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의 까;칠한] 1000만원치 밥 사먹는 도끼의 효심

[김예나의 까;칠한] 1000만원치 밥 사먹는 도끼의 효심

2018.11.27. 오전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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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예나의 까;칠한] 1000만원치 밥 사먹는 도끼의 효심_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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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부모를 감싸는 건 당연하겠지. 사기꾼으로 몰렸으니, 효심은 더욱 지극해졌을 테고. 밀린 게 있으면 갚고, 억울한 게 있으면 풀면 되거늘. 그런데 이건 잘못됐다. 그 엄마도 그 아들도.



래퍼 도끼(본명 이준경)가 화를 냈다. 자신의 어머니가 20여 년 전, IMF 외환위기 당시 돈을 갚지 않았던 사실이 폭로되자 흥분했다. SNS를 통해 어머니와 함께 사건 내용을 전했다. 어디까지 본인들 기준에서의 입장.



도끼 말은 이렇다. 엄마가 과거 5백만 원씩 두 차례에 걸쳐 총 1천 만 원을 빌렸다. 이건 사실이지만, 난 몰랐다. 그리고 엄마는 사기 친 적이 없다.



애매하다. 얼핏 인정한 것 같지만, 또 그렇다고 순순히 인정한 것도 아녔다.



반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른 정황은 꽤나 구체적이었다. 심지어 당시 피해자는 대구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냈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도끼 엄마는 변제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 내놓은 도끼의 해명은 기가 찼다. 빌린 돈이 10억, 20억, 100억이라면 검토하고 갚겠다. 그리고 사과도 한단다. 하지만 엄마가 급하게 빌린 돈은 1000만 원이라며 비웃었다. 심지어 X소리라고 피해자에게 욕했다.



아들 곁에 있던 도끼 엄마도 사과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가 동정으로 베풀 수는 있다”고 황당하게 대응했다. 친구에게 돈 빌리고, 갚지 않았으면서 오히려 법으로 해결하라니. 세상에,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구나.



도끼는 당당했다. 아니 뻔뻔했다. 1000만원은 자신의 한 달 밥값이란다. 그리고 잠적하지 않을 테니, 돈 받으러 오라고 했다. 그리고 마이크로닷과 자신의 관계 때문에 이런 일로 엮인 게 불쾌하단다.



도끼는 ‘한 달 밥값 1000만원’에 엮인 게 기분 상한 걸까. 누구는 20억대 사기설인데, ‘고작 1000만원’ ‘겨우 1000만원’이라니. 피해자가 이 순간을 기다렸다가 폭로한 것처럼 빈정거렸다. 빚에 대한 미투(ME TOO)였다고 해석할 순 없었나. 다른 사건의 피해자를 보고, 용기를 가졌을 또 다른 피해자였을 텐데.



최근 몇 년 간 돈 자랑을 스웩으로 뿜어내는 도끼. 자수성가의 아이콘이 된 도끼는 탄력을 받았다. 그래서 호텔에서 살아도, 수억 원의 차를 타고 다녀도, 밥값이 얼마가 나와도 그럴 수 있는 래퍼였다. 그래서 그의 성공을 시기하는 대신, 오히려 응원하고 축하해줬던 건데. 아무래도 도끼는 그걸 간과했던 모양.



도끼가 엄마의 과거 잘못을 두둔했다.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 도끼는 아들이니까. 그런데 되레 피해자를 몰아세웠다. 피해자가 형을 통해 도끼의 연락처를 수소문했다는 걸 알면서도, 왜 진작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냐고 윽박질렀다.



피해자에게 도끼는 연예인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일반인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그런 존재. 하물며 도끼 가족에게 외면당했는데, 재판 결과도 무시당했는데 피해자가 어떻게 더 할 수 있었을까.



아이는 엄마에게 많은 걸 배운다. 나쁜 짓하지 말라고, 남에게 피해주지 말라고, 잘못을 저질렀으면 사과부터 하라고, 혹시 돈을 빌렸다면 반드시 갚으라고. 그래서 가정교육은 중요한가보다.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는 사이, 또 다른 누군가는 가해자가 될 수 있으니.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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