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자의 눈] 시공간을 여행하는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日기자의 눈] 시공간을 여행하는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2018.11.10. 오전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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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의 주인공은 두 남녀 윤영(박해일)과 송현(문소리), 그리고 군산이다. 영화는 두 남녀가 군산에 도착한 시점에서 시작하여, 군산에 도착했던 시점에서 끝난다. 관객들은 군산에 연애하러 온 듯한 두 사람이 자꾸 어긋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둘이 어떻게 만나서 군산에 오게 되었는지를 차차 알아가게 된다.



장률 감독은 영화 속의 시간 순서가 바뀐 것에 대해 “그것이 더 우리 삶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처음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의 현재 하고 있는 일이나 현재 생각을 알게 된다. 그 다음 몇 번 만나면서 그 사람이 왜 그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차차 알게 된다. 영화 '군산'도 마찬가지다.



장률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공간부터 생각한다고 한다. 이번에 군산을 선택한 이유는 “군산에 남아 있는 일본 건물 때문”이라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사람이 많이 살았던 군산에는 일본 건물이 많다. 원래는 군산과 마찬가지로 일본 건물이 많이 남아 있는 목포에서 찍으려고 했다가 무대가 될 만한 적당한 민박집을 찾지 못했다. 그는 “군산은 목포에 비해 부드러운 느낌”이라며 “남녀가 연애하러 갈 만한 곳이라고 할까, 부드러움과 사랑은 질감이 비슷하다”며 공간의 질감을 시나리오에 반영했다고 한다.




군산에서 윤영과 송현이 지내는 민박집은 일본풍가옥이다. 일본풍가옥을 보고 “예쁘다”고 하는 송현에게 윤영은 “윤동주 시인은 일본에서 죽었다”고 지적한다. 송현은 윤동주 시인의 팬이지만 “그것과 그건 다르다”며 어이없어 한다. 사소한 일인 것 같지만 둘이 엇갈리기 시작한 계기가 된다. 일본인인 나 또한 군산에 남아 있는 일본풍가옥을 볼 때 식민지배라는 역사를 생각하면 복잡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다. 감독은 그런 나에게 “건물은 문화잖아요. 한국사람들도 너무너무 좋아해요. 사람은 문화로 소통해야죠”라며 웃었다. 그리고 “우리 일상에서 사람과 사람 관계는 정치와 달라요. 일본 사람들이 한류를 좋아하듯이 한국사람들도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요”라고 덧붙여 말했다. 그렇게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중국 연변 출신 재중 동포2세인 감독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한국과 중국의 경계에서 작품을 만들어온 감독이기에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영화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윤동주 시인도 연변 출신이다. 송현의 할아버지도 만주에 살았는데 한국에 돌아왔다. 송현은 “그대로 거기에 있었으면 나도 조선족이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감독은 “나 또한 할아버지가 중국에 안 갔으면 한국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사람도 중국에서 태어난 조선족도 우연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 시인’이라고 불리는 윤동주 시인에 대한 존경의 시선과 한국 사회의 조선족에 대한 시선은 다르다. 영화에서는 그 모순적인 시선을 유머로 표현했다.



군산은 문소리에게도 특별한 장소다. 데뷔작 '박하사탕' 촬영지였기 때문이다. 윤순임(문소리)이 김영호(설경구)에게 카메라를 전하러 가는 식당이 군산에 있는 식당이었다. 그 당시를 떠올리며 “영화를 잘 모르니까 너무 무섭고 떨면서 지냈던 기억이 나는 장소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까 “굉장히 아기자기하고 소박하지만 재미난 곳이었다. 여러가지 아름다움들이 섞여 있는 느낌”으로 인상이 바뀌었다고 한다.




군산은 감독이 말하듯이 “부드러운 질감으로 남녀가 연애하러 갈 만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은 어쩌면 허진호 감독 '8월의 크리스마스'가 군산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촬영지인 ‘초원사진관’은 관광지가 되어 많은 여행객들이 찾아간다. 박해일과 문소리도 초원사진관을 찾아가서 '8월의 크리스마스' 주연 한석규가 즐겨먹었다는 뭇국도 먹었다고 한다. 박해일은 “군산은 영화의 느낌이 나는 곳”이라고 한다. 실제로 100편 넘은 영화가 군산에서 촬영되었다.



장률 감독의 다음 작품은 후쿠오카에서 찍은 '후쿠오카'다. 그러고 보니까 윤동주가 죽은 곳도 민박집 주인의 출신지도 후쿠오카다. 감독은 영화제 등으로 자주 방문하면서 후쿠오카라는 공간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후쿠오카에 가면 마음도 몸도 편해요. 다른 문화와 교류해온 만큼 사람들도 열려 있다.” 군산에 통하는 매력을 후쿠오카에서도 발견한 모양이다.



글=나리카와 아야객원기자(동국대 대학원생, 전 아사히신문 문화부 기자) aya@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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