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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글로벌 코리안 플러스 오늘은 해외 동포사회에서 중심역할을 하고 있죠?
한인회를 찾아가 보겠습니다.
맹렬 여성 한인회장이 활약하는 페루로 갑니다.
[해설]
페루 리마 시에 있는 한 건물.
어르신들이 한 명 두 명 건물로 모여든다.
한인회에서 한 달에 한번 모여 머리 손질도 하고 또 먹거리도 받아가는 날.
머리를 손질하는 이간숙 씨의 손놀림이 가볍다.
마치 친딸처럼 대화 또한 살갑다.
바쁜 생업 속에서도 매달 선뜻 봉사에 앞장서는 이간숙 씨다.
15년 전 수원에 살다 볼리비아로 이주한 김혜자 할머니는 10년 전 페루로 온 뒤 한인회와 한인교회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
매달 페루 한인회가 지원하는 동포들은 여섯 명. 많지 않은 쌀과 김치지만 정성이 가득한 음식이다.
[인터뷰:김혜자, 페루 동포]
"그럼요, 교민회에서 하니까 잘 살죠. 안 그럼 살지 못해요. 살기 힘들어 아주..."
[인터뷰:장춘희, 페루 동포]
"쌀 20kg, 월 한 번입니다. 라면 한 상자, 김치 2kg, 떡국용 떡 2kg 이렇게 도움받습니다."
1,500명 페루 동포들의 맏며느리 역할을 하고 있는 한인회. 기쁠 때나 궂을 때나 동포들의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인터뷰:이삼하, 페루 한인회장]
"사실 누구나 헌신하고 봉사하는 일이 쉬운 건 아니잖아요. 그래도 이런 건이 있는데 좀 도와주지 않겠느냐? 그러면 마다치 않고 늘 도와주고 그런 게 저는 참 감사합니다."
적은 인원이지만 오순도순 살뜰하게 살고 있는 페루 동포사회가 주목받고 있다.
페루 리마 시에 있는 라스팔마스 공군기지.
활주로 바로 옆에서 대형 격납고 공사가 한창이다.
격납고 4개 동과 관리동을 신축하는 공사.
며칠 남지 않은 준공기일 탓에 이삼하 회장의 목소리가 크다.
우리나라가 페루에 KT-1 기본훈련기 20대를 수출하면서 기술이전 조건으로 조립라인을 짓는 공사다.
중견 건설사를 운영하는 이 회장은 고국의 사업을 맡는다는 생각으로 짧은 공기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맡았다.
[인터뷰:이삼하, 페루 한인회장]
"야간에 일을 안 하려고 하는 것을 설득을 해서 또 일을 해야 하니까 그만큼 경비가 많이 나가지 않습니까? 솔직히 얘기해서 돈 많이 줄 테니까 일을 해라."
페루 전국에서 건설사를 운영하는 여성 사장은 이삼하 회장이 유일하다.
[인터뷰:에르네스토 로하스, 하나로건설 현장소장]
"페루 여자도 강하지만 이삼하 사장도 강한 여성입니다.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올해 55살의 맹렬 여성 이삼하 회장이 페루 한인사회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삼하 회장이 보물상자인양 조심스럽게 철문을 연다.
360여 제곱미터의 작은 땅, 페루 한인들의 꿈이 담겨있는 한인회관 용지다.
2004년 모금을 시작해 2006년 구입했으니 회관을 짓기로 계획한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켜켜이 쌓인 먼지. 곧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던 바람은 건축비 부족으로 긴 시간을 넘겼다.
이 회장은 자신의 임기 안에 첫 삽이라도 떴으면 하는 희망이다.
[인터뷰:이삼하, 페루 한인회장]
"이 적은 한인 사회에서 사실 이 부지를 샀다는 것만 해도 참 대단한 건데 산 넘어 산이라고 또 건축을 해야 되고 이런 게 저한테는 가장 큰 숙제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페루 한인회가 한인회관 건립을 서두르는 것은 사실 한글학교 때문이다.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한글학교.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동포학생 100여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대부분 페루나 남미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한글학교는 한민족으로 자라나는 중요한 통로다.
특히 중국어와 일본어를 완전히 잊어버린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보아온 교민들에겐 한글학교의 의미는 더 크다.
[인터뷰:윤선영, 한글학교 교사]
"여기서 배우는 걸로 애들이 너무 잘해요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데 이것들이 아이들이 다니면서 한국 아이들과 만나고 계속 듣고 집에서도 우리 아이가 다님으로 인해서 신경을 계속 써주고 조금이라도 한국 비디오라도 한 번 더 보고 이러면서 이런 것들이 계속 연계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남경빈, 중학교 3학년]
"여기서 태어났지만 저는 아직도 한국 사람이니까 배워야죠. 열심히 배워야죠."
아이들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한글학교지만 사정은 열악하다.
1992년 처음 시작한 한글학교는 그동안 다섯 번이나 교사를 옮겼다.
교실을 비워달라는 페루 학교 측의 요구 때문이었다.
지금 사용하는 교사도 페루 공군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로 2008년부터 세 들어 있다.
[인터뷰:조석순, 한글학교 교장]
"이 나라에서 무슨 선거가 있거나 그러면 학교 문을 닫거든요. 그럴 때는 불가피하게 수업을 못 할 때도 있고 또 여러 가지로 학생들이 이 나라 학생들이 쓰는 교실을 쓰니까 뭐 물건에 손을 대면 안 되는 그런 것도 있고..."
페루학교에는 그 흔한 시청각 교육시설도 없어 좋은 부교재가 있어도 실제 아이들이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이 정도나마 한글학교를 운영해오고 있는 것도 한글을 지키고자 하는 교민들의 열성 때문이다.
[인터뷰:이삼하, 페루 한인회장]
"저희가 셋방살이 눈치 알잖아요. 저희가 하고 싶은 그런 행사 저희가 마음대로 못하고 또 그쪽에 요청해서 허락을 받아야 되고 이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마음껏 뛰어놀고 그런 학교가 저희한테 필요한 거죠."
아이들을 위해 한인회관을 꼭 짓겠다는 페루한인회, 그 열정과 함께 미래 한인들의 삶도 탄탄해 질 것이다.
[앵커]
지구 반대편 멀기만 한 것 같은 페루지만 한국과는 빠르게 교류가 늘고 있습니다. 우리 한류에 대한 호감도 여전합니다.
[해설]
페루 농업대학에서 작은 기념식이 열렸다.
농촌진흥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 KOPIA 페루센터가 준공한 것이다.
페루센터에는 앞으로 국내 연구원이 파견돼 페루의 주요 농작물의 품종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인터뷰:라승용, 농촌진흥청 차장]
"페루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퀴노아와 알파카, 커피의 병해충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겠습니다."
남미의 저개발국가로만 알고 있는 페루는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나라다.
아마존 정글에서부터 안데스고산지대까지 사계절 국가인 페루는 한반도 6배나 되는 면적을 자랑하고 있다.
3천만 명이라는 적지 않은 인구에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의 보고인 페루는 높은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남미의 중심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와는 2011년 FTA 발효로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교역이 연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인터뷰:박희권, 주페루 대사]
"페루는 최근 10년간 평균 7.7% 성장을 이룰 만큼 아주 대단히 빠른 성장을 하고 있고 또 잠재력이 큰 나라입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자원 에너지를 많이 풍부하게 매장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소위 보완적인 측면에서 우리의 이상적인 파트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1963년 우리와 수교한 페루에는 1,500명의 동포들이 살고 있다.
1990년 개방적이었던 후지모리 정권 이후 늘어난 교민 수는 그 뒤 경제 상황에 따라 부침을 거듭했다.
[인터뷰:박맹춘, 리마한인연합교회 목사]
"돈 벌어서 미국이나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많은 분이 이주를 해온 것 같아요. 주변 나라에서. 그러다 경기가 안 좋으니까 또 빠져나가고. 그러나 이제는 서서히 페루에 정착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집도 사는 이들이 있고..."
브라질과 파라과이와는 달리 페루에는 의류업을 하는 동포들이 적다.
대신 자동차 부품수입이나 자영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있다.
[인터뷰:이성배, 원단 판매]
"한 3년 전부터 중고 자동차 하시는 분들은 다 이제 빠져나가셨고 의류 하시는 분들도 빠져나가신 거고, 부품이나 원단 하시는 분들은 남아 계셨는데 옛날처럼 좋은 시절은 아니죠."
100만 명이 넘는 화교나 100년 역사의 일본과는 달리 40여 년의 짧은 기간 동안 우리 동포들을 페루사회에서 존경받는 구성원으로 성장해 왔다.
최근에는 페루 전역을 휩쓸고 있는 K-POP 열풍으로 한인들에 대한 호감도도 급상승하고 있다.
잃어버린 잉카의 도시. 잉카 문명의 정수를 간직한 마추픽추.
그 마추픽추로 가는 길목에 잉카 제국의 옛 수도 쿠스코가 있다.
해발 3,400m, 안데스 산맥의 분지에 위치한 쿠스코는 잉카 문화와 정복자 스페인의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도시다.
이곳 쿠스코에서 한국문화원과 음식점을 운영하는 길동수, 박은미 부부의 가게에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K-POP과 드라마, 한국 음식을 좋아는 한류 팬들이다.
매월 한 번씩 여는 한국요리 강좌에 시작도 전에 가게 안은 만원이다.
오늘 주제는 산적. 남편 길동수 씨도 같이 요리에 나섰다.
[인터뷰:박은미, 페루 한국문화원 운영]
"채소, 고기, 햄 뭐가 필요할까? 여기 보세요. 샌드위치 햄인데 얇은 것은 안 되고 두껍게 썰어야 해요."
자르고 끼우고 지지고!
맛도 맛이지만 한국음식은 무엇보다도 색감이 좋다는 평가다.
2011년부터 시작한 요리교실에 지금까지 수백 명의 페루 현지인이 다녀갔다.
파전과 수제비, 계란말이 같이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 주 메뉴다.
[인터뷰:나시로 쿠루즈 아레나스, 관광가이드]
"안녕하세요? 한국 음식 수업에서 처음으로 배운 음식이 '계란말이'입니다. 굉장히 맛있었어요. 드라마에서도 봤어요. 엄마와 동생과 함께 집에서 요리를 해봤는데 아빠가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박은미 씨의 바램은 좀더 체계적으로 한국문화를 보급하는 것. 하지만 빠듯한 형편이 늘 아쉽다.
[인터뷰:박은미, 페루 한국문화원 운영]
"저희가 만약에 더 큰 장소로 가서 좀 이런 시설도 더 넣을 수 있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수업을 한다거나 그렇게 계획을 하고 있는데 아직은 모르겠어요."
[인터뷰:박은미, 페루 한국문화원 운영]
"발표하겠습니다. 부르노 씨 팀이 이겼습니다."
도예가였던 길동수 씨와 도자기 회사 직원이었던 박은미 씨는 2004년 KOICA 봉사대원으로 이곳 쿠스코에 왔다.
경험을 살려 쿠스코 주민들에게 도자기 기술을 가르치기도 했던 두 사람은 2008년 결혼해 이곳에 정착했다.
저녁시간, 길동수 씨 부부가 운영하는 한국문화원 '사랑채'의 한글 수업.
강사의 열성적인 강의에 학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초급부터 고급까지, 한국어 강좌를 듣는 학생은 50여 명. 대부분 대학생이다.
[인터뷰:카티 로사, 대학생]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한 번도 저런 작대기처럼 생긴 문자를 읽고 발음하는 것을 상상도 못 했죠."
[인터뷰:아르툴 에드윈, 대학생]
"원작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국어를 잘하면 한국 문학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요."
길동수 씨가 한국문화원을 연 것은 역시 한류 영향이 컸다.
[인터뷰:길동수, 페루 한국문화원 운영]
"학생들이 처음에, 한 4년 전에 저희 식당에 와서 한국어 가르쳐 달라고 해서 시작이 됐고요. 현지인들이 와서 한국어를 직접 배우겠다고 자기들이 그렇게까지 얘기하는데 기분 좋더라고요. 그때부터 시작이 된 거죠."
문화원에선 한글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한국영화도 보고, K-POP과 사진, 춤도 가르친다.
여행사와 한식당을 운영하곤 있지만 적지 않은 돈을 문화원 운영비로 지출해야 하는 길동수 박은미 부부.
신기루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한류가 아니라 페루인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한국문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터뷰:박은미, 페루 한국문화원 운영]
"이 한글을 배워서 앞으로 이 친구들이 일을 한다든가 아니면 정말 드라마를 본다든가 한국 사람들을 만났을 때 활용할 수 있게끔 저희가 가르치는 게 저희가 하나의 목표 중에 하나인 거거든요."
[인터뷰:길동수, 페루 한국문화원 운영]
"꼭 중장비 기술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기술을 저희가 가르쳐서 그걸로 인해서 현지인들 삶이 조금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뿌연 모래 흙바람이 부는 리마시 외곽.
동포들이 달동네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기다리는 주민들로 병원 안은 이미 만원.
이 지역에선 하나뿐인 병원이다.
[인터뷰:헤수스 로드리게즈, 히카마르카 주민]
"이 지역은 의료혜택이 절실한 곳입니다. 이 병원은 응급진료까지 가능해서 좋습니다."
이 곳은 페루 동포들로 구성된 NGO 단체인 HAPECO (아페코)가 만들었다.
1996년 KOICA에서 파견한 의사들과 의료봉사를 다녔던 이삼하 회장은 이 지역의 의료사정이 열악한 것을 알고는 동포들과 함께 병원건립을 추진했다.
[인터뷰:이삼하, 페루 한인회장]
"아이를 낳는다고 어느 산모가. 아이가 막 오더니 자기 엄마 아기 낳는데 지금 뭐 죽을 정도래요. 저희들이 갔습니다. 정말 흙바닥에서 아기를 낳고 있더라고요."
HAPECO(아페코) 회원은 15명. 매달 걷는 천 달러 정도의 회비와 진료비 수입으로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
황무지 비탈길에서, 의지할 데 없는 삶을 살고 있는 히카마르카 주민들에게 아페코병원은 친구와 다름없다.
특히 의료보험에 들지 않아 비싼 진료비를 물어야 하는 달동네 주민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인터뷰:후안 아스테테, HAPACO 병원 의사]
"일반 병원에서는 진료를 보고 처방전만 던져주는 반면 우리는 사람들의 의식을 일깨워주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페루 잉카 문명의 한가운데에서 한국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젊은 부부.
병원까지 세워 현지인들의 아픔까지 돌보고, 또 모국어를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동포들.
그 열정의 뒤에 한인회가 있다.
[인터뷰:김윤탁, 페루 한인회 이사]
"이곳에서도 한국 국민들이 정말 행복하게 자기 생업을 하면서 잘 살 수 있다라는 그런 마음을 갖게 할 수 있도록..."
[인터뷰:임입분, 페루 동포]
"다들 수면 위로 나오셔서 다 참여하시면 더 좋은 한인회가 될 것 같아요."
황금의 제국 페루에 오늘도 우리 동포들은 행복 스토리를 써내려 가고 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글로벌 코리안 플러스 오늘은 해외 동포사회에서 중심역할을 하고 있죠?
한인회를 찾아가 보겠습니다.
맹렬 여성 한인회장이 활약하는 페루로 갑니다.
[해설]
페루 리마 시에 있는 한 건물.
어르신들이 한 명 두 명 건물로 모여든다.
한인회에서 한 달에 한번 모여 머리 손질도 하고 또 먹거리도 받아가는 날.
머리를 손질하는 이간숙 씨의 손놀림이 가볍다.
마치 친딸처럼 대화 또한 살갑다.
바쁜 생업 속에서도 매달 선뜻 봉사에 앞장서는 이간숙 씨다.
15년 전 수원에 살다 볼리비아로 이주한 김혜자 할머니는 10년 전 페루로 온 뒤 한인회와 한인교회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
매달 페루 한인회가 지원하는 동포들은 여섯 명. 많지 않은 쌀과 김치지만 정성이 가득한 음식이다.
[인터뷰:김혜자, 페루 동포]
"그럼요, 교민회에서 하니까 잘 살죠. 안 그럼 살지 못해요. 살기 힘들어 아주..."
[인터뷰:장춘희, 페루 동포]
"쌀 20kg, 월 한 번입니다. 라면 한 상자, 김치 2kg, 떡국용 떡 2kg 이렇게 도움받습니다."
1,500명 페루 동포들의 맏며느리 역할을 하고 있는 한인회. 기쁠 때나 궂을 때나 동포들의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인터뷰:이삼하, 페루 한인회장]
"사실 누구나 헌신하고 봉사하는 일이 쉬운 건 아니잖아요. 그래도 이런 건이 있는데 좀 도와주지 않겠느냐? 그러면 마다치 않고 늘 도와주고 그런 게 저는 참 감사합니다."
적은 인원이지만 오순도순 살뜰하게 살고 있는 페루 동포사회가 주목받고 있다.
페루 리마 시에 있는 라스팔마스 공군기지.
활주로 바로 옆에서 대형 격납고 공사가 한창이다.
격납고 4개 동과 관리동을 신축하는 공사.
며칠 남지 않은 준공기일 탓에 이삼하 회장의 목소리가 크다.
우리나라가 페루에 KT-1 기본훈련기 20대를 수출하면서 기술이전 조건으로 조립라인을 짓는 공사다.
중견 건설사를 운영하는 이 회장은 고국의 사업을 맡는다는 생각으로 짧은 공기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맡았다.
[인터뷰:이삼하, 페루 한인회장]
"야간에 일을 안 하려고 하는 것을 설득을 해서 또 일을 해야 하니까 그만큼 경비가 많이 나가지 않습니까? 솔직히 얘기해서 돈 많이 줄 테니까 일을 해라."
페루 전국에서 건설사를 운영하는 여성 사장은 이삼하 회장이 유일하다.
[인터뷰:에르네스토 로하스, 하나로건설 현장소장]
"페루 여자도 강하지만 이삼하 사장도 강한 여성입니다.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올해 55살의 맹렬 여성 이삼하 회장이 페루 한인사회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삼하 회장이 보물상자인양 조심스럽게 철문을 연다.
360여 제곱미터의 작은 땅, 페루 한인들의 꿈이 담겨있는 한인회관 용지다.
2004년 모금을 시작해 2006년 구입했으니 회관을 짓기로 계획한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켜켜이 쌓인 먼지. 곧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던 바람은 건축비 부족으로 긴 시간을 넘겼다.
이 회장은 자신의 임기 안에 첫 삽이라도 떴으면 하는 희망이다.
[인터뷰:이삼하, 페루 한인회장]
"이 적은 한인 사회에서 사실 이 부지를 샀다는 것만 해도 참 대단한 건데 산 넘어 산이라고 또 건축을 해야 되고 이런 게 저한테는 가장 큰 숙제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페루 한인회가 한인회관 건립을 서두르는 것은 사실 한글학교 때문이다.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한글학교.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동포학생 100여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대부분 페루나 남미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한글학교는 한민족으로 자라나는 중요한 통로다.
특히 중국어와 일본어를 완전히 잊어버린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보아온 교민들에겐 한글학교의 의미는 더 크다.
[인터뷰:윤선영, 한글학교 교사]
"여기서 배우는 걸로 애들이 너무 잘해요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데 이것들이 아이들이 다니면서 한국 아이들과 만나고 계속 듣고 집에서도 우리 아이가 다님으로 인해서 신경을 계속 써주고 조금이라도 한국 비디오라도 한 번 더 보고 이러면서 이런 것들이 계속 연계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남경빈, 중학교 3학년]
"여기서 태어났지만 저는 아직도 한국 사람이니까 배워야죠. 열심히 배워야죠."
아이들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한글학교지만 사정은 열악하다.
1992년 처음 시작한 한글학교는 그동안 다섯 번이나 교사를 옮겼다.
교실을 비워달라는 페루 학교 측의 요구 때문이었다.
지금 사용하는 교사도 페루 공군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로 2008년부터 세 들어 있다.
[인터뷰:조석순, 한글학교 교장]
"이 나라에서 무슨 선거가 있거나 그러면 학교 문을 닫거든요. 그럴 때는 불가피하게 수업을 못 할 때도 있고 또 여러 가지로 학생들이 이 나라 학생들이 쓰는 교실을 쓰니까 뭐 물건에 손을 대면 안 되는 그런 것도 있고..."
페루학교에는 그 흔한 시청각 교육시설도 없어 좋은 부교재가 있어도 실제 아이들이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이 정도나마 한글학교를 운영해오고 있는 것도 한글을 지키고자 하는 교민들의 열성 때문이다.
[인터뷰:이삼하, 페루 한인회장]
"저희가 셋방살이 눈치 알잖아요. 저희가 하고 싶은 그런 행사 저희가 마음대로 못하고 또 그쪽에 요청해서 허락을 받아야 되고 이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마음껏 뛰어놀고 그런 학교가 저희한테 필요한 거죠."
아이들을 위해 한인회관을 꼭 짓겠다는 페루한인회, 그 열정과 함께 미래 한인들의 삶도 탄탄해 질 것이다.
[앵커]
지구 반대편 멀기만 한 것 같은 페루지만 한국과는 빠르게 교류가 늘고 있습니다. 우리 한류에 대한 호감도 여전합니다.
[해설]
페루 농업대학에서 작은 기념식이 열렸다.
농촌진흥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 KOPIA 페루센터가 준공한 것이다.
페루센터에는 앞으로 국내 연구원이 파견돼 페루의 주요 농작물의 품종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인터뷰:라승용, 농촌진흥청 차장]
"페루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퀴노아와 알파카, 커피의 병해충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겠습니다."
남미의 저개발국가로만 알고 있는 페루는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나라다.
아마존 정글에서부터 안데스고산지대까지 사계절 국가인 페루는 한반도 6배나 되는 면적을 자랑하고 있다.
3천만 명이라는 적지 않은 인구에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의 보고인 페루는 높은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남미의 중심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와는 2011년 FTA 발효로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교역이 연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인터뷰:박희권, 주페루 대사]
"페루는 최근 10년간 평균 7.7% 성장을 이룰 만큼 아주 대단히 빠른 성장을 하고 있고 또 잠재력이 큰 나라입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자원 에너지를 많이 풍부하게 매장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소위 보완적인 측면에서 우리의 이상적인 파트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1963년 우리와 수교한 페루에는 1,500명의 동포들이 살고 있다.
1990년 개방적이었던 후지모리 정권 이후 늘어난 교민 수는 그 뒤 경제 상황에 따라 부침을 거듭했다.
[인터뷰:박맹춘, 리마한인연합교회 목사]
"돈 벌어서 미국이나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많은 분이 이주를 해온 것 같아요. 주변 나라에서. 그러다 경기가 안 좋으니까 또 빠져나가고. 그러나 이제는 서서히 페루에 정착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집도 사는 이들이 있고..."
브라질과 파라과이와는 달리 페루에는 의류업을 하는 동포들이 적다.
대신 자동차 부품수입이나 자영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있다.
[인터뷰:이성배, 원단 판매]
"한 3년 전부터 중고 자동차 하시는 분들은 다 이제 빠져나가셨고 의류 하시는 분들도 빠져나가신 거고, 부품이나 원단 하시는 분들은 남아 계셨는데 옛날처럼 좋은 시절은 아니죠."
100만 명이 넘는 화교나 100년 역사의 일본과는 달리 40여 년의 짧은 기간 동안 우리 동포들을 페루사회에서 존경받는 구성원으로 성장해 왔다.
최근에는 페루 전역을 휩쓸고 있는 K-POP 열풍으로 한인들에 대한 호감도도 급상승하고 있다.
잃어버린 잉카의 도시. 잉카 문명의 정수를 간직한 마추픽추.
그 마추픽추로 가는 길목에 잉카 제국의 옛 수도 쿠스코가 있다.
해발 3,400m, 안데스 산맥의 분지에 위치한 쿠스코는 잉카 문화와 정복자 스페인의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도시다.
이곳 쿠스코에서 한국문화원과 음식점을 운영하는 길동수, 박은미 부부의 가게에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K-POP과 드라마, 한국 음식을 좋아는 한류 팬들이다.
매월 한 번씩 여는 한국요리 강좌에 시작도 전에 가게 안은 만원이다.
오늘 주제는 산적. 남편 길동수 씨도 같이 요리에 나섰다.
[인터뷰:박은미, 페루 한국문화원 운영]
"채소, 고기, 햄 뭐가 필요할까? 여기 보세요. 샌드위치 햄인데 얇은 것은 안 되고 두껍게 썰어야 해요."
자르고 끼우고 지지고!
맛도 맛이지만 한국음식은 무엇보다도 색감이 좋다는 평가다.
2011년부터 시작한 요리교실에 지금까지 수백 명의 페루 현지인이 다녀갔다.
파전과 수제비, 계란말이 같이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 주 메뉴다.
[인터뷰:나시로 쿠루즈 아레나스, 관광가이드]
"안녕하세요? 한국 음식 수업에서 처음으로 배운 음식이 '계란말이'입니다. 굉장히 맛있었어요. 드라마에서도 봤어요. 엄마와 동생과 함께 집에서 요리를 해봤는데 아빠가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박은미 씨의 바램은 좀더 체계적으로 한국문화를 보급하는 것. 하지만 빠듯한 형편이 늘 아쉽다.
[인터뷰:박은미, 페루 한국문화원 운영]
"저희가 만약에 더 큰 장소로 가서 좀 이런 시설도 더 넣을 수 있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수업을 한다거나 그렇게 계획을 하고 있는데 아직은 모르겠어요."
[인터뷰:박은미, 페루 한국문화원 운영]
"발표하겠습니다. 부르노 씨 팀이 이겼습니다."
도예가였던 길동수 씨와 도자기 회사 직원이었던 박은미 씨는 2004년 KOICA 봉사대원으로 이곳 쿠스코에 왔다.
경험을 살려 쿠스코 주민들에게 도자기 기술을 가르치기도 했던 두 사람은 2008년 결혼해 이곳에 정착했다.
저녁시간, 길동수 씨 부부가 운영하는 한국문화원 '사랑채'의 한글 수업.
강사의 열성적인 강의에 학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초급부터 고급까지, 한국어 강좌를 듣는 학생은 50여 명. 대부분 대학생이다.
[인터뷰:카티 로사, 대학생]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한 번도 저런 작대기처럼 생긴 문자를 읽고 발음하는 것을 상상도 못 했죠."
[인터뷰:아르툴 에드윈, 대학생]
"원작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국어를 잘하면 한국 문학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요."
길동수 씨가 한국문화원을 연 것은 역시 한류 영향이 컸다.
[인터뷰:길동수, 페루 한국문화원 운영]
"학생들이 처음에, 한 4년 전에 저희 식당에 와서 한국어 가르쳐 달라고 해서 시작이 됐고요. 현지인들이 와서 한국어를 직접 배우겠다고 자기들이 그렇게까지 얘기하는데 기분 좋더라고요. 그때부터 시작이 된 거죠."
문화원에선 한글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한국영화도 보고, K-POP과 사진, 춤도 가르친다.
여행사와 한식당을 운영하곤 있지만 적지 않은 돈을 문화원 운영비로 지출해야 하는 길동수 박은미 부부.
신기루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한류가 아니라 페루인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한국문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터뷰:박은미, 페루 한국문화원 운영]
"이 한글을 배워서 앞으로 이 친구들이 일을 한다든가 아니면 정말 드라마를 본다든가 한국 사람들을 만났을 때 활용할 수 있게끔 저희가 가르치는 게 저희가 하나의 목표 중에 하나인 거거든요."
[인터뷰:길동수, 페루 한국문화원 운영]
"꼭 중장비 기술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기술을 저희가 가르쳐서 그걸로 인해서 현지인들 삶이 조금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뿌연 모래 흙바람이 부는 리마시 외곽.
동포들이 달동네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기다리는 주민들로 병원 안은 이미 만원.
이 지역에선 하나뿐인 병원이다.
[인터뷰:헤수스 로드리게즈, 히카마르카 주민]
"이 지역은 의료혜택이 절실한 곳입니다. 이 병원은 응급진료까지 가능해서 좋습니다."
이 곳은 페루 동포들로 구성된 NGO 단체인 HAPECO (아페코)가 만들었다.
1996년 KOICA에서 파견한 의사들과 의료봉사를 다녔던 이삼하 회장은 이 지역의 의료사정이 열악한 것을 알고는 동포들과 함께 병원건립을 추진했다.
[인터뷰:이삼하, 페루 한인회장]
"아이를 낳는다고 어느 산모가. 아이가 막 오더니 자기 엄마 아기 낳는데 지금 뭐 죽을 정도래요. 저희들이 갔습니다. 정말 흙바닥에서 아기를 낳고 있더라고요."
HAPECO(아페코) 회원은 15명. 매달 걷는 천 달러 정도의 회비와 진료비 수입으로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
황무지 비탈길에서, 의지할 데 없는 삶을 살고 있는 히카마르카 주민들에게 아페코병원은 친구와 다름없다.
특히 의료보험에 들지 않아 비싼 진료비를 물어야 하는 달동네 주민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인터뷰:후안 아스테테, HAPACO 병원 의사]
"일반 병원에서는 진료를 보고 처방전만 던져주는 반면 우리는 사람들의 의식을 일깨워주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페루 잉카 문명의 한가운데에서 한국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젊은 부부.
병원까지 세워 현지인들의 아픔까지 돌보고, 또 모국어를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동포들.
그 열정의 뒤에 한인회가 있다.
[인터뷰:김윤탁, 페루 한인회 이사]
"이곳에서도 한국 국민들이 정말 행복하게 자기 생업을 하면서 잘 살 수 있다라는 그런 마음을 갖게 할 수 있도록..."
[인터뷰:임입분, 페루 동포]
"다들 수면 위로 나오셔서 다 참여하시면 더 좋은 한인회가 될 것 같아요."
황금의 제국 페루에 오늘도 우리 동포들은 행복 스토리를 써내려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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