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또 해주세요!"
이 말 한마디에 오늘도 '은빛동화구연' 참여자 어르신들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웃음을 터뜨립니다. 주름진 손으로 동화책을 넘기며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시간은, 단순한 책 읽기를 넘어 세대와 세대를 잇는 따뜻한 다리이자,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순간입니다. 20여 년째 이어지고 있는 '은빛동화구연'은 어르신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찾아가 동화를 읽어주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있는 대전광역시 동구청은 어르신들의 활기찬 노후와 세대 간 소통을 위해 어르신들에게 사전 교육과 동화책 등을 지원해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대전의 한 어린이집에서 만난 교사는 아이들이 동화를 듣는 모습을 이렇게 전합니다. "아이들은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상상의 나래를 펴요. 눈빛이 반짝이고, 표정이 생동감 있게 됩니다. 이야기가 끝나면 '왜 끝났어요?'라고 아쉬워하는 아이들도 많아요."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의 세계가 열리고, 어르신들에게는 사랑이 채워지는 시간.
은빛동화구연은 단순히 '이야기 전달'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순간입니다.
은빛동화구연 참여자 최정숙 어르신은 처음 이 활동에 참여했을 때보다 요즘 더 많이 웃는다고 말합니다. "제가 기침 한 번 하면, 어느새 귀에 대고 '할머니 아프지 마세요.' 하고 말해주는 아이도 있었어요. 그럴 때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또 다른 참여자 어르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사랑을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고 오는 거예요. 아이들이 주는 사랑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죠."
어느덧 이들은 동화책보다 더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세대를 잇는 목소리, 사랑을 전하는 손길, 그리고 함께 웃고 우는 진심이 모여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최정숙 / 은빛동화구연 참여자 : 서로 사랑하고 서로 협력해서 우리나라의 큰 꿈인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기획 : 한성구 / 타이틀 : 이원희 / 그래픽 : 황선중 / 음악 : 김은희 / 연출 : 강민섭, 정원호, 이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