간.
가족을 놓아주는 것조차 벅찼던 현실은 가슴을 에는 상처였습니다.
[상조업체 관계자 : 화장할 데가 없었으니까 지방 속초나 세종, 충주 이런 데로 다 내려가서 화장해서 올라온 거지….]
치솟은 장례 비용과….
[김민석 / 나눔과 나눔(서울시 공영 장례 지원 상담센터) 사무국장 : 돈이 없어서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요.]
상조 관련 업체의 검은 상술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이시율 / 상조 결합 상품 피해자 : 맞지 않는 상품이어서 처음에 청약 철회를 요구했는데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어요.]
'마지막 이별'마저 사치가 된 시대, 무겁게 다가오는 그들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스튜디오】
□ '하늘의 별 따기' 된 화장장 예약
▶엄지민
오늘의 팩트체커 윤성훈 기자와 함께합니다.
윤 기자,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것만으로도 힘들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화장장까지 못 구해서 애를 태우고 있다니 마음이 참 아픕니다.
▶윤성훈
네, 화장(火葬) 시설이 부족하단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과 맞물려, 갈수록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 VCR - 1 】
슬픔과 침묵이 짙게 깔린, 숙연한 헤어짐의 공간.
남은 사람들이 함께하기에….
먼저 떠난 이의 마지막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그렇게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짧은 시간.
"금일 11시 5회차 화장(火葬)이 종료되었습니다."
유족들은 애써 감춰왔던 눈물을, 결국 터뜨립니다.
"(울음) 엄마"
밀려드는 예약에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화장장의 하루.
영원한 안식처로 망자를 모시는 게 미뤄질수록….
가족들의 마음은 타들어 갔습니다.
[윤성훈 / 기자 : 얼마 만에 (화장장을) 예약하신 걸까요?]
[화장 시설 이용 유족 : 이틀 걸린 것 같아요. 이틀….]
고인이 머문 안치실이 얼마나 차가운지 알기에….
기다림의 고통은 감내하기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윤성훈 / 기자 : 불가피하게 (삼일장 대신) 4일장을 치르신 거네요?]
[화장 시설 이용 유족 : 한참 애먹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자리가 없다고 그러니까 할 수 없이 이쪽으로 잡은 거죠. 여기가 그나마 4일장으로 하면 자리가 있다고 그러니까….]
【스튜디오】
□ "10명 중 9명 화장(火葬)…관련 시설은 부족"
▶엄지민
화장장 예약이 꽉 차서 이별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건데, 이처럼 화장(火葬) 수요가 늘어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왜 그런 겁니까?
▶윤성훈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최근의 장사(葬事) 경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사(葬事)의 종류는 고인의 시신을 묻거나 유해를 안치하는 방식에 따라 매장과 봉안, 그리고 자연장으로 나뉘는데요.
매장은 묘지를, 봉안은 납골당을, 자연장은 골분을 수목 주변 등에 묻거나 뿌리는 걸 떠올리시면 됩니다.
매장과 달리, 봉안과 자연장은 모두 화장(火葬)이 전제돼야 합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이들 장사 방식이 매장보다 선호되면서, 최근엔 화장률이 90%대에 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화장(火葬) 관련 시설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 VCR - 2 】
회색빛 담장 속 작은 유골함에 담긴 떠난 이의 흔적.
멈춰 선 추모객의 시선엔 그리움과 애틋함이 녹아 있습니다.
더는 그 사람의 따뜻한 손길을 느낄 수 없지만….
이따금 찾아와 이름을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비슷한 시각, 다른 한곳엔 낯선 땅에서 맞이한 '마지막 이별'에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이 있습니다.
[화장 시설 이용 유족 : (고인이) 원래 가평 사시는데 화장터가 자리가 없어서 여기 (수원)까지 왔어요. 그렇게라도 일단은 빠르게 하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거여서….]
빈 화장장을 찾아 헤매며 마음졸인 순간….
고인을 제대로 배웅하지 못했단 죄책감과 답답함에 속이 뒤집힙니다.
[화장 시설 이용 유족 : 화나고 이해가 안 가고. 고령화 사회인데도 지금 시스템이 이거밖에 안 되나. 유가족을 조금 가지고 논다고 그러나 그런 느낌이 들죠.]
증가한 화장(火葬) 수요를, 화장로가 받쳐주지 못하는 현실.
자리를 못 구해, 이곳저곳 떠도는 '원정 화장'은 이제 익숙한 단어가 돼 버렸습니다.
[상조업체 관계자 : 관내 인정 못 받고…. 이쪽저쪽 화장장만 한 네 번 바꾼 것 같아요. 강원도에서 용인 갔다가 수원으로 온 거죠.]
특히, 화장장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지역의 주민들은 더 애간장이 탈 수밖에 없습니다.
[상조업체 관계자 : 안양, 안산, 부천, 화성 등 7개 시가 화장 예약하기가 제일 힘들어요. 다른 데 가려고 그러면 관외 (지역)이라서 100만 원씩 내야 하고 오후 시간밖에 못 하고….]
화장로 가동 확대 등 기존 시설의 노력에도, 오롯이 모든 걸 감당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이창원 / 수원시연화장 소장 : (화장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시가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2030년경 정도가 돼야만 완공돼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
□ "부족한 화장(火葬) 시설…'원정 화장'에 삼일장도 포기"
▶엄지민
화장(火葬) 관련 시설의 수급 불균형 문제가 이 정도인 줄 몰랐어요.
▶윤성훈
네, 서울과 부산, 대구 등 대도시, 그리고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상황이 특히 심각합니다.
2022년 기준 조사 자료를 보면, 경기도의 연간 화장자 수는 도내에서 1년 동안 화장(火葬)이 가능한 시신의 1.56배에 달했습니다.
서울과 부산, 대구도 관내의 화장(火葬) 역량이 수요에 못 미쳤습니다.
이처럼 관련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삼일장을 가능케 하는 '3일 차 화장률'도 최근엔 70%대로 떨어졌는데요.
전국 평균 '3일 차 화장률'은 코로나19 유행 기간인 2020년과 2021년에도 85%를 넘었습니다.
▶엄지민
10명 중 9명이 화장(火葬)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삼일장을 포기하고 '빈 화장장'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더 늘었다는 거잖아요.
▶윤성훈
맞습니다. 그런데 유족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는 만만찮은 장례 비용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 VCR - 3 】
장례식장 한쪽에 마련된 소박한 빈소.
단출한 공간에서 고인을 위한 제사가 조용히 치러집니다.
"힘들었을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영원히 가시는 길이 아쉬워 이렇게 술 한잔 올려드렸습니다."
작은 영정 사진조차 보이지 않는 쓸쓸한 제단.
그 위에는 각기 다른 위패 두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상주도, 유족도 없는 '무연고 사망자'들의 약식 장례.
망자의 마지막 존엄을 지켜주는 건 '공영 장례' 지원센터 직원과 자원봉사자뿐입니다.
[김지예 / 공영 장례 자원봉사자 : 쓸쓸했을지도 모르는 마지막 생애에 작은 온기라도 보태주면 조금이라도 덜 외롭지 않을까 싶어서….]
숨을 거둔 뒤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는 무연고 사망자.
2020년 3,100여 명에서 재작년엔 5,400여 명으로, 3년 만에 1.7배 넘게 증가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급속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가족 구조 변화 등의 여파입니다.
가족이나 친척을 아예 찾을 수 없는 이들 같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연고자가 있는데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경우가 최근 4년 동안 전체 무연고 사망자의 73%에 달합니다.
과거보다 가족 간 결속력이 떨어진 게 우선 원인으로 꼽히지만, 장례 비용 등 경제적 부담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김민석 / 나눔과 나눔(서울시 공영 장례 지원 상담센터) 사무국장 : 시신 위임서의 위임 사유에 주요한 원인이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이고 설령 관계 단절이나 건강 문제 등 다른 이유를 적으셨더라도 사별자(유가족)분들을 현장에서 만나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시신을 위임했노라 말씀하시는 경우들이 많고요.]
▶윤성훈 기자
"그렇다면 장례 비용은 얼마나 드는 걸까요?
정부가 운영하는 장례 정보 서비스 포털에서 직접 찾아봤습니다."
1,100곳이 넘는 전국의 장례식장이 등록돼 있는데요.
빈소와 안치실 사용료, 식사비 등 수십 개에 달하는 항목에,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공간 임대 면적과 이용 시간, 조문객 수 등에 따라 조합이 제각각이라 정확한 비용을 가늠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 : 결혼식은 뭐 1인당 뷔페 요금이 정해져 있잖아요. 근데 장례식장은 상차림 음식으로 나오다 보니까 음식을 얼마큼 시키는 거에 따라서 비용이 다 달라져요.]
여기에다 발인 이후 묘지나 화장 시설 사용료, 자연 장지와 봉안 시설 이용료 등도 추가로 고민해야 합니다.
【스튜디오】
□ 유가족 두 번 울리는 '장례 비용'
【 VCR - 4 】
▶엄지민
아무리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냈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가족인데 장례 비용이 부담돼서 시신 인수까지 꺼리는 경우가 있다니, 참 씁쓸한데요.
그 비용이 그 정도로 부담되는 금액입니까?
▶윤성훈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5년 발표한 평균 장례 비용은 1,380만 원 정도였습니다.
장례식장 이용료와 화장(火葬)과 매장 등 장묘 비용이 포함된 금액입니다.
그 뒤로 공식적인 조사 결과는 아직 없는데요.
발표 이후 10년이 지난 만큼 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때, 현재 평균 장례 비용은 더 비싸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엄지민
대략 얼마나 될까요?
▶윤성훈
네,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장례식장에 따라, 그리고 품목별로 2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나기도 해서 정확히 얼마라고 단정 짓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한 대형기업의 임직원 장례지원단은 삼일장과 화장, 납골당 안치 기준으로 최소 1,173만 원에서 최대 2,260만 원이 든다고 추산했습니다.
제작진이 접촉한 서울의 장례식장에서도 비슷한 가격대를 예상했습니다.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 : 저희 쪽에서 관이랑 수의, 차량 이런 거 다 하시면 1,000만 원에서 1,200만 원 정도 들어요. 근데 대학병원 쪽 보시면 못해도 2천만 원 미만으로 생각하셔야 해요.]
▶엄지민
사실 유족들은 가족을 떠나보내서 경황이 없을 텐데, 거기에 비용 부담까지 안게 된 상황이네요.
▶윤성훈
네, 상조 서비스에 가입하는 건 예상치 못한 큰 비용에 대한 걱정을 덜고, 복잡한 장례 절차를 지원받기 위해서일 텐데요.
그런데 관련 업체들의 교묘한 상술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 VCR - 4 】
33살 이시율 씨는 지난해 말 카드사와 제휴를 맺은 한 '상조 결합 상품' 판매업체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매달 5만 9,800원을 16년 6개월 동안 내면, 가입 이후 20년 뒤 원금을 그대로 돌려주는 상조 서비스를 소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식으로서 혹시 모를 상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단 책임감을 느끼던 터에, 고가의 가전제품까지 덤으로 준다니,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이시율 / 상조 결합 상품 피해자 : 가입 권유 당시에 애매모호하게 적금 이런 식으로 저축을 얘기하면서 상품을 권유 하시더라고요. 아마 그거에 저희가 그냥 순간 혹했던 것 같기는 해요.]
그러나 가입 뒤 계약서를 살펴보니, 가전제품은 사은품이 아니었습니다.
상조 상품과 함께 구입하는 '결합 구매' 형태였습니다.
350만 원이라던 의류 관리기의 가격은 인터넷 쇼핑몰에선 120만 원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 상조 결합 상품 판매업체 관계자 : 어쨌든 60개월 동안 고객님께서 할부 거래(하시는 거)잖아요. 60개월 동안 나가는 할부에 대한 이자 부분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이시율 / 상조 결합 상품 피해자 : 그럼 할부 이자가 60개월 동안 200만 원이라는 말씀인 건가요?]
[○○ 상조 결합 상품 판매업체 관계자 : 가전제품 금액이랑 할부 대금이랑 다 포함된 금액이 352만 8,200원이 되시는 거예요.]
거센 항의 끝에 이 씨는, 가전제품 대금으로 시세보다 비싼 150만 원을 완납한 뒤에야 계약을 철회할 수 있었습니다.
제작진은 업체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이시율 / 상조 결합 상품 피해자 : 혹시 상조 상품을 준비하실 때 안내성, 광고성에 현혹되셔서 자세하게 (계약서를) 안 읽어보시면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실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서….]
고가의 가전제품 등과 묶어 파는 '상조 결합 상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중도 해지 시 결합 제품 비용을 과다 공제하고, 안내와 다른 상품을 배송한 것 등에 대한 불만이 계속됐습니다.
계약 철회나 환급 거부, 약정 서비스 불이행, 추가 비용 청구 등 결합 상품 이외의 다른 피해도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 "초고령사회…장례는 개인 넘어 공동체의 문제"
▶엄지민
화장 시설 부족하죠. 또 장례 비용은 부담스럽고요. 여기에다 상조 서비스 관련 피해까지 있다 보니 장례 정책 전반을 되짚어 봐야 할 것 같아요.
▶윤성훈
맞습니다.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서 장례는 단순히 개인의 죽음을 넘어, 공동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일정 시점이 지나면 사망자 수가 급증하는, 이른바 '다사(多死) 사회' 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엄지민
그 전에 대책을 촘촘히 세우고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요.
▶윤성훈
네, 당장은 화장 시설 같은 인프라 확충이 시급합니다.
이에 더해 장례 문화 개선과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VCR - 5 】
밀려오는 파도가 모래사장을 적시는 충남 보령의 한적한 바닷가.
작은 화물차 안에서 고별식이 이뤄집니다.
술 한 잔의 정성으로 예를 갖추고, 망자의 골분을 조심스레 옮겨 담습니다.
'영혼의 가루'로 채워진 상자는 대형 드론에 설치돼, 이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거친 파도도, 그리고 바람도 잠잠한 순간.
고인은 국화꽃이 흩날리는 푸른 바다 위….
자신이 태어났던 그곳의 자연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구회성 / 산분장 업체 대표 : 보통 단절 가족이라든가 아니면 불가피하게 장지까지 오시지 못하는 분들이 저희한테 유골 인도를 맡겨주세요. 가족 된 도리도 있고 추억도 있으니까, 저희한테 마지막으로 고인분의 고향이나 아니면 연고가 있는 지역에 저희한테 유골을 맡겨주셔서….]
화장(火葬)한 유골의 골분을 바다와 산 등에 뿌리는 '산분장'.
그동안 제도 밖에 있던 장사 방식이 올해 1월부터 공식 허용됐습니다.
묘지와 봉안시설의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부도 오는 2027년까지 산분장 비율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산분장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인식 개선과 골분을 뿌릴 수 있는 지역 확대 등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이정선 / 을지대 장례지도과 교수 : (골분이) 자연에 그렇게 영양분을 주지도 않지만, 또 그렇게 해가 되지도 않는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그걸 조금 더 과학적으로 들여다보고 정확한 답을 주신다면 국민들도 조금 수긍하지 않을까….]
화장장 등 장사 시설 확충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정부는 2021년 378기였던 화장로를 2027년에는 430기로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해 기준 전국의 화장로는 390여 기에 불과합니다.
3년 사이 증가한 건 고작 10여 기.
남은 3년 동안 30여 기를 모두 지어야 약속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특히, 수도권 등 인구가 많은 지역의 형편이 열악한데, 지역 주민의 반발이 거세 화장로 신설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허창덕 /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 : 우리들의 기본 인식, 사회적 인식이 좀 더 변해야겠죠. 그리고 화장 시설을 현대화할 필요성이 있고 화장 (시설) 설치 지역에 대한 경제적인 것이나 문화적인 혜택이 주어지면 좀 더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비용 부담에 장례를 못 치르는 일이 없도록 '공영 장례' 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운영되는 현행 제도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김민석 / 나눔과 나눔 (서울시 공영 장례 지원 상담센터) 사무국장 : 공영 장례가 전국적인 제도로 정착해서 어디서 돌아가시든지 간에 무연고 사망자분들은 공영 장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일부 저소득 시민 그리고 나아가서는 장례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튜디오】
□ "섣부른 선택은 금물…꼼꼼히 따져보고 계약해야"
▶엄지민
상조 서비스로 인한 고객 피해는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요?
▶윤성훈
소비자원 등 관계 기관이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부분은 적극 시정토록 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소비자 또한 계약 사항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엄지민
네, 그럼 소비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까?
▶윤성훈
'사은품 제공, 공짜, 적금' 등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계약 전 상조업체 정보를 반드시 확인하는 게 핵심입니다.
공정거래위가 운영하는 '내상조 찾아줘' 사이트에 가면, 재무 상태 등 상조회사 자료와 폐업 상조회사 피해 구제 정보 등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정선 / 을지대 장례지도과 교수 : (상조 서비스 가입과 관련해) 너무 마케팅이나 홍보 전략에만 솔깃하지 마시고 스스로 조금 찾아보시고 정말로 이게 나한테 필요한 서비스인지….]
▶엄지민
고인과의 '마지막 이별'이 더는 버겁지 않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윤 기자, 수고했습니다.
오늘 팩트추적은 여기까지입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도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시청자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팩트추적>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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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02-398-86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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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민
안녕하세요. 엄지민입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팩트추적! 지금 시작합니다.
【인트로】
한 줌 재로 떠나기 전 모니터에 비친 고인의 마지막 모습.
영원한 작별 앞에….
유족들은 또 한 번 무너져 내립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던 장례 기간.
가족을 놓아주는 것조차 벅찼던 현실은 가슴을 에는 상처였습니다.
[상조업체 관계자 : 화장할 데가 없었으니까 지방 속초나 세종, 충주 이런 데로 다 내려가서 화장해서 올라온 거지….]
치솟은 장례 비용과….
[김민석 / 나눔과 나눔(서울시 공영 장례 지원 상담센터) 사무국장 : 돈이 없어서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요.]
상조 관련 업체의 검은 상술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이시율 / 상조 결합 상품 피해자 : 맞지 않는 상품이어서 처음에 청약 철회를 요구했는데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어요.]
'마지막 이별'마저 사치가 된 시대, 무겁게 다가오는 그들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스튜디오】
□ '하늘의 별 따기' 된 화장장 예약
▶엄지민
오늘의 팩트체커 윤성훈 기자와 함께합니다.
윤 기자,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것만으로도 힘들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화장장까지 못 구해서 애를 태우고 있다니 마음이 참 아픕니다.
▶윤성훈
네, 화장(火葬) 시설이 부족하단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과 맞물려, 갈수록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 VCR - 1 】
슬픔과 침묵이 짙게 깔린, 숙연한 헤어짐의 공간.
남은 사람들이 함께하기에….
먼저 떠난 이의 마지막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그렇게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짧은 시간.
"금일 11시 5회차 화장(火葬)이 종료되었습니다."
유족들은 애써 감춰왔던 눈물을, 결국 터뜨립니다.
"(울음) 엄마"
밀려드는 예약에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화장장의 하루.
영원한 안식처로 망자를 모시는 게 미뤄질수록….
가족들의 마음은 타들어 갔습니다.
[윤성훈 / 기자 : 얼마 만에 (화장장을) 예약하신 걸까요?]
[화장 시설 이용 유족 : 이틀 걸린 것 같아요. 이틀….]
고인이 머문 안치실이 얼마나 차가운지 알기에….
기다림의 고통은 감내하기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윤성훈 / 기자 : 불가피하게 (삼일장 대신) 4일장을 치르신 거네요?]
[화장 시설 이용 유족 : 한참 애먹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자리가 없다고 그러니까 할 수 없이 이쪽으로 잡은 거죠. 여기가 그나마 4일장으로 하면 자리가 있다고 그러니까….]
【스튜디오】
□ "10명 중 9명 화장(火葬)…관련 시설은 부족"
▶엄지민
화장장 예약이 꽉 차서 이별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건데, 이처럼 화장(火葬) 수요가 늘어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왜 그런 겁니까?
▶윤성훈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최근의 장사(葬事) 경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사(葬事)의 종류는 고인의 시신을 묻거나 유해를 안치하는 방식에 따라 매장과 봉안, 그리고 자연장으로 나뉘는데요.
매장은 묘지를, 봉안은 납골당을, 자연장은 골분을 수목 주변 등에 묻거나 뿌리는 걸 떠올리시면 됩니다.
매장과 달리, 봉안과 자연장은 모두 화장(火葬)이 전제돼야 합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이들 장사 방식이 매장보다 선호되면서, 최근엔 화장률이 90%대에 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화장(火葬) 관련 시설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 VCR - 2 】
회색빛 담장 속 작은 유골함에 담긴 떠난 이의 흔적.
멈춰 선 추모객의 시선엔 그리움과 애틋함이 녹아 있습니다.
더는 그 사람의 따뜻한 손길을 느낄 수 없지만….
이따금 찾아와 이름을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비슷한 시각, 다른 한곳엔 낯선 땅에서 맞이한 '마지막 이별'에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이 있습니다.
[화장 시설 이용 유족 : (고인이) 원래 가평 사시는데 화장터가 자리가 없어서 여기 (수원)까지 왔어요. 그렇게라도 일단은 빠르게 하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거여서….]
빈 화장장을 찾아 헤매며 마음졸인 순간….
고인을 제대로 배웅하지 못했단 죄책감과 답답함에 속이 뒤집힙니다.
[화장 시설 이용 유족 : 화나고 이해가 안 가고. 고령화 사회인데도 지금 시스템이 이거밖에 안 되나. 유가족을 조금 가지고 논다고 그러나 그런 느낌이 들죠.]
증가한 화장(火葬) 수요를, 화장로가 받쳐주지 못하는 현실.
자리를 못 구해, 이곳저곳 떠도는 '원정 화장'은 이제 익숙한 단어가 돼 버렸습니다.
[상조업체 관계자 : 관내 인정 못 받고…. 이쪽저쪽 화장장만 한 네 번 바꾼 것 같아요. 강원도에서 용인 갔다가 수원으로 온 거죠.]
특히, 화장장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지역의 주민들은 더 애간장이 탈 수밖에 없습니다.
[상조업체 관계자 : 안양, 안산, 부천, 화성 등 7개 시가 화장 예약하기가 제일 힘들어요. 다른 데 가려고 그러면 관외 (지역)이라서 100만 원씩 내야 하고 오후 시간밖에 못 하고….]
화장로 가동 확대 등 기존 시설의 노력에도, 오롯이 모든 걸 감당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이창원 / 수원시연화장 소장 : (화장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시가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2030년경 정도가 돼야만 완공돼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
□ "부족한 화장(火葬) 시설…'원정 화장'에 삼일장도 포기"
▶엄지민
화장(火葬) 관련 시설의 수급 불균형 문제가 이 정도인 줄 몰랐어요.
▶윤성훈
네, 서울과 부산, 대구 등 대도시, 그리고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상황이 특히 심각합니다.
2022년 기준 조사 자료를 보면, 경기도의 연간 화장자 수는 도내에서 1년 동안 화장(火葬)이 가능한 시신의 1.56배에 달했습니다.
서울과 부산, 대구도 관내의 화장(火葬) 역량이 수요에 못 미쳤습니다.
이처럼 관련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삼일장을 가능케 하는 '3일 차 화장률'도 최근엔 70%대로 떨어졌는데요.
전국 평균 '3일 차 화장률'은 코로나19 유행 기간인 2020년과 2021년에도 85%를 넘었습니다.
▶엄지민
10명 중 9명이 화장(火葬)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삼일장을 포기하고 '빈 화장장'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더 늘었다는 거잖아요.
▶윤성훈
맞습니다. 그런데 유족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는 만만찮은 장례 비용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 VCR - 3 】
장례식장 한쪽에 마련된 소박한 빈소.
단출한 공간에서 고인을 위한 제사가 조용히 치러집니다.
"힘들었을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영원히 가시는 길이 아쉬워 이렇게 술 한잔 올려드렸습니다."
작은 영정 사진조차 보이지 않는 쓸쓸한 제단.
그 위에는 각기 다른 위패 두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상주도, 유족도 없는 '무연고 사망자'들의 약식 장례.
망자의 마지막 존엄을 지켜주는 건 '공영 장례' 지원센터 직원과 자원봉사자뿐입니다.
[김지예 / 공영 장례 자원봉사자 : 쓸쓸했을지도 모르는 마지막 생애에 작은 온기라도 보태주면 조금이라도 덜 외롭지 않을까 싶어서….]
숨을 거둔 뒤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는 무연고 사망자.
2020년 3,100여 명에서 재작년엔 5,400여 명으로, 3년 만에 1.7배 넘게 증가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급속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가족 구조 변화 등의 여파입니다.
가족이나 친척을 아예 찾을 수 없는 이들 같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연고자가 있는데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경우가 최근 4년 동안 전체 무연고 사망자의 73%에 달합니다.
과거보다 가족 간 결속력이 떨어진 게 우선 원인으로 꼽히지만, 장례 비용 등 경제적 부담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김민석 / 나눔과 나눔(서울시 공영 장례 지원 상담센터) 사무국장 : 시신 위임서의 위임 사유에 주요한 원인이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이고 설령 관계 단절이나 건강 문제 등 다른 이유를 적으셨더라도 사별자(유가족)분들을 현장에서 만나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시신을 위임했노라 말씀하시는 경우들이 많고요.]
▶윤성훈 기자
"그렇다면 장례 비용은 얼마나 드는 걸까요?
정부가 운영하는 장례 정보 서비스 포털에서 직접 찾아봤습니다."
1,100곳이 넘는 전국의 장례식장이 등록돼 있는데요.
빈소와 안치실 사용료, 식사비 등 수십 개에 달하는 항목에,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공간 임대 면적과 이용 시간, 조문객 수 등에 따라 조합이 제각각이라 정확한 비용을 가늠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 : 결혼식은 뭐 1인당 뷔페 요금이 정해져 있잖아요. 근데 장례식장은 상차림 음식으로 나오다 보니까 음식을 얼마큼 시키는 거에 따라서 비용이 다 달라져요.]
여기에다 발인 이후 묘지나 화장 시설 사용료, 자연 장지와 봉안 시설 이용료 등도 추가로 고민해야 합니다.
【스튜디오】
□ 유가족 두 번 울리는 '장례 비용'
【 VCR - 4 】
▶엄지민
아무리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냈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가족인데 장례 비용이 부담돼서 시신 인수까지 꺼리는 경우가 있다니, 참 씁쓸한데요.
그 비용이 그 정도로 부담되는 금액입니까?
▶윤성훈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5년 발표한 평균 장례 비용은 1,380만 원 정도였습니다.
장례식장 이용료와 화장(火葬)과 매장 등 장묘 비용이 포함된 금액입니다.
그 뒤로 공식적인 조사 결과는 아직 없는데요.
발표 이후 10년이 지난 만큼 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때, 현재 평균 장례 비용은 더 비싸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엄지민
대략 얼마나 될까요?
▶윤성훈
네,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장례식장에 따라, 그리고 품목별로 2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나기도 해서 정확히 얼마라고 단정 짓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한 대형기업의 임직원 장례지원단은 삼일장과 화장, 납골당 안치 기준으로 최소 1,173만 원에서 최대 2,260만 원이 든다고 추산했습니다.
제작진이 접촉한 서울의 장례식장에서도 비슷한 가격대를 예상했습니다.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 : 저희 쪽에서 관이랑 수의, 차량 이런 거 다 하시면 1,000만 원에서 1,200만 원 정도 들어요. 근데 대학병원 쪽 보시면 못해도 2천만 원 미만으로 생각하셔야 해요.]
▶엄지민
사실 유족들은 가족을 떠나보내서 경황이 없을 텐데, 거기에 비용 부담까지 안게 된 상황이네요.
▶윤성훈
네, 상조 서비스에 가입하는 건 예상치 못한 큰 비용에 대한 걱정을 덜고, 복잡한 장례 절차를 지원받기 위해서일 텐데요.
그런데 관련 업체들의 교묘한 상술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 VCR - 4 】
33살 이시율 씨는 지난해 말 카드사와 제휴를 맺은 한 '상조 결합 상품' 판매업체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매달 5만 9,800원을 16년 6개월 동안 내면, 가입 이후 20년 뒤 원금을 그대로 돌려주는 상조 서비스를 소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식으로서 혹시 모를 상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단 책임감을 느끼던 터에, 고가의 가전제품까지 덤으로 준다니,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이시율 / 상조 결합 상품 피해자 : 가입 권유 당시에 애매모호하게 적금 이런 식으로 저축을 얘기하면서 상품을 권유 하시더라고요. 아마 그거에 저희가 그냥 순간 혹했던 것 같기는 해요.]
그러나 가입 뒤 계약서를 살펴보니, 가전제품은 사은품이 아니었습니다.
상조 상품과 함께 구입하는 '결합 구매' 형태였습니다.
350만 원이라던 의류 관리기의 가격은 인터넷 쇼핑몰에선 120만 원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 상조 결합 상품 판매업체 관계자 : 어쨌든 60개월 동안 고객님께서 할부 거래(하시는 거)잖아요. 60개월 동안 나가는 할부에 대한 이자 부분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이시율 / 상조 결합 상품 피해자 : 그럼 할부 이자가 60개월 동안 200만 원이라는 말씀인 건가요?]
[○○ 상조 결합 상품 판매업체 관계자 : 가전제품 금액이랑 할부 대금이랑 다 포함된 금액이 352만 8,200원이 되시는 거예요.]
거센 항의 끝에 이 씨는, 가전제품 대금으로 시세보다 비싼 150만 원을 완납한 뒤에야 계약을 철회할 수 있었습니다.
제작진은 업체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이시율 / 상조 결합 상품 피해자 : 혹시 상조 상품을 준비하실 때 안내성, 광고성에 현혹되셔서 자세하게 (계약서를) 안 읽어보시면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실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서….]
고가의 가전제품 등과 묶어 파는 '상조 결합 상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중도 해지 시 결합 제품 비용을 과다 공제하고, 안내와 다른 상품을 배송한 것 등에 대한 불만이 계속됐습니다.
계약 철회나 환급 거부, 약정 서비스 불이행, 추가 비용 청구 등 결합 상품 이외의 다른 피해도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 "초고령사회…장례는 개인 넘어 공동체의 문제"
▶엄지민
화장 시설 부족하죠. 또 장례 비용은 부담스럽고요. 여기에다 상조 서비스 관련 피해까지 있다 보니 장례 정책 전반을 되짚어 봐야 할 것 같아요.
▶윤성훈
맞습니다.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서 장례는 단순히 개인의 죽음을 넘어, 공동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일정 시점이 지나면 사망자 수가 급증하는, 이른바 '다사(多死) 사회' 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엄지민
그 전에 대책을 촘촘히 세우고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요.
▶윤성훈
네, 당장은 화장 시설 같은 인프라 확충이 시급합니다.
이에 더해 장례 문화 개선과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VCR - 5 】
밀려오는 파도가 모래사장을 적시는 충남 보령의 한적한 바닷가.
작은 화물차 안에서 고별식이 이뤄집니다.
술 한 잔의 정성으로 예를 갖추고, 망자의 골분을 조심스레 옮겨 담습니다.
'영혼의 가루'로 채워진 상자는 대형 드론에 설치돼, 이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거친 파도도, 그리고 바람도 잠잠한 순간.
고인은 국화꽃이 흩날리는 푸른 바다 위….
자신이 태어났던 그곳의 자연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구회성 / 산분장 업체 대표 : 보통 단절 가족이라든가 아니면 불가피하게 장지까지 오시지 못하는 분들이 저희한테 유골 인도를 맡겨주세요. 가족 된 도리도 있고 추억도 있으니까, 저희한테 마지막으로 고인분의 고향이나 아니면 연고가 있는 지역에 저희한테 유골을 맡겨주셔서….]
화장(火葬)한 유골의 골분을 바다와 산 등에 뿌리는 '산분장'.
그동안 제도 밖에 있던 장사 방식이 올해 1월부터 공식 허용됐습니다.
묘지와 봉안시설의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부도 오는 2027년까지 산분장 비율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산분장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인식 개선과 골분을 뿌릴 수 있는 지역 확대 등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이정선 / 을지대 장례지도과 교수 : (골분이) 자연에 그렇게 영양분을 주지도 않지만, 또 그렇게 해가 되지도 않는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그걸 조금 더 과학적으로 들여다보고 정확한 답을 주신다면 국민들도 조금 수긍하지 않을까….]
화장장 등 장사 시설 확충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정부는 2021년 378기였던 화장로를 2027년에는 430기로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해 기준 전국의 화장로는 390여 기에 불과합니다.
3년 사이 증가한 건 고작 10여 기.
남은 3년 동안 30여 기를 모두 지어야 약속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특히, 수도권 등 인구가 많은 지역의 형편이 열악한데, 지역 주민의 반발이 거세 화장로 신설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허창덕 /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 : 우리들의 기본 인식, 사회적 인식이 좀 더 변해야겠죠. 그리고 화장 시설을 현대화할 필요성이 있고 화장 (시설) 설치 지역에 대한 경제적인 것이나 문화적인 혜택이 주어지면 좀 더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비용 부담에 장례를 못 치르는 일이 없도록 '공영 장례' 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운영되는 현행 제도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김민석 / 나눔과 나눔 (서울시 공영 장례 지원 상담센터) 사무국장 : 공영 장례가 전국적인 제도로 정착해서 어디서 돌아가시든지 간에 무연고 사망자분들은 공영 장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일부 저소득 시민 그리고 나아가서는 장례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튜디오】
□ "섣부른 선택은 금물…꼼꼼히 따져보고 계약해야"
▶엄지민
상조 서비스로 인한 고객 피해는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요?
▶윤성훈
소비자원 등 관계 기관이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부분은 적극 시정토록 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소비자 또한 계약 사항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엄지민
네, 그럼 소비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까?
▶윤성훈
'사은품 제공, 공짜, 적금' 등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계약 전 상조업체 정보를 반드시 확인하는 게 핵심입니다.
공정거래위가 운영하는 '내상조 찾아줘' 사이트에 가면, 재무 상태 등 상조회사 자료와 폐업 상조회사 피해 구제 정보 등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정선 / 을지대 장례지도과 교수 : (상조 서비스 가입과 관련해) 너무 마케팅이나 홍보 전략에만 솔깃하지 마시고 스스로 조금 찾아보시고 정말로 이게 나한테 필요한 서비스인지….]
▶엄지민
고인과의 '마지막 이별'이 더는 버겁지 않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윤 기자, 수고했습니다.
오늘 팩트추적은 여기까지입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도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시청자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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