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방값 폭등으로 거리 내몰린 대학생들

터키, 방값 폭등으로 거리 내몰린 대학생들

2021.10.09. 오후 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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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터키도 집값 폭등이 각종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집값 상승이 임대료 폭등으로 이어지면서 특히 대학가에는 두 배 이상 오른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학생들이 오갈 데 없는 상황이 돼 버렸는데요.

학생들은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거리에서 노숙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임병인 리포터입니다.

[기자]
밤늦은 시간, 대학생들이 공원에 모여 목소리를 높입니다.

"주거할 권리를 되찾자!"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대면 수업이 시작된 기쁨도 잠시, 학교 인근에 거처를 마련하려고 보니 방값이 두 배 가까이 폭등했기 때문입니다.

[우무트 바르쉬 / 에게대학교 학생 : 월세가 아주 비쌉니다. 한 달 전에 1,000리라(13만 원) 하던 월세가 1,700리라~1,800리라(24만 원)까지 오른 상황입니다.]

[스트카 아크수 / 도쿠즈 에일률대학교 대학원생 : 일부 학생들은 (대학에) 합격했는데도 불구하고 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국립기숙사 정원은 모두 다 찼고, 월세 비용은 훨씬 더 비쌉니다.]

시위는 이즈미르를 비롯해 이스탄불, 앙카라 등 주요 도심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코로나로 어려워진 임대업자들이 적자를 메꾸기 위해 방값을 올렸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우무트 바르쉬 / 에게대학교 학생 : 집주인들이 학생들을 학생으로 보지 않고 소비자로 보기 때문에 아주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게 만든 겁니다.]

오랜 경기 침체도 집값 폭등의 원인이 됐습니다.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자국 통화인 리라화가 급락했고 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19%까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건축자재 가격도 덩달아 올라가면서 집값과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1년간 이즈미르의 임대료는 31%, 수도 앙카라 32%, 이스탄불은 최대 51%까지 폭등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말 지진이 발생한 이즈미르의 경우, 피해가 큰 지역의 주택 상당수가 붕괴되면서 물량 자체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필리즈 카라 / 공인중개사 : 지진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이 도심 중심가 쪽으로 이주를 많이 했는데요. 당시에 이미 집값이 많이 오른 데다가 지금은 나온 집이 아예 없습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립기숙사는 학생들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의 승인을 받고 운영하는 사립기숙사도 있지만, 비용이 국립의 열 배에 달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세르필 케말바이 / 터키 제3야당 지역구 대변인 : (국립기숙사는) 터키 전국 대학생의 10%에게만 거주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 학생들에게도 일정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정부는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기숙사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합니다.]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임대사업자들의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고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 번 폭등한 집값과 임대료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터키 이즈미르에서 YTN WORLD 임병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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