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극장가, 판타지 열풍 [최광희, 영화 저널리스트]

[앵커멘트]

본격적인 초겨울 추위가 시작됐는데요, 극장가도 계절의 변화만큼 상영작들의 색깔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특히 판타지 영화들이 적지가 않다고 합니다.

어떤 영화들이 있는지 최광희 영화 저널리스트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그동안 판타지 영화 하면 주로 미국 쪽 영화들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우리나라 영화 가운데 판타지 영화가 개봉했죠, '늑대 소년'이라는 작품, 흥행 성적도 괜찮은 것 같던데요.

[답변]


바로 2주 전에 개봉했죠.

전형적인 수능 특수를 톡톡히 타면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송중기 씨, 그리고 박보영 씨가 주연한 영화인데요, 지난 주말까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거머쥐고, 현재 400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질문]

'늑대 소년', 어떤 점이 이렇게 관객들을 많이 불러 모으고 있을까요.

[답변]

이 영화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시골 마을의 한적한 별장에 이사온 여주인공 순이네 집 근처에서 우연히 늑대의 야수성을 지닌 한 소년이 발견됩니다.

순이는 이 소년에게 인간으로서의 일상들을 가르치면서 서로 교감을 갖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둘 사이의 묘한 로맨스가 싹트게 되고, 늑대 소년을 없애려는 사람들과 맞서게 된다, 이런 기둥 줄거리는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늑대 소년'은 판타지의 틀을 빌어와서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의 감성을 펼쳐 놓고 있는데요, 특히 송중기 씨가 연기한 늑대 소년이라는 캐릭터가 여성들의 로망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늑대의 야수성으로 여주인공을 보호하고, 소년의 여리고 풋풋한 모습으로 모성애를 자극하는, 그런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바로 이 점이 이 영화에 특히 많은 여성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 '늑대 소년'은 평균적인 한국영화 제작비보다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어졌는데요.

별장이라는 공간과 들판이라는 공간, 영화의 상황이 거의 이 두 공간에서 펼쳐지는만큼 제작비가 크게 들지 않은 흔적이 역력하죠, 그런만큼 저예산 상업영화의 또 한번의 성공 사례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질문]

지난주에는 또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 한편이 개봉했죠.

'업사이드 다운'이라는 영화, 설정이 참 독특하던데요.

[답변]

영화 '업사이드 다운'은 제목 그대로 두 개의 중력이 존재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력이 서로 반대로 작용하는 하부 세계와 상부 세계, 이 두 세계의 남녀가 서로 사랑을 하게 되고, 그들이 사랑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아담,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 에덴입니다.

그런만큼 마치 로미로와 줄리엣의 이야기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사연이 애틋하면서도 판타지 특유의 박진감 있는 액션 속에 담겨져 있는데요.

문제는 영화의 설정 자체가 지나치게 작위적이어서 많은 관객들을 설득력 있게 끌어 당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판타지라고는 해도 현실적 개연성이 떨어지게 되면 관객들의 감정 이입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첫 주말 개봉 성적도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박스오피스 5위에 머물렀습니다.

[질문]

이밖에 전세계적인 열풍을 불러 모았던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속편,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이번주에 개봉하죠.

[답변]

'브레이킹 던 Part2'라는 제목으로 바로 오늘 개봉했는데요,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 관객들에게 꽤나 기대를 끌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편에서 인간 소녀 벨라가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결혼을 하죠, 그리고 임신을 하게 되면서 목숨을 잃을 위기까지 놓이게 되는데요, 어쨌든 이 과정에서 인간 소녀 벨라는 뱀파이어로 거듭나게 되고, 뱀파이어로 살아 가기 위한 것들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이번 속편에서는 벨라와 에드워드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소녀 르네즈미가 중요한 극의 모티브로 작용을 합니다.

르네즈미를 뱀파이어에게 위험한 '불멸의 아이'라고 판단한 '볼투리'가는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 군대를 모으기 시작하고요, 에드워드는 자신의 딸 르네즈미를 지키기 위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뱀파이어들을 불러 모아 볼투리가와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브레이킹 던 Part 2'는 전세계적인 열풍을 불러 모았던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대단원의 막을 장식하는 속편이기 때문에, 가장 화려하고 스케일 큰 볼거리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메이저 배급사가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가 아닌, 신인급 배우들을 캐스팅해 인간과 뱀파이어, 그리고 늑대 인간이라는 삼각 관계 로맨스를 펼쳐 보임으로써, 비교적 저예산으로도 상당한 흥행 성적을 거둔 시리즈인데요.

특히나 한 명의 여성과 두 명의남성이라는 인물 배치로 여성 관객들을 집중 공략한 흥행 전략이 주효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올 11월에는 유난히 판타지의 틀 속에서 로맨스를 겹쳐 놓은 영화들이 많이 줄을 잇고 있는데요.

관객들이 현실의 사랑 이야기보다 판타지 속의 사랑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현실 속의 사랑에서 애틋함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