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익숙하면 불안"...서영희가 고생을 자처하는 이유

[Y터뷰] "익숙하면 불안"...서영희가 고생을 자처하는 이유

2018.11.11. 오후 4:0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Y터뷰] "익숙하면 불안"...서영희가 고생을 자처하는 이유
AD
"몸이 익숙하면 편안하지 않고 불안해요. 행동이 많고 몸이 고돼야지 보람도 있고 살아 숨 쉬는 느낌입니다."

작품 속에서 '하드캐리'하는 역할을 주로 해낸 배우 서영희는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편안하면 불안하다니. 고생의 아이콘, 생고생 전문 배우라고 불릴 만큼 고되고 힘겨운 역할을 도맡아온 서영희다운 말이었다. 그는 여전히 "다른 형태의 힘듦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서영희가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여곡성'(감독 유영선, 제작 발자국공장)으로 돌아왔다. 영화 주연은 '마돈나' 이후 무려 4년 만이다. '마돈나' 출연 이후 엄마가 된 서영희는 그간의 시간에 대해 "제 삶에 충실했다"라고 말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충만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 그는 "다행히 '탐정' 시리즈로 바깥 활동을 시작해서 그렇게 논 거 같지는 않다"고 회상했다.

[Y터뷰] "익숙하면 불안"...서영희가 고생을 자처하는 이유

'여곡성'은 원인 모를 기이한 죽음이 이어지는 한 저택에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된 옥분(손나은)과 비밀을 간직한 신씨 부인(서영희)이 집안의 상상할 수 없는 서늘한 진실과 마주하는 미스터리 공포영화다. 1986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원작은 한국 공포영화의 원조 격으로 불릴 만큼 고전 공포물의 명작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고전 작품이라서 해보고 싶었어요. 원작을 봤는데 이야기가 무섭다기보다 그 영화를 만들었을 때 막무가내처럼 보이는 선배님들의 열정이 무섭게 느껴졌죠.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서영희는 '여곡성'이 "공포영화가 많아지는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클래식한 공포영화가 많이 없어지지 않았나. 극 중 옥분이 신씨 부인 집까지 올 때 산도 넘고 물도 건너는데, 그 풍경이 그리웠다"면서 "마치 제가 어렸을 때 봐왔던 한국 영화가 비치는 거 같아서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Y터뷰] "익숙하면 불안"...서영희가 고생을 자처하는 이유

극 중 서영희는 서늘한 표정 뒤 욕망을 감춰둔 여인 신씨 부인 역을 맡았다. 영화 '스승의 은혜'(2006) '궁녀'(2007) '추격자'(2008)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 등 공포 스릴러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해온 서영희는 섬뜩한 비밀을 간직한 인물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초반부가 욕망이었다면 후반부는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모습으로 공포를 유발한다.

"신씨 부인은 야망과 탐욕이 가득한 사람이에요. 그 부분이 정확하게 보이길 바랐죠. 첫 등장부터 보여줘야 했는데 제대로 표현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죠. 긴장을 많이 했던 장면이었어요. 최대한 고개를 높이, 빳빳이 들었습니다.(웃음)"

함께 호흡을 맞춘 그룹 에이핑크 멤버이자 배우인 손나은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했다.

"(손)나은이랑 같이 해서 좋았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예쁘다' '젊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요즘 제가 잘 모르는 친구들이 궁금했어요.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연기도 잘하는 친구를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나은이는 열정이 넘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반성도 했고요. 준비도 고민도 많더라고요. 아마 편견들 때문에 더 열심히 하지 않았나 싶어요."

[Y터뷰] "익숙하면 불안"...서영희가 고생을 자처하는 이유

서영희는 그간의 작품들을 통해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한 잔상을 남겨왔다. 수많은 필모그래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세 작품을 꼽아 달라고 하니까 "그건 다들 알 것 같다"고 웃었다.

"'질투는 나의 힘' '추격자'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에요. '질투는 나의 힘'은 첫 작품이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최선을 다했죠. '추격자'는 저라는 사람을 알려줬고,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으로는 배우로서 인정을 받았어요."

여전히 세다. '여곡성'에서도 그는 닭의 피를 먹고, 미스터리한 사건의 중심에 서 있다. 서영희는 자신에 대해 "연기할 때의 감정을 가슴에 담아두는 스타일은 아니다"고 했다.

"촬영을 끝내고 집 문을 열 때 마음가짐이 바뀌는 거 같아요. 그 감정을 집안까지 끌고 가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현실이 행복하면 되니까요. 전 잘 웃고 행복해요. 오히려 너무 잊어버려서 문제죠."

서영희의 행복에는 단연 세 살이 된 딸이 존재한다. 그는 본인에 대해 "부족함이 많은 엄마"라면서 "모르는 게 많아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없다"고 미소 지었다.

"너무 잘하려고 안 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잘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잖아요. 모르는 게 많으면 인정을 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그 자체로 지금 행복합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스마일이엔티]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