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교육 후기
YTN 경력 취재 기자 | 신지원
최종수정: 2016년 11월 04일 금요일
네이버와 페이스북
네이버는 하루 이용자가 1천400만 명에 이르는 검색엔진입니다.
100여 개의 언론매체와 제휴를 통해 기사를 사들이고, 매일 3만 건의 기사가 네이버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됩니다. 하루에 쏟아지는 기사들 중에서 네이버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는 기사는 10%도 채 되지 않습니다.
네이버의 뉴스 에디터들은 이런 뉴스의 홍수 속에서 어떤 정보를 이용자에게 전달해야할지 선별합니다. 불과 십여 년 전만해도 기자들이 했던 일입니다.
거대한 플랫폼을 가진 네이버는 기자들을 대신해 게이트 키핑을 하거나 프레이밍을 할 수도 있습니다. 기사원문이나 제목을 바꿀 권한은 없지만, 웹사이트에서 어떤 기사를 어떤 크기로 어느 위치에 배치할 것인가는 엄청난 편집권입니다. 이런 가운데 2016년 3/4분기 매출은 1조 원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뉴스를 생산하는 기자들이 손가락을 빨고 있을 동안, 플랫폼을 빌려준 네이버는 소위 ‘대박’을 내고 있는 현실입니다.
모바일 시대에 언론매체들이 플랫폼의 ‘하도급 업체’가 되지는 않은지 돌아보면서 다소 우울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페이스북 또한 거대 플랫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달 동안 1천600만 명이 페이스북을 한 번이라도 이용합니다.
이용자 연령대는 주로 10대에서 30대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합니다.
타겟팅을 하기 좋은 플랫폼이다보니 유명인사들이 시청자들과 직접 스킨쉽을 하는 장으로 활용하도 합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유수 언론매체가 아닌 페이스북 디지털 퍼블리시 팀과 인터뷰를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언론의 힘을 빌릴 수 없는 시민들이 직접 현장고발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흑인 남자친구가 백인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았을 때 조수석에 있던 여자친구는 페이스북 중계를 통해 이 사실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페이스북 라이브는 이미 곳곳에서 언론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에디터가 직접 뉴스를 선별하는 네이버와 달리, 페이스북은 철저히 디지털 알고리즘에 따라 이용자의 선호도를 분석하고 그에 걸맞은 뉴스를 보여줍니다. 페이스북의 목표는 ‘이용자가 굳이 검색할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용자는 자신이 무엇을 보고 싶은지 스스로 생각하기 전에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이미 자신이 원하던 것을 보게 됩니다. 굉장히 스마트하고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한 편으로는 섬뜩하기도 합니다.
네이버와 페이스북의 차이점은 뉴스 선별의 방식입니다.
네이버는 기자들에게 ‘좋은 기사를 쓰면 우리가 메인에 올려주겠다’고 말합니다.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기사를 쓰면 알고리즘에 의해 저절로 이용자들에게 도달해있을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상당히 달라보이지만, 언론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 편집권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기존 방송뉴스에서 어떤 뉴스를 시청자들에게 먼저 보여줄지, 더 오래 보여줄지를 결정하는 건 기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기자들은 그저 ‘기사를 쓰는’ 컨텐츠 생산자의 역할에 그치게 됩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된’ 기사를 쓰는 것만이 기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건국대 황용석 교수의 강의와 피키캐스트 견학
‘제대로 된’ 기사를 써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은 건국대 황용석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확신으로 변했습니다.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 등에서 시도한 다양한 인터렉티브 기사들과 VR 기사들의 사례를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보스톤 마라톤 폭탄테러 사건, 911테러, 오클라호마 태풍 피해를 다룬 인터넷 기사들은 단순히 멋을 부리며 ‘우리가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자랑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본 적 없었던 방대하고 새로운 정보를 가장 효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지도 모릅니다. ‘기자는 기사를 잘 쓰면 된다’는 단순한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국수 면빨 뽑듯이 기사를 기계적으로 빨리 뽑아내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이 좀 들더라도, 품이 좀 들더라도 제대로 된 취재를 해서 ‘OOO 기자가 아니면 이런 기사 절대 못 쓴다’는 말을 들을 정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피키캐스트는 정반대를 보여주긴 했습니다. 내용의 깊이보다는 형식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플랫폼입니다. 피키캐스트의 설립이념 자체가 ‘20대가 모여서 와글와글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입니다. 간식처럼 앉은 자리에서 먹어치울 수 있는, 또 그렇게 해도 바로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가벼운 컨텐츠를 추구하는 게 피키캐스트입니다. 그게 뉴스 소비자들에게 먹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시대에서는 뉴스가 유연해져야 합니다.
가볍게 가려면 ‘약 빤 것처럼’ 가볍게 가고, 무겁게 가려면 경외감이 들 정도로 심도 있게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적당히’ 하다간 이도 저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튜브와 구글
플랫폼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시청자들까지 언론을 긴장하게 하고 있습니다.
직접 컨텐츠를 만드는 ‘프로슈머’의 등장으로 기자들의 특권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의 간편화로 이용자들은 이제 방송기자들보다 더 재밌고 감동적인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만큼 보는 눈도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 구글도 이용자들이 정보를 직접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언론을 통해 가공된 정보가 아닌 날 것 그대로의 자료들을 원하는 만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기자들은 ‘취재의 영역’까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더 노력하지 않으면 망신당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기자들이 취재를 허접하게 한 사실이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밝혀진 일들이 꽤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에게 이만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회사가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호사를 누릴 동안 보도국에서 온갖 총을 맞으며 고생하신 동료 선후배들께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2주 동안 저희들을 가장 가까이서 보살펴주시고 인솔해주신 인사팀, YTN 플러스 선배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바깥사람’이었던 경력기자들도 이런 소중한 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힘써주신 노조 선배들과 임원들께도 감사합니다. 이러한 투자가 헛되지 않았다는 점을 앞으로 직접 증명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