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주변 한 편에 스위스에선 드문 한식당이 있는데, 입양 동포 소피 미영 씨가 운영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소피 미영 / 스위스 입양 동포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소피 미영입니다. 저는 55세입니다. 1969년 8월 12일 부산에서 태어났고, 1974년 2월, 5살의 나이에 남동생과 함께 스위스로 입양되었습니다. 입양인 출신 미영 씨가 한식당을 열게 된 건 단순하면서도 필연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자신의 뿌리를 찾고 한국의 맛과 문화를 알리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가게 이름을 한국어 '갈대'로 정한 것도 주변 갈대밭 풍경은 물론 미영 씨 자신의 삶을 투영한 선택이었습니다. '갈대'는 저를 상징하는 식물인 것 같습니다.
곧게 서 있으면서도 유연하고, 기후에 맞춰 적응하며, 바람이 부는 대로 움직이면서도 그 리듬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이 저를 닮았다고 느낍니다.]
[미카엘 구기 / 남편·한식당 공동 운영 : 현재 저희가 판매하는 음식의 약 80%는 한국 음식이고 점점 그 비율이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레스토랑을 창립하게 된 계기는 소피의 한국적인 뿌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미영 씨는 지난 1974년 남동생과 스위스로 입양을 왔습니다.
언어와 문화는 물론, 외모나 관습까지 낯선 환경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했는데요.
[소피 미영 / 스위스 입양 동포 :당시 유럽에는 아시아인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아시아인 아이로서 어딜 가든 사람들이 저를 신기하게 여겼습니다.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지면서도 매우 다정했고, 항상 저를 안아주거나 입 맞추고 싶어 했어요. 저는 쉽게 마음을 열거나 애정 표현을 받아들이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낯선 생활은 그나마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적응해가게 됐지만.
스위스 문화에 익숙해질수록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에 대한 답을 찾아야겠다는 고민도 그만큼 깊어져만 갔습니다.