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해외로 입양된 동포들 가운데는 양부모에게 학대당하거나 마약에 의지하는 등 어둡고 외로운 유년 시절을 보낸 이들도 적지 않은데요.
오랜 시간 약물 중독에 시달렸다가 최근 재활에 성공한 미국 입양동포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전 세계 한인들의 다양한 삶을 소개하는 <글로벌 코리안>.
이번 시간엔, 자신의 아픈 경험을 통해, 약물에 의존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입양동포를 소개합니다.
[조나단 웨글리/ 미국 입양동포]
제 이름은 조나단 웨글리, 한국 이름은 김병철입니다. 1975년에 한국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스버그에 있는 미국인 가정으로 입양됐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태국에 가서 1년 정도 공부하고 3학년이 되어 미국에 돌아왔어요. 하지만 이미 태국에서 술과 마약의 세계에 빠지게 되다 보니 학업을 등한시하게 됐죠. 제가 가고 싶은 대학에는 합격했지만, 부모님께서 제가 술과 마약을 한다는 걸 아시게 됐고 결국 그 일로 인해 부모님과는 헤어지게 됐습니다.
저는 한동안 한국을 원망하고 누군지도 모를 한국의 친부모를 원망했어요. 살아오면서 늘 소외감을 느꼈고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는 듯했고, 그래서 나에게 맞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20대 내내 그런 생각이 들면서 한국에 가고 싶었어요. 막연하게나마 '입양되지 않고 한국에 살았다면 내 인생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 거죠.
지난해 11월, 켄싱턴에서 한인 목사님과 교회 사람들을 만나게 됐어요. 매주 화요일마다 켄싱턴에서 노숙자와 마약 중독자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계시더라고요. 그분들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동질감을 느꼈어요. 그 후 3주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음식을 받으러 가면서 일종의 유대 관계가 형성된 것 같아요. 11월 7일, 마약을 끊기로 결심한 뒤로 한인들과 더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졌죠.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에요.
매주 화요일마다 켄싱턴에 가서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봉사를 하고 있어요. 이 지역에서 오래 지내온 만큼 다른 동양인 마약 중독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도 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보다 더 힘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고 그래서 누구보다 단단해졌다고 생각해요. 다른 이들의 아픔을 제 어깨에 충분히 짊어질 수 있게 된 거죠. 그렇게,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