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도어, 한국에서 뜻이 달라진다

마타도어, 한국에서 뜻이 달라진다

2023.04.17. 오전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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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자주 나오는 낱말 중에 '마타도어'라는 말이 있는데요.

특히 선거철이면 이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마타도어,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생겨난 말일까요?

마타도어는 사자성어는 아니고요.

스페인어에서 유래한 영어입니다.

주로 정치권에서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방을 중상모략하거나 그 내부를 교란시키기 위한 흑색선전을 말하는데요.

원래 뜻은 정치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의외로 투우 경기와 관련 있는데요.

스페인어로는 '마타도르'고요. 투우 경기에 나오는 여러 투우사 중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투우사를 뜻합니다.

검과 붉은 천을 들고 나와 잔뜩 흥분한 소를 상대하다가 마지막에 소의 정수리에 검을 꽂는 투우사가 바로 '마타도어'인거죠.

투우장에서 결정적 순간에 등장해 마지막을 장식하는 마타도어.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모략이나 흑색선전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됐는데요.

특별한 유래가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옛날 신문을 찾아봤는데요.

'마타도어'나 '마타도르'라는 명칭이 나온 건 1950년대부터고요.

1958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배치한 핵탄두 미사일의 이름이 마타도어였습니다.

이후 정치권발 '마타도어'가 신문에 나온 건 1963년부터인데요.

당시 선거 국면에서 "국제공작단이 마타도어 1호와 2호를 국내에 침투시켰다, 야당과 접촉한다"는 등의 여당 쪽 담화가 있었고요.

이어 야권의 강한 반발과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이후 나온 기사를 보면 마타도어에 대해 '외부세력개입을 뜻하는 추상명사'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는데요.

이런 논란을 겪으면서 마타도어가 국내에서 정치권 용어로 사용된 게 아닌가, 추정하게 되네요.

다시 말해 마타도어는 우리나라에서는 정치권의 흑색선전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지만 외국에서는 그 의미가 아니고요.

또 국립국어원에서는 ‘흑색선전’ 또는 ‘모략선전’으로 순화하고 있으니까요.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흑색선전 마타도어. 처음 국내신문에 단어가 나오고 6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정치권에서 자주 쓰이는 말인데요.

근거 없는 비방은 혼란을 부르죠. 여야 대립이 첨예할수록 흑색선전보다는 건강한 토론과 공방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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