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교육 후기
YTN 신입 촬영 기자 | 심관흠
최종수정: 2016년 11월 04일 금요일
나무 한 그루가 숲 속에서 쓰러질 때, 그 소리를 들을 사람이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그 나무는 쓰러지는 소리를 낼까?
- 조지 버클리
아무도 TV를 보지 않는다. 하물며 뉴스는 누가 볼까. 아무도 보지 않는 뉴스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앞의 말들은 다소 과장이 섞여 있지만 모든 언론사들이 두려워할 만한 의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품이 들어가야하는 방송 뉴스를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수백명의 노력은 무슨 의미가 있는 가. 아직 TV에서 가장 큰 잣대가 시청률이지만 이젠 아무도 시청률을 믿지 않는다. 이미 대중들의 주요 매체는 스마트폰으로 넘어갔다. 분명 언론사의 미래도 모바일과 온라인에 있다. 그러나 가장 보수적인 미디어인 뉴스를 어떻게 TV에서 온라인으로 넘길 것 인가.
그렇게 해서 YTN에서 시작된 실험이 바로 이 ‘뉴 미디어 교육’이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 두 가지가 놀라웠다. 하나는 뉴 미디어 교육이 YTN 창사 이래 처음이라는 점, 다른 하나는 어느 언론사도 시도한 적 없는 파격적인 교육이라는 것이었다. 시간표를 받고나서 ‘와 페이스북을 직접 가보다니’라고 마냥 좋아하기만 했는데 교육의 목적을 들으니 결코 가볍게 들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YTN의 현재
YTN의 TV 시청률은 1% 안팎. 케이블 채널로서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지상파와 종편사에 비해 낮은 수치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SNS 상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나도 교육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특히 페이스북에서 YTN의 약진은 대단할 정도다. 다른 방송사보다 늦게 페이스북에 뛰어든 YTN은 팔로워 수를 제외한 다수의 지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문방송학 교수들이 YTN에 찾아와 이유를 물을 정도라고 하니 온라인에서의 YTN은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물론 아직 SNS에서의 뉴스가 초창기 단계이긴 하지만 페이스북의 경우 ‘인스턴트 아티클’과 같은 뉴스를 위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YTN의 미래는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희망적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적을 어떻게 이끌고, 나아가 성공적으로 온라인으로 매체 변화를 할 수 있을 것 인가. 뉴 미디어 교육의 최대 화두였다.
큐레이션 VS 알고리즘
처음으로 방문한 회사는 네이버. 국내 최대의 포털 사이트이자 모바일 뉴스의 소비가 가장 활발한 곳이다. ‘그린팩토리’라고 불리는 녹색 건물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 매번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멀찍이 보이던 네이버 건물을 보며 그 안이 정말 궁금했었다. 드디어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다니 일단 흥분됐다. 사내 투어를 하며 직원 복지를 위한 시설들과 디테일한 곳까지 신경 쓴 디자인들이 인상 깊었다. 짧은 투어가 끝나자 가장 궁금했던 뉴스 큐레이션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네이버는 PC와 모바일에서 뉴스를 보여주는 방식이 다르다. PC에서는 뉴스 스탠드라고 하여 뉴스 가판대를 본 따 만든 인터페이스에 랜덤하게 언론사의 뉴스를 보여준다. 유저가 직접 자신이 원하는 뉴스만 가판대에 넣을 수 있게끔 했다. 가판대에 들어있는 뉴스는 전적으로 각자 언론사가 배치와 구성을 할 수 있다. 꽤 객관적인 시스템이다.
모바일은 예전 네이버 뉴스 캐스트의 방식을 계승하고 있다. 여러 언론사의 뉴스를 담당자들이 취합하여 유저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뉴스를 선택해서 구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네이버의 입김이 100% 작용할 수 밖에 없다.
PC와 모바일 두 체제를 달리한 것은 그 전의 뉴스 캐스트 방식이 많은 논란이 있어 그런 것으로 보인다. 큐레이션 방식이 네이버의 주관이 강하게 개입되니 여러 언론사가 강력하게 항의를 했기에 PC판은 뉴스 스탠드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듯 하다. 그러나 정작 가장 이용률이 높은 모바일에서는 여전히 큐레이션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보아 네이버는 ‘뉴스 플랫폼의 최강자’라는 타이틀을 결코 놓치지 않으려는 모양새로 보였다. 이미 최강자의 자리를 따냈다는 안도감일까 향후 이렇다할 발전사항은 없어 보였다. 실제로 교육을 받으면서 느꼈지만 언론사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비싼 땅’을 내줬는데 언론사들이 활용을 잘 못한다며 분발을 촉구한다는 발언을 들었을 때는 네이버에게 뉴스는 그리 큰 존재가 아님을 느꼈다. 그리고 향후 큐레이션의 방식을 바꿀 것 같지도 않았다.
반면 정반대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곳이 바로 페이스북 이었다.
시장을 차지하는 규모에 비해 회사는 작았지만 여느 IT기업처럼 자유분방함이 특징이었다. 회사 곳곳에 한국적인 요소가 가득해서 오히려 이국적인 느낌이 들었다. 페이스북의 뉴스 시스템은 전의 네이버와는 매우 다른 ‘알고리즘’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뉴스를 노출시키는 알고리즘을 만든 후 관여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이는 페이스북의 전반적인 시스템과 흡사한데 ‘툴은 만들어 줄 테니 알아서 놀아라’라는 느낌이었다.
요즘 페이스북이 주력하고 있는 라이브 시스템이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라이브 시스템을 위해 독자적인 ‘페이스북 라이브 카메라’라는 디바이스를 만들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촬영과 편집, 송출을 동시에 가능하게 만든 이 디바이스는 속보와 생방송이 주력인 YTN에게 큰 무기가 될 확률이 높아 보였다. 기자 각자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운영을 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고 있는데 YTN도 페이스북 라이브를 활용하여 기자 각자의 페이지를 운영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인스턴트 아티클’에 대한 내용도 들을 수 있었는데 이미 상용화한 서비스지만 나는 교육을 통해 처음 접했다. 기존의 아웃링크 방식을 벗어나 계속 페이스북에 머물게 하는 시스템이었다. 광고들이 흉할 정도로 덕지덕지 붙어있어 보기 힘들었던 뉴스들의 페이지가 아닌 깔끔하게 정돈된 레이아웃에 감탄했다. 무엇보다 0.1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대 사용자들에게 빠르게 변환되는 페이지는 큰 장점이었다.
프로컨슈머의 놀이터, 피키캐스트와 유튜브
생산이란 뜻의 ‘product’와 소비자라는 뜻의 ‘consumer’가 합쳐진 ‘프로컨슈머’는 이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생산, 유통, 소비를 동시에 하는 프로컨슈머들을 적극 활용하는 두 회사가 바로 피키캐스트와 유튜브다.
피키캐스트는 어느 회사보다 자유로운 느낌이 강했다.
여러 교육 중 가장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고 보여주는 예시들이 웃겨 교육장소는 웃음으로 가득했다. 피키캐스트는 가볍고 유쾌하고 쉬운 컨텐츠를 지향했다. 다소 어려울만한 시사적인 내용도 중학생의 눈높이에서 콘텐츠를 만든다고 했다. 쉬운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밌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삼성과 엘리엇의 싸움을 게임 삼국지를 패러디해 만든 콘텐츠가 피키캐스트의 지향점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앞으로 출시될 새로운 뉴스 시스템 ‘DISCOVER’도 굉장히 흥미로워 보였다. 제휴를 맺은 10개의 언론사의 좋은 뉴스만을 엄선해 랜덤하게 보여주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랜덤하게 보여주는 이유는 피키는 ‘착한 언론’을 지향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감명 깊었다. (앞의 모 회사가 떠올랐다.)
유튜브는 영상 소비에 있어서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다.
월 2700만명의 사람들이 112억 분 동안 유튜브에 머무른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TV보다 유튜브가 더욱 친숙할 것이다. 그렇기에 방송 뉴스는 유튜브를 적극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유일하게 그나마 조회수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이 유튜브 이다. 모바일에서도 매우 많이 사용되는 앱인 만큼 YTN의 미래 시청률을 크게 담당할 곳이 유튜브일 거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뉴스는 상대적으로 VOD 서비스가 약하다는 점과 아직 라이브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유튜브의 태도가 풀어야할 과제로 보였다.
새로운 뉴스의 시대? 바뀌지 않는 결론!
그렇다면 YTN이 새로운 매체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네이버의 큐레이션 시스템에 적응?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에 최적화? 아니면 피키캐스트나 유튜브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할만한 자극적이고 유희적인 영상?
교육을 들으며 여러 플랫폼들의 목표에는 공통된 것이 있었다. 사용자들에게 좋은 컨텐츠를 보여주자. 그렇다면 이 플랫폼들이 어떻게 우리의 뉴스를 최대한 노출시켜줄까?
결론은 하나다. 좋은 뉴스를 만드는 것.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답은 간단했다. 물론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형식을 받아들여야 하고 공정성과 즐거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뉴스를 만드는 것은 YTN이 가장 잘하는 것이지 않은가?
나는 이번 뉴미디어 교육이 ‘YTN이 우리에게 심어준 씨앗’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이 끝나면 수습기자의 생활이 시작되고 기자가 되기 위한 혹독한 훈련이 시작될 것이다. 신입이기에 무언가 추진할 힘이 적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에 우리가 어느정도 연차를 쌓은 기자가 되었을 때, 이번에 심은 씨앗은 새싹이 되고 나무가 되어 어떠한 형태로든 열매를 맺게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 사진 : YTN PLUS 서정호 팀장 hoseo@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