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파도 속의 뉴욕타임스 기자
최상훈 뉴욕타임스(NYT) 서울지국장
•일시장소: 2017년 9월 14일 저녁 7시 30분~9시 30분, 프레스센터 19층
•주최기관: 한국기자협회 & 삼성언론재단 주관 초청 세미나
•기록 및 편집: 김성현 기자, 서정호 팀장
최종수정: 2017년 09월 19일(화)
AP통신사에서 11년 간 근무하다 보니 다른 곳에 대한 열망이 생겨 NYT에 지원했습니다. AP통신 이전에는 91년에 코리아헤럴드에서 3년간 기자생활 했습니다. 현재 서울에 있는 외신기자는 약 100~200명 사이로 추산됩니다. 이는 신문기자, 방송기자, 리서치, 프리랜서, 사진기자, 일정을 잡아주는 픽스라는 직무를 모두 포함한 숫자입니다.
NYT에서 특파원을 뽑는 전통적인 절차는 사회부, 정치부(백악관, 국무성 등) 근무하던 기자가 국제국으로 옮기며 직접 신청하고, 이후 내부 검토를 거쳐 특파원 선발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외 현지에 있는 특파원을 직접 채용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사는 이러한 형식이 트렌드이지만, NYT는 비교적 늦게 이러한 방식을 도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NYT는 다른 신문과 달리 국제국의 영향력이 굉장히 강합니다. 신문도 여러 섹션 중, 국제 뉴스가 가장 먼저 시작됩니다. 회사 내에서 파워가 큰 곳은 워싱턴지국(백악관 출입)과 국제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그룹이 가장 힘이 강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국제국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됐지만 아직까지 균형 변화에 있어 별 다른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NYT에서 특파원은 독립 왕국 같습니다. 견제도 없고, 특별히 발제도 없고, 경우에 따라 성실한 생활이 안 될 수 있습니다. 기자의 독립성이 너무나 보장되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실제로 몇 달간 기사를 하나도 내지 않고 심층 취재를 하는 경우도 있고요.
1. 디지털의 의존도가 한국보다 높다
통신사에서 신문사로 옮긴 이유 중 큰 것이 마감 있는 삶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기자 생활을 했던 초기에만 해도 디지털 얘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로 변하며 삶도 완전 바뀌었죠. NYT는 웹이 주요 상품, 신문은 부가 상품일 뿐. 디지털을 강조하기 위한 구호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NYT는 정말 웹사이트 중심. 기자들이 종이 신문을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내 기사가 어떻게 실렸는지 별 관심이 없습니다. 3~4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일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즉 ‘종이 신문에 신경 쓸 시간도, 이유도 없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입니다.
디지털 강세 원인으로는 미국의 지리적 환경에 따른 영향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슬리퍼 신고 나가 신문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미국은 배달 망을 전국 구석에 깔아 놓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때문에 디지털이 더욱 중요해짐. 체감 상 한국보다 디지털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은 편입니다.
NYT의 전략은 어떻게든 웹사이트 유입을 늘려서, 수익을 창출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1~2년 사이 사람을 많이 와도 이것이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결국 돈을 받고 팔아야 한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입니다. 파이낸셜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에 비하면 NYT는 유료화를 느리게 시작한 편입니다. 특히나 전문지가 아닌 대중지였기에 고민이 컸지만, 유료화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NYT의 웹사이트만 가도 굉장히 볼 것이 많은 것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요리, 유명 작가 참여 블로그, 영상, 사진 등 신문은 지극히 부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NYT는 기존의 종이신문 독자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그들이 죽기 전까지 NYT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웹사이트 독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주요한 전략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수많은 실험과 제품을 개발하는데 사실 이것은 회사 경영진의 역할이지 제 역할은 아니긴 합니다. 따라서 기자로서 크게 변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꼽자면 가장 크게 변한 것은 데드라인이 없어진 것입니다. 빨리 마감하길 원하니, 휴대폰으로 기사를 송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이가 있다 보니 내가 이걸 어떻게 하고 있나 라는 생각도 합니다. 좋아하는 등산을 포기하고 북한 관련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옛날 같으면 ‘신문 마감이 코앞이니 얼른 마감해 달라.’ 였으나 최근에는 ‘너 시간에 맞춰서 알아서 해 달라.’는 식이죠. 내부 구성원들이 종이신문에 대한 애착이 예전과 확연히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2. 디지털로 인한 기존 방식과의 결별
NYT의 장점 중 하나는 공채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소규모 언론사에서 경력을 쌓고 인정을 받아 큰 신문에 갔다가 NYT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약력을 보면 절대 대다수가 모두 다른 곳에서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모두 프라이드가 강하고, 고집이 세고, 캐릭터가 분명하고, 경쟁이 매우 심합니다. 큰 뉴스가 있으면 무조건 기사가 실리지만, 작은 지면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률이 8:1. 다른 기자를 제쳐야 내 기사가 채택됩니다. 따라서 과거에는 지면에 실린 횟수와 기사 개수로 인사 고과 평가를 했기에 무한경쟁 체제였습니다. 그리고 정말 큰 뉴스라고 판단되면 ‘WE OWN THE STORY.’라 외치며 스토리를 장악한다는 마인드로 취재에 엄청난 인력이 투입되어 모두가 기사에 몰두했었습니다. 또한 굉장히 많은 비대한 조직이라 입을 대는 사람도 많아서 실수가 발생하는 일이 적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이 되면서’ 이 모든 과정이 사라졌습니다.
NYT의 현재 고민은 ‘과거의 퀄리티를 유지하며 어떻게 디지털에 기사를 빠르게 올릴까?’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스트롱 에디터 제도입니다. 기사를 보면서 추가취재 요구와 아젠다 방향 전환 요구, 헤드라인 작성까지 할 수 있는 팔방미인 에디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스트롱 에디터’만 살아남습니다. 스트롱 에디터가 되지 못해 해고당한 많은 에디터들이 데모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NYT는 이런 식으로 퀄리티는 유지하며 시간을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빠르게 하려면 시스템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NYT의 판단입니다. 스트롱 에디터 체제에서 오보와 정정보도 횟수가 수치적으로 많아지면 실패했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별 차이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NYT의 기본적인 지침은 스트롱 에디터가 발견하기 전에 애초에 기자가 실수를 줄여야 하고, 기자는 가능한 완벽한 기사를 써서 송고하라는 것입니다. 가령 연도 같은 사소한 정보들은 더욱 틀리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직이 개편하며 기사 작성 프로그램도 변화했습니다. 예전에는 워드나 첨부파일로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쿱(Scoop: NYT CMS)’이라는 기사 작성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팀과 에디터팀이 함께 기자가 직접 기사를 만들도록 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의 경우 유입 경로의 40% 정도가 페이스북이라는 통계가 있는데, 이 때문에 페이스북 업로드용 문구부터 헤드라인 작성, 트위터용 기사 문구, 연관 기사 등 모두 기자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특히 최근에는 체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연구가 진행되며 연관기사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추세입니다. ‘이 기사는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는데, 저 기사는 왜 들어왔다가 다른 기사도 보고 나가지? 이 기사와 저 기사는 뭐가 달라 이런 차이가 발생하지?’ 라는 의문을 가지고 연관기사 배치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3. 기자 파워보다 에디터 파워가 세다
한편 스쿱을 교육하는데 나이가 많은 기자들이 많아 반발이 심하기도 합니다. 특히 NYT에는 나이가 많고 독립성이 매우 강한 성격의 기자가 많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기자들과 선후배 관계가 아니고 다른 그룹으로 분류되고 있는 ‘에디터’들이 회사에서 굉장한 힘을 행사하고 있는데요, 때문에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뉴스에디터로 파워가 옮겨지는 것은 디지털로 인한 것입니다. 신문 시절에는 몇 명이 기사를 읽었는지, 반응이 어떤 지 알 수가 없었죠. 그러나 디지털화되면서 몇 명이 봤는지, 체류시간은 얼마인지 모두 데이터 형식으로 파악됩니다. 따라서 뉴스에디터들은 분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사를 분석하기 때문에 에디터의 힘과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고, 기자도 종속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에디터들이 데이터를 보여주며 기자에게 압박을 가하지는 않습니다. 에디터들이 보여주는 데이터를 참고하면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 보입니다. 스마일 곡선(U자형 곡선)의 형태를 보이는데 독자들은 짧게 재미있는 기사와 기사의 물리적인 길이도 길고 취재에 오랜 시간을 들인 기획기사를 굉장히 많이 읽습니다. 1,200 ~ 1,800자로 약간 분석적이면서 스피디한 기사들입니다. NYT가 종례 전통적으로 쓰는 기사는 독자의 리딩 수치가 바닥입니다. 아무도 기사를 보지 않습니다. 때문에 회사에서는 평소 하던 일도 놓치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보는 짧고 재미있는 기사도 많이 쓰라고 요구합니다. 예전 같으면 감히 에디터들이 기자에게 요구할 수 없는 사항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데, 기자들은 에디터들의 수치와 통계에 의존해 따라 기지 않을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4. 최근의 트렌드는 사내 취재와 팟캐스트 그리고 1인칭 시점의 기사작성
NYT는 아직 아니지만, CNN의 경우 특종이나 중요한 기사의 경우 다른 매체에서 따라가도록 기사를 위한 보도 자료를 보내기도 합니다. NYT에서는 기자들로 하여금 AoD(Audio on-Demand) 기반인 팟캐스트도 많이 하길 요청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내에서 취재를 당하기도 합니다. 가령 호주지국장이 연락 와서 “호주에서 북한 관심이 많으니, 내가 너를 인터뷰하겠다.”라고 말합니다. 같은 회사 기자가 서로 취재하고 인터뷰를 하는 것은 예전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기사 형식이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1인칭 기사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습니다. 분석 기사보다 1인칭 기사가 잘되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는 북한이 수소폭탄, ICBM 쏘아 올리는데 한국 왜 난리 나지 않았는지, 북한 핵실험 하는데 평상시의 모습은 어떤지에 대해 1인칭 기사를 써보라고 요구하는 식이죠. 전통적인 뉴스 가치에서 벗어난, 뉴스가 아닌 ‘소회’ 같은 글인데 그런 기사가 실제로도 독자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수치를 보면 굉장합니다. 그러니 쓸 수밖에 없는데, 이처럼 회사에서 요구사항이 많아지니 자연스레 일이 훨씬 많아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놀라운 점은 기자보다 에디터가 일을 더 열심히 한다는 것입니다. 후배가 볼 때는 부장이 널널해 보이는 것처럼 기자가 볼 때 에디터도 널널해 보이겠죠. 그러나 실제로는 데이터 분석하고 기자에게 요구할 사항을 정리하고, 디지털로 어떻게 재가공할지 고민이 깊어서 굉장히 바쁩니다.
이제는 디지털 세계에서 아이디어가 풍부한 사람이 스카우트를 당합니다. 이 기사는 글은 소용없고 디지털 형식이 적합하다든가, 이 기사는 팟캐스트 용으로 만들어야 한다, 혹은 사진 중심의 에세이 형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주목 받는 것입니다.
5. 기자들의 SNS 행동수칙도 가이드로 존재해
기자들의 행동 수칙도 변하고 있습니다. 종이 신문이 아니고, 디지털 시대에 기자 생활을 하기 때문에, 페이스북나 트위터 등의 SNS에 글을 어떻게 쓸 지 행동강령 가이드가 만들어졌습니다.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아직 파일은 잠금 상태입니다.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욕을 한 LA타임즈 기자의 프리랜서 계약을 끊어버리는 사례도 있었는데 NYT도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트위터이지만 기자는 다르죠. 기자가 공격받으면 언론사도 입장이 난처해지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당신은 개인이 아니다. 당신이 페이스북하거나 트위터를 할 때, NYT 기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질문과 답변
Q. NYT 서울지국에서 탐사보도나 롱폼 형식의 기사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집니까? 현실적으로 가능합니까?
A.
저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입니다. 언론사는 두 가지 얼굴이 있는 단체입니다. 공익을 추구하는 뉴스를 써야 하고 동시에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입니다. 경우에 따라 두 가치관은 상반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옛날보다 일이 훨씬 많고, 업무 강도도 높아졌습니다. AP통신때보다도 일을 훨씬 많이 하고 기사도 수배 더 많이 씁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어쩌면 이것을 이용한다는 느낌도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성택이 개 먹이로 됐다는 걸 기사로 쓰라고 했던 일 입니다. 나는 팩트 확인이 안 되니 쓸 수 없다고 미뤘고, 결국 오보로 판단이 됐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그 오보의 과정을 기사로 쓰자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옛날 NYT같으면 감히 기자에게 부탁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요즘은 기자가 거부를 할 수가 없습니다.
롱폼이나 탐사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에서는 그렇게 하길 원하고, 탐사보도팀도 운영하고 있지만, 잘 안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예전보다 깊이가 있기 보다는 종합적이고 훝어 보는 형식이 강한 듯합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아직도 1년에 기사 한두 개 쓰는 기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롱 폼 기사여도 파고 들어서 새로운 무언가 발굴하기 보다는 스토리텔링 쪽으로 가독성 있는 설명형식의 기사가 많아진 느낌입니다.
Q. 스쿠프를 이용해서 어떻게 역할 관계가 분리되어 있나요?
A.
본사를 못 간지 2년 반 정도 됐지만, 이미 1면 회의는 없어졌습니다. 1면은 신문의 얼굴인데 1면 회의는 역사적인 회의였습니다. 그러니까 그 회의 자체가 없어진 것입니다. 그만큼 회사에서 종이 신문에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종이 신문을 보는 사람은 노인이나 여러 이유로 온라인 안보는 사람들이라고 판단합니다. NYT는 최근 회사 구조 인테리어를 몇 달 동안 바꾸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옛날 인테리어 구조가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입니다. 편집국장이나 부국장 정도야 방이 있고 모두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금은 모르지만 마지막 미국에 갔을 때, 12시가 되니까 사람들이 일어서서 회의실 중간에 모였습니다. 편집국 한 가운데에 모여 회의를 하는데 이는 ‘웹사이트 1면회의’입니다. 종이 신문 1면 회의가 없어진 반면에 웹사이트 1면 회의가 생긴 것입니다. 신문사 편집국에서 모두 자리를 비우고 한복판에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데 각 부서에서 와서 어필을 합니다. 매우 상징적인 순간입니다.
스쿱은 아직도 배우고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입력 시스템에서 바로 디자인으로 넘어와서 편집까지 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바로 웹사이트로 송고도 가능합니다. 구글 DOC에서 공동 작업처럼 기사 입력, 수정 등 모두 가능합니다. 이렇게 기자들도 공동 취재가 가능한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사가 웹에 올라가면 웹에 올라갔다는 알람과 함께 ‘기사 올라갔으니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많이 홍보하라’는 내용이 개인 메일로 옵니다. 회사에서도 모든 기자들의 트위터 활용을 독려합니다.
Q.
독자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니, 사진과 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보려고 하는데 NYT에는 이런 롤을 맡은 기자들이 있습니까?
A.
한때는 기자에게 사진도 찍고 영상도 하라고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포기한 듯합니다. 발제를 하면 그게 부장이나 에디터한테만 가는 게 아니라 전부 다 확산됩니다. 여기서 비디오 팀이나 사진 팀이 알아서 달라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령 비디오 콘텐츠가 제작되면 꼭 기사라는 텍스트와 함께 나가는 것도 아닌 식입니다. 반대로 기사 나간 지 일주일 뒤에 비디오가 붙어서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 데스크에서 사진 스무 장을 모아 기사와 별개로 사진 에세이라는 콘텐츠를 따로 제작하기도 합니다.
NYT ‘혁신 담당자’가 기자들은 모아 놓고 젊은 학생이 나오는 동영상을 보여준 일이 있었습니다. 영상 속 젊은이는 ‘뉴스요? 그게 중요하면 저에게 오겠죠. 페이스북에 뜨거나 친구가 보내주겠죠.’라고 말했는데 혁신 담당자는 기자들에게 “딱 한 마디만 하겠다. 이 영상을 명심하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회사에서는 굉장히 많은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는데, “최상훈 기자, 일주일 동안 봤던 제일 재밌게 본 콘텐츠를 무엇이든 간에 아무거나 보내 봐. 타사 기사도 좋아”라고 요청합니다. 기자가 회사에 정리해서 보내면 회사는 독자들에게 이걸 또 보냅니다.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해서 뉴스를 배달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링 하는 기사는 변치 않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Q.한국인으로서 보기에 NYT는 독자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고 봅니까? NYT의 일원으로 보기에 한국 언론은 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A.
NYT에 다니며 단 한 번도 광고 이야기나 ‘이런 기사 써주자’는 얘기를 들은 적도 없고, 누가 나한테 얘기한 적도 없습니다. 미국 신문이 다 그런지 모르겠고, 국제부라는 특수성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NYT는 다른 신문에 비해 더 저널리즘에 충실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이런 기사 쓰려고 돈을 이렇게 썼냐?’ 싶을 정도로 취재에 돈을 많이 씁니다.
한국에 있는 외신 기자의 기사 퀄리티는 국내 언론의 퀄리티에 따라 상당히 좌우됩니다. 현실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디어를 얻고, 팩트를 확인하고. 열독자로서 느끼는 감상을 말하자면 한국 언론이 신뢰를 잃어가는 이유는 어떤 일이 생기면 창피할 정도로 떼로 몰려든다는 것입니다. 한국 언론은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신뢰가 없느냐? 현학적인 대답일 수 있지만, 어느 언론사에 가나 사건의 그림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게 안 되기 때문입니다. 최순실 사건이나 천안함 사건, 세월호 사건이 벌어지면 시민으로서는 불안합니다. 정답과 진실이 뭔지, 사건의 그림이 뭔지, 그걸 파악하고 판단하고 이야기하고 바꿔보려고 해야 ‘민주주의 사회’가 됩니다. 우리가 걱정하고 분노하게 만드는 사건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매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Q.
NYT가 스노우폴을 내놓으며 인터랙티브의 전형을 보여준 것 같은데, 그 후 데이터저널리즘이나 인터랙티브를 잘 못 본 듯합니다. 한국에서도 시도는 하긴 하는데 인풋대비 아웃풋이 안 나와서 힘들어합니다. NYT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A.
하기는 하는데 예전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왜 안 하는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인터랙티브 기사가 보기 쉽지 않습니다. User Friendly 한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예 동영상 only 이던지, 혹은 움직이지 않는 그래픽이나 사진을 넣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Q.
한국에서도 NYT혁신을 벤치마킹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1) 업무강도의 문제와 2) 잦은 조직개편의 혼란으로 조직 내 구성원들이 안 따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은 내부 반발과 관성이 심한 편인데 NYT는 어떻습니까? 또한 결국 혁신은 기술과, 자본력이 필요한데. 큰 기업만 혁신에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A.
굉장히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입니다. NYT에 근무하기 때문에 모두 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확실한 것은 디지털로 쉬프트하면서 기자들이 안 따라간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저도 그랬습니다. NYT는 정치부, 사회부, 경제부, 문화부의 데스크들이 자체적으로 디지털을 쓰도록 바꿔버렸습니다. 민주당 출입 기자에게 디지털부서 선배가 기사를 써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부서의 차장과 부장이 직접 오더를 내리는 것입니다. 실제 기사를 디지털에 올리는 것도 정치부에서 직접 합니다. 그렇게 하니까 금방 바뀌었고 완전히 변했습니다.
정리하면, NYT는 신문이 아닙니다. 과장도 아니고 구호도 아닙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기자들이 안 따라간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기자들이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 스쿱에서 기사를 쓸 때 숫자가 틀려서 이 메일로 ‘고쳐달라’고 부탁하니, 뉴스에디터가 ‘스쿱에 가서 네가 직접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미안한데 할 줄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니 에디터가 “그래도 넌 상위 20%야.”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아직까지도 상당히 많은 기자들이 못 따라가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때문에 기자들 교육을 끊임없이 시키고 있습니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최근 NYT에서 스카우트한 기자들을 보면 조그마한 웹사이트에서 일하며 발군의 실력을 보인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사이즈와 무관하게 업무를 잘하면 스카우트되는 세상이 온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