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마다 찾아가며 딸이 되고, 며느리가 되어야 했어요.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주민들의 곁에 있는 것이 저의 역할이었습니다."
경남 통영시 추봉보건진료소의 정향자 소장은 의료인이자 마을의 한 가족으로, 지난 이십여 년간 섬마을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헌신적인 삶을 살아왔습니다.
정향자 소장이 처음 경남 통영 노대보건진료소에 발을 디딘 것은 1994년. 대학 졸업 후 공중보건장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해 섬마을의 유일한 의료인이 된 그는 1차 의료를 책임지며 온갖 일들을 혼자 해결해야 했습니다. 배를 타고 찾아오는 환자들, 밤낮을 가리지 않는 응급 상황 속에서 정 소장은 고군분투하며 주민들의 건강을 지켰습니다.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난 후 다른 지역으로의 이직 기회도 있었지만, 정향자 소장은 섬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사명감은 그를 섬에 남게 했고, 그 결심은 섬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깊이 울렸습니다.
정향자 소장은 의료활동을 넘어 마을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주민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은 물론, 어르신들의 행정 업무까지 돕고, 때로는 자녀 같은 역할을 하며 주민들의 곁을 지켰습니다.
"가족들의 이해와 지원이 없었다면, 이렇게 오래 일하지 못했을 거예요."
섬 생활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배편이 여의치 않아 가족들과 자주 만날 수 없었던 시절에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다리가 아픈 자녀를 지켜준 남편과 가족의 응원 덕분에 그는 오랜 시간 외로운 섬 생활을 버텨냈습니다.
24년간 마을 주민과 가족처럼 살아가는 정향자 소장의 헌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섬마을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며 더불어 살아가는 정향자 소장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정향자 / 추봉보건진료소장 : 사람은 절대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사회와 공동체 내에서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바탕이 되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